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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하동 사업 프로젝트 _ SAVE THE JIRI

 

우리 함께 을 지켜요,

!

 

저마다 산을 즐기는 방식은 달랐지만, 우리의 목표는 하나였다.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세상에 알리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 개발사업을 인지한 뒤 ‘감시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우리의 움직임은 이제 시작이다.

지리산이 그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우리 후손들이 대대로 즐길 수 있도록 잘 보존되길 바란다.

 

글 · 이하늘, 염주호, 장순철, 김연실  사진 · 세이브 더 지리, 파타고니아코리아

 

세상에 알리는 우리의 목소리

지리산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프로젝트 시작은 이러했다. 트레일러너 박준섭과 염주호는 지리산 주변으로 케이블카와 산악 열차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 사업에 대해 의문점이 생긴 두 사람은 여러  보도 자료와 기사 등을 토대로 조사를 하였고, 이 사업에 얽힌 몇몇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는 기획재정부와 하동군에서 추진하려는 개발사업이다. 악양면부터 형제봉까지 2.2km의 모노레일, 가탄마을에서 형제봉까지 3.6km의 케이블카 그리고 삼성궁부터 형제봉까지 15km의 산악열차를 설치하려는 것 외에도 여러 관광시설, 호텔, 미술관 등을 건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사업이 논의되고 있는 지리산 형제봉 부근은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우리가 보존해야 하는 자연환경이다. 최근에는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담비, 하늘다람쥐 등의 동물들과 다양한 식물들이 주요한 서식지이다.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인지한 박준섭과 염주호는 지리산을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트레일러너 친구들과 함께 지리산 둘레길을 달리며 지리산의 아름다움과 지리산 개발사업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알리는 행사를 기획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조금 더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6명의 트레일러너, 6명의 장거리하이커 그리고 6명의 클린하이커, 지리산을 사랑하는 3개 분야 총 18명의 친구들이 모여 “세이브 더 지리” 프로젝트 팀이 결성되었다.

세이브 더 지리 프로젝트 준비는 쉽지 않았다. 팀원들이 손수 기획서를 만들어 관련 기업과 환경단체에 직접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다. 알프스 하동 개발 사업의 반대 서명을 받을 수 있는 홈페이지(www.savethe.kr)를 제작했고, 소셜미디어(@savethe_official)를 통한 홍보도 진행했다. 캠페인 영상과 이미지를 활용하여 여러 컨텐츠를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이 우리의 움직임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오프라인 행사는 10월 마지막 주 주말에 진행되었다. 지리산에 모인 18명의 팀원은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 트레일러너들은 지리산 둘레길을 달리고, 장거리하이커들은 지리산 주능선 산행을, 클린하이커스는 지리산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계획했다. 동시에 전국각지에서 지리산둘레길 전체길이인 295km의 1/100인 2.95km를 걷거나 뛰어 인증하며 온라인으로 응원메시지를 모으는 버츄얼이벤트를 진행했다.

조금 더디고 부족했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직접 이뤄냈다. 그 결과 800명이 넘는 분들의 온라인 서명을 받아냈고 450만 원이 넘는 후원금을 조성하였다. 또한, 여러 기업의 응원과 후원을 성사시켰다. 세이브 더 지리 프로젝트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프로젝트였다. (글 · 이하늘)

 

지리산을 지켜야 하는 이유

우리는 산을 뛰는 사람, 트레일러너다. 산을 달린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산을 뛰면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고,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이름 모를 동식물을 만날 수도 있다. 또한 긍정적인 에너지도 얻을 수 있다. 산은 항상 우리에게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많은 것을 내어주었다. 우리가 산을 가장 재밌게 즐기는 방식인 달리기로 산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고, 세이브 더 지리를 위해 총 6명의 트레일러너가 모이게 되었다.

우리는 지리산 둘레길 약 240km를 달렸다. 서울, 춘천, 강원도,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6명이 2명씩 3개의 팀을 이뤄 팀당 약 20km씩 나누어 달렸다. 2020년 10월 31일 금요일 오후 6시에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의 한 공터에서 출발했고, 한 팀이 도착하면 다음 팀이 바로 출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우리는 함께 달렸다.

지리산 둘레길의 아름다운 꽃과 단풍, 그리고 잘 익은 감나무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지리산의 풍경이 달리는 우리의 눈앞에 펼쳐졌다.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 국립공원 외곽의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이었고, 큰 고개를 넘어야만 다음 마을로 갈 수 있었다. 경사가 심한 고개를 넘을 때는 땀을 한 바가지 흘리기도 했지만, 도착한 정상에서 한숨 고르며 돌아본 지리산의 마을과 산세는 우리에게 선물 같은 풍경을 보여주었다.

특히 준섭이와 함께 달리며 맞이한 둘째 날 아침 풍경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우리는 이 구간을 새벽 3시부터 아침 7시까지 달렸다. 어두운 산속에서 오르막이 계속 이어졌고 오르고 올라도 길은 끝날 줄 몰랐다. 6시가 넘어가면서 일출이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붉은 일출 단풍과 어우러지며 멋진 풍경을 선사했다. 밤을 새워 달려 피곤했지만 모든 걸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지점에 도착하기 약 30km 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 오는 숲속에서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지리산이 주는 선물 같았다. 덕분에 마지막 구간을 더욱 기분 좋게 달릴 수 있었다. 계속 그 길을 달리다 보니 서서히 지리산 둘레길 240km 구간의 종점이자 출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폐현수막을 이용하여 클린하이커가 만든 ‘지리산을 지켜요’라고 적혀있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달렸던 지리산 둘레길의 멋진 모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지리산 둘레길을 달리며 다시 한 번 우리의 자연과 풍경을 만끽했다. 또한, 마을을 지날 때마다 주민들은 다들 반갑게 인사해 주었고, 우리의 프로젝트를 응원해주었다. 이 길을 달리면서 그 누구보다 알프스 하동프로젝트로부터 지리산을 왜 지켜야 하는지 깨달았다. 이 멋진 자연, 이미 이곳에 살고있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함께하고 있는 이 지리산을 우리는 꼭 지켜야 한다. (글 · 염주호)

 

한마음으로 하나의 목표를 위하여  

“10월 30일에 지리산에 가지 않을래요? 함께 지리산을 지켜요!”

