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산 세계의산 전문등반 등산정보 MM산장 쇼핑몰 사람과산
spaceid spacepw space

title

산 검색
백두대간
국립공원
테마산행
테마여행
호남정맥
낙남정맥

배두일의 산행 _ 홍천

 

줄기 휘두른 ,

웍더그르르한

글 사진 · 배두일 편집위원

 

폭이 200m도 넘음 직한 강에 굼실굼실 흙탕물이 흘러내리고 야멸치게 팔락거리는 강바람이 콸콸대는 물소리를 사방으로 흩뿌려, 일주일 새 두 번이나 폭우와 싹쓸바람으로 방방곡곡 골골샅샅을 휩쓸고 어제 막 빠져나간 강력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온 세상을 만신창이로 만든 코로나 역병으로 오갈이 든 데다, 다시 코앞에 들이닥친 세 번째 태풍에 쫓기는 마음으로는 먼 데 큰 산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아 근교의 야틈한 산을 물색하던 중에, 1천 미터가 넘는 숱한 고봉들을 제치고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린 한 산의 높이가 고작 327m라는 사실에 와락 호기심이 동해, 홍천의 팔봉산(八峰山)을 찾았다. 강 건너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산의 겉모양새는 숲이 무성한 여덟 봉우리가 울똑볼똑 오르락내리락하여 나무로 된 롤러코스터 같긴 해도, 어슷비슷 올망졸망하여 오르내리기 힘들다기보다는 아기자기 재밌겠다는 느낌에다 은근슬쩍 만만해 보이기도 하다.

들머리서부터 댓바람에 가풀막 계단이 이어지지만 보드라운 흙길이라 금방 콧노래가 나올 듯 여유작작하다가, 문득 거친 바위가 나타나 삐쭉빼쭉 불거진 바위옹두라지를 붙들어 기어오르고, 잡을 데 없이 빤빤한 돌벽에 촘촘히 박아 놓은 손바닥만 한 발판을 딛어 허덕허덕 첫 봉우리에 오른다. 중간중간 왼쪽으로 탁 트인 조망의 다락바위에 서자 바로 건너편에 날개를 좍 펼쳐 살포시 내려앉는 학같이 느긋한 삼각형의 금학산이 봉긋하고, 남쪽에는 쇠뿔봉, 매봉산, 두릉산으로 너울지는 능선이 부드러우매, 가쁜 숨이 슬며시 사그라든다.

 

일망무제의 장관 펼쳐지는 암릉길

다짜고짜 내리꽂는 된비알을 철제 난간에 의지해 살금살금 내려선 뒤 오목한 고개에서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벼랑에 드리운 밧줄을 잡고 용을 쓰자, 둘째 봉우리의 꼭대기 바위 사이에서 붉은 벽과 기와지붕을 한 조그만 당집 두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생소한 이름의 삼부인당(三婦人堂)은 농신(農神)의 신내림을 받은 세 부인을 모시는 서낭당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도 나오는 400여 년 전부터 봄가을로 사흘간 산제를 올려 풍년과 평안을 빌며, 근래에는 산객들의 안녕까지 기원한단다. 지금 당집 앞에 길쭉한 분홍색 통꽃부리를 내밀어 아랫입술에 서러운 밥알 두 개를 단 꽃며느리밥풀이 소복하매, 배곯고 매 맞아 죽고서도 밥솥 그득히 하루 세끼 흰밥을 지을 수 있기를 빌며 며느리가 바치는 젯밥이 아닐는지.

몸을 돌리자 홀연히 하늘이 열리는 개벽의 순간처럼 일망무제의 장관이 펼쳐지는즉, 산신당이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굳이 말이 필요 없는 통쾌 무비의 절경 앞에 정신이 아뜩해진다. 자고이래 지구 최대의 동물인 대왕고래가 서서히 몸체를 띄워 올리듯 짙푸른 숲의 망망대해 가운데 거대한 셋째 암봉이 솟고, 고래가 숨구멍으로 내뿜는 콧김의 물기둥이듯 뾰족한 바위가 우뚝하여, 그 꼭대기에 우뚝 올라선 산 아가씨가 두 팔을 펼치고 하늘을 통째로 들이쉰다. 고래의 몸놀림 따라 수평선이 출렁이는 듯, 왼쪽 멀리서부터 용문산, 봉미산, 종자산, 보리산, 장락산, 왕터산, 좌방산의 하늘금이 우쭐거리고 오른쪽으로 계관산, 삼악산, 금병산, 녹두봉, 연엽산, 구절산이 넘실거린다.

급전직하와 수직 상승의 거듭되는 자맥질로 팔다리가 뻑적지근해지는 판에, 넷째 암봉의 오름길엔 좁디좁은 바위짬을 비비적대고 올라 겨우 머리통만 빠져나갈 작은 구멍으로 몸을 밀어 올려야 하는 ‘해산굴(解産窟)’이 기다린다. 바닥엔 모난 돌멩이가 널려 지뢰밭 같고 양쪽 벽은 스치기만 해도 생채기가 날 암굴 틈새에서 꿈질꿈질 나부대다가, 배낭을 간신히 벗어 머리 위로 밀어낸 뒤에, 빠끔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내밀어 허우적거리고 가슴을 꿈틀거리며 산고를 치른다. 해산굴을 통과하면 할수록 젊어지기에 장수굴이라고도 한다거니와, 금산철벽(金山鐵壁)의 암릉을 기어 오르내리는 근골과 돌구멍을 무사히 빠져나가는 몸피가 장생을 보장할 터, 왜 아니겠는가.