지난겨울, 동계 백두대간 종주 중 만난 두두부부(양희종, 이하늘)가 멋진 제안을 던졌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한국 속으로(Into the KOREA)’라는 개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백두대간을 걷는 중이었다. ‘한국 속으로’는 백두대간과 한반도 둘레길 4,500km, 22개의 람사르습지와 22개의 국립공원, 13개의 국가지질공원과 31개의 섬 등 우리나라 걷기 여행길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직접 느끼며 길 위의 사람·자연·문화를 만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나는 이 프로젝트 일정을 바꿔서라도 지리산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에 흔쾌히 함께하기로 했다.

대가 없이 누리는 소중한 자연을 지키기 위해 작은 실천을 행하는 유아람님, 여행과 자연이 좋아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는 조아라님, 인생의 레이스에서 길을 잃어 숲으로 향했다는 이최수임님, 그리고 두두부부 양희종·이하늘님까지 장거리하이커 6명이 세이브 더 지리 프로젝트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10월 31일 새벽 3시, 중산리에서 천왕봉에 올라 지리산의 주능선을 타고 성삼재에 도착하는 35km의 중성종주를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에 대피소 숙박이 불가능하여 무박종주를 해야만 했다. 무박종주를 처음 하는 팀원도 있었고, 짧은 수면시간과 체력적인 문제로 모두 함께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출발한 지 16시간 만에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성삼재에 도착했다. 혼자가 아닌 함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중성종주였다.

혼자 길을 갈 때는 어떻게든 빨리 걸을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지리산을 지키자는 한마음으로 서로의 속도에 맞춰가며 걷다 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지리산의 또 다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긴 시간 사람들의 발자국을 통해 만들어진 길을 보니 자연 안에 인간이 함께한다고 느껴졌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여기저기 구멍 뚫어 레일로 몸을 감고 있을 지리산을 생각하니 보금자리를 잃을 동·식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의 프로젝트 ‘세이브 더 지리’처럼 자연을 지키려는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모인다면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환경보호에 대한 성숙한 문화의식이 한국 속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글 · 장순철)

 

지리산이 삶이며 터전인 생명

세이브 더 지리 프로젝트를 통해 클린산행(자연 속 쓰레기 줍기)과 ‘지리산 지키기’라는 취지에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트레일러너, 장거리하이커, 클린하이커스가 한 자리에 모였을 때는 ‘내가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에 발을 들였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참여 인원만 18명, 그 외 도움 주는 분들까지 30여 명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대동단결! 투쟁!’ 같은 구호를 외치거나 띠를 두른 건 아니지만 같은 뜻을 가지고 모인 우리에게는 그에 못지않은 결연함이 감돌았다.

우리는 지리산 둘레길과 인근 마을에서 클린산행을 진행했다. 원부춘에서 가탄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둘레길 14구간은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쉼터에서 쓰레기를 한가득 주울 수 있었다. 지리산 형제봉을 오르는 길은 쉼터부터 활공장까지 이어지는 임도가 풍경 명소로 잘 알려져 있어 등산객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역시나 일회용 도시락, 음료 캔, 테이크아웃 잔부터 바퀴 휠, 부동액 통, 폐페인트통도 주었다. 대부분이 고의로 두고 간 쓰레기로 보였다.

양손 무겁게 쓰레기를 주운 우리는 활공장에 올라 정크아트(쓰레기로 작품을 만들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방식)로 ‘산악열차로 구멍 뚫린 지리산’을 표현했다. ‘이걸 산에서 주었다고?’라는 생각이 들 만큼 신기한 쓰레기들이 많은 작품이 되었다. 왜 사람이 머문 곳에 쓰레가 흔적이 남아있는 것일까? 이번 클린산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산악회 리본’이었다. 나무에서 제거한 리본 중 어떤 것은 오랫동안 달려있었는지 색이 바래고 삭아있었고, 리본이 둘러진 부분만 두꺼워지지 못한 기형 나뭇가지도 있었다.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있는 쓰레기와 불필요한 인간의 손길은 기형이 된 나뭇가지처럼 자연스럽지 않은 광경을 만든다. 그리고 이제 그 손길이 지리산에 뻗치려 하고 있다. 또 얼마나 많은 부자연스러운 변화가 생기고 큰 피해가 남을까?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공공재나 자연에서 본인이 주인인 양 마음대로 행동한다. 아마 내 반려식물에겐 그런 식으로 띠를 두르거나, 내 집을 뚫고 열차가 생기게 두지 않으리라.

“나무야 안녕, 개미야 안녕, 저 좀 들어가도 될까요?”

숲에 들어가기 전 아이들에게 인사하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어느 숲 해설가의 말이 떠오른다. 숲에 인사하며 아이들은 ‘아 숲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구나!’라고 자연스레 깨닫는다. 지리산의 주인은 누구일까? 우리 마음대로 지리산에 구멍을 뚫어 산악열차를 만들고 호텔을 지어도 될까? 산악열차 길이 생기면 그곳에 살고 있는 동식물은 어떻게 될까? 인간은 자연에 잠시 머물다 갈 뿐이다. 지리산이 삶이며 터전인 생명을 위해 지리산이 그 모습 그대로 남겨지길 바란다. (글 · 김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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