지척의 봉우리지만 깊은 허구렁으로 차단되어 철계단이 아니라면 언감생심일 다섯째 암봉엔 앙증맞은 마룻돌과 달리 강과 바위와 산줄기가 어우러진 산수풍경이 그림 같으니, 기다란 바윗등 아래로 넉넉한 홍천강 냇줄기가 여덟 개의 봉우리를 통째로 휘감아 돌며 일필휘지로 용틀임한다. 북한강의 가장 큰 지류인 ‘너른내’ 홍천강은 군내의 동쪽 미약골에서 발원하여 내촌천으로 흐르며 장남천, 야시대천, 풍천천, 덕치천을 품어 홍천읍에 젖줄을 댄 후 또 오안천, 성동천, 어룡천, 중방천 등 숱한 물길을 아울러 서쪽 청평호로 굽이치는 동안, 다른 지역 물은 한 방울도 섞지 않고 400리(143km)를 누벼 당당히 고을의 이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매, 우리나라 시·군 중에서 가장 너르고 동서의 길이가 가장 긴 홍천군이 아니고선 이룰 수 없는 유일무이의 물줄기다. 맨 끝의 8봉을 바투 휘돌아 역류하듯 흘러나오는 그 강물 위로 팔봉산의 줄기가 길게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으로 뻗고, 등마루엔 셋째와 넷째 암봉이 울툭불툭 하나로 겹쳐 거대한 왕관처럼 위엄찬데, 바로 위 하늘엔 표백된 바윗덩이 같은 하얀 뭉게구름이 둥실둥실하다.

 

소나무와 반석이 한 폭의 동양화

고도는 갈수록 낮아지건만 바위가 조금도 얌전해질 기미란 없이 봉우리 사이가 자꾸 멀어져서 네발로 기어가는 걸음걸음이 무장 힘겨워지는 게 야속하여, 정상을 넘은 뒤엔 마음도 가벼운 하산길이 이어져야 하지 않겠냐는 투정이 솟치면서 그제야 최고봉이 어디이던가 하는 궁금증이 든다. 허무하게도 일찌감치 넘은 2봉이 맨 꼭대기였기에 결국 여기서 해발 고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여덟 번의 담금질을 하는 봉우리의 난이도를 굳이 높이로 따지자면 이미 넘은 암봉의 고도를 합한 누적 고도가 아니겠냐는 깨달음이 가슴의 답답증을 다독인다. 고개턱에 걸린 긴 줄에 히말라야의 타르초처럼 다닥다닥 나부끼는 수많은 산행 리본과 숱한 산객의 소원이 쌓인 돌담불에서 한 움큼의 원기를 얻어 여섯째 봉우리에 닿자, 흙 한 줌 보이지 않는 바위틈에서 굵직한 천연의 분재로 자란 고색창연한 소나무 한 그루가 피할 수 없는 삶의 숙명을 헤치는 엄숙하고 숭고한 기백을 물씬 풍긴다.

낙락장송 소나무들이 난간처럼 줄지어 선 사이로 이어지는 암릉을 타고 일곱째 암봉으로 가며 모처럼 수평으로 달리는 롤러코스터가 주는 잠깐의 안도감을 한 걸음씩 아껴 음미한다. 꼭대기에 서자 아직 잔가지가 얼기설기한 고사목이 솔잎 대신 푸르른 창공의 구름을 걸치고 강물 쪽을 기웃거리기에 덩달아 까치발을 하고 고개를 길게 빼 본다. 숨 돌릴 겨를 없이 대차게 쏟아지는 내리막에선 양쪽에 세워 놓은 쇠막대기 트랙에 양팔을 걸치고 발은 땅에 대지도 않고 몸뚱이를 아래로 미끄러뜨리자, 거대한 탑처럼 곧추 솟은 마지막 봉우리가 머리 위로 덮쳐 온다.

수반(水盤) 위의 수석이며 또 하나의 소금강이란 상찬을 받는 팔봉산에서도 가장 널찍한 정상에 소나무와 반석이 한 폭의 동양화로 펼쳐지는 끝 봉우리, 왁다그르르 흥겨운 바위 잔치의 절정을 이루는 누적 고도 2,309m의 여덟째 암봉이 바로 눈앞이다.

 

 

시즌특집/늦가을 억새 5...
일출명산 가이드/선자령...
낮은산 좋은산 / 팔봉산...
시즌특집/늦가을 억새 5...
납량계곡/응봉산 용소골...
시즌특집/늦가을 억새 5...
눈꽃 명산 가이드/계방...
늦가을 억새산/ 오서산...

HOME 게시판 산행기 정기구독신청 회원가입 개인정보취급방침

copy right

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00-1호에 따른 사업자등록번호 106-05-87315
회사명: 도서출판 사람과산/ 등록번호: 서울, 아04289 /
등록일자: 2016년 12월 20일 / 제호: 사람과산 /
발행인: 조만녀 /편집인: 강윤성 /청소년보호책임자: 노주란/
발행소: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1로 212, 309호(가산동, 코오롱디지털타워애스턴) /
발행일자: 2003년 4월 21일 /TEL (대)02-2082-8833 FAX 02-2082-8822
copyright © 1989 - 2007, 사람과 山 All rights reserved.
저작권은 마운틴코리아에 귀속하며 무단 복제나 배포 등 기타 저작권 침해행위를 일체 금합니다.
contact
webmaster@mountainkorea.com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