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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가진 제주시 전망대

세미()

글 사진 · 이승태 편집위원

 

한라산의 동서쪽 양 어깨를 짚고 ‘1100도로’와 ‘516도로’가 지난다. 한라산의 남과 북에서 이 두 길을 잇는 도로가 ‘산록남로’와 ‘산록북로’다. 큰 네모 모양을 한 이 네 도로 안쪽이 한라산국립공원이다. 세미오름[삼의양(三義讓)오름]은 516도로에서 산록북로가 갈리는 사이에 있다. 제주 시가지가 끝나고 한라산이 막 시작되는 곳이다.  

 

한라산 길목의 수문장

제주시 이도동과 서귀포시 영천동을 남북으로 이으며 한라산 동쪽 고지대를 넘는 길이 ‘516도로’다. 가을이면 도로를 뒤덮은 활엽수의 오색 단풍으로 인해 제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곳이다. 조선시대에 정의현(서귀포시 동쪽) 부임관리가 내려갈 때 이용하던 길이기도 하다. 정식 이름은 ‘1131번 지방도’. 처음 건설했을 때 ‘11번 국도’ 또는 ‘제1횡단도로’라는 명패가 붙었지만 사람들은 5·16 군사정변을 일으킨 박정희 정부가 만든 이 길을 516도로라 불렀다. 516도로는 한라산을 오르는 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들머리인 성판악을 지난다. 세미오름은 제주 시가지를 벗어난 516도로가 본격적으로 한라산 속살로 파고드는 지점에 우뚝 솟았다. 그래서 한라산 들어서는 길목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보인다. 발치에 산천단이 있어서 신비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오름이다. 예전에는 온통 초지대였다는데 지금은 여느 오름처럼 울창한 숲에 덮였다.  

세미오름은 한라산을 바라보고 열린 분화구 안에서 샘이 솟아나기에 붙은 이름이다. 오름 분화구 서남쪽으로 흘러나가는 이 샘은 제주시 동문시장 앞에서 만나는 산지천의 발원지 중 한 곳이다. 샘을 가진 산정화구는 제주에서도 매우 드문 경우로, 거슨세미와 안세미오름이 같은 꼴이다. 세미오름은 <탐라지>와 <탐라순력도>에 ‘삼의양악(三義讓岳)’, <제주삼읍도총지도>엔 ‘삼매양악(三每陽岳)’이라 적혔다. 해발 574.3m에 오름 자체의 높이가 138m여서 비교적 커다란 덩치를 자랑한다. 그래서 한라산 북쪽에서 제주시가지를 굽어보고 있는 듯 산세가 당당하다.

 

제주시가지 풍광이 한눈에!

탐방로 입구는 두 곳이다. 기존 코스의 들머리는 아라동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가다가 오른쪽의 제주경찰교육센터를 지나 만나는 사설목장을 이용하는 것. 최근 이곳은 안내판이 사라지고 출입문에 사유지로 출입을 금한다는 팻말까지 붙은 상황이다. 아마도 농장과 제주시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듯, 경찰교육센터를 만나기 직전 오른쪽으로 들어선 곳에 안내판과 흙먼지털이기, 벤치를 갖춘 새로운 들머리가 생겼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빼곡한 편백나무 사이로 친환경매트가 깔린 잘 정비된 탐방로가 정상 화구벽까지 이어진다. 어느 들머리로 들어서도 길이 순하고 탐방도 편하다.

세미오름을 여러 번 갔던 탓인지 나는 습관처럼 목장 쪽으로 발길을 뗐다. 우마의 통행을 막기 위한 ‘디귿’ 모양으로 꺾인 목장 출입문을 지나자 너른 길이 오름 자락을 휘감으며 북쪽으로 돌아간다. 목장을 앞에 두고는 다시 오른쪽으로 출입문이 보인다. 이 문을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세미오름 탐방이 시작된다.

폐타이어로 짠 매트가 깔린 탐방로는 울창한 솔숲으로 인해 솔잎이 가득하다. 조금 더 오르자 편백나무가 정상부를 뒤덮었다.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15분쯤이면 닿는다. 정상에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평탄하게 이어진 화구벽을 따라 조금 더 가니 전망 좋은 예쁜 정자도 보인다. 정자 앞에 서니 어떤 에어컨도 흉내 내지 못할 시원한 제주의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시야를 채우는 풍광 속에 동쪽 원당봉부터 서쪽 도두봉 너머 애월까지 제주시가지 풍광이 남김없이 훤하다. 발아래의 제주대학교 아라캠퍼스를 시작으로 제주공항까지 이어간 도심이 몇몇 오름과 어우러지며 제주만의 색깔을 보여준다. 그 끝에서 코발트빛깔 제주바다가 눈부실 텐데, 갈 적마다 날씨가 탁하다. 뒤로 고개를 돌리니 기울어진 접시 모양의 분화구 너머로 한라산 정상까지 이어간 숲이 장관이다. 저 숲 어디쯤에 관음사가 있을 테고, 전설을 간직한 깊은 탐라계곡과 한라산 오르는 등산로도 지날 테다.

 

분화구 속 맑은 샘

세미오름 분화구는 독특하게도 한라산을 향해 북서쪽으로 열렸다. 그래서 제주시가지에서 보면 그냥 둥그렇고 부드러운 산등성이 모양을 하고 있다. 탐방로는 분화구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정자가 있는 지점이 높고, 반대쪽 샘이 흘러나가는 곳이 가장 낮지만 경사가 그리 급한 편이 아니다. 분화구 안은 키 큰 풀로 뒤덮인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옛날 아라동에 살았던 이들의 무덤으로 가득하다. 덕분에 나무가 없어 풍광이 훤하다.

정자에서 삼의악샘까지는 소나무가 무성한 능선을 따라 5분쯤이면 닿는다. 물웅덩이는 생각보다 넓다. 분화구 안쪽에서 모인 물이 잠시 고였다가 아래 깊은 골짝으로 흘러간다. 맑은 웅덩이엔 올챙이가 많다. 사철 마르는 법이 없다는 이 샘은 새와 나비, 벌은 물론, 노루와 사슴 같은 온갖 들짐승에게도 생명의 샘일 것이다. 웅덩이 주변으로 고마리와 물푸레나무, 자귀나무, 산수국 같은 식물이 보인다. 여기서 분화구 안으로 들어설 수 있지만 수풀이 무성하다.

샘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능선을 따라 오르면 아까 올랐던 길을 만나게 되고, 오른쪽 사면으로 난 길은 아래 고사리평원으로 이어진다. 고사리평원까지는 10분쯤 거리다.

고사리평원은 상상 이상으로 널찍하다. 산 속 드넓은 땅이 고사리 천지다. 이곳은 수익을 목적으로 관리하는 고사리농장이다. 고사리평원 오른쪽으로 길이 갈린다. 칼다리폭포를 지나 산록북로로 내려서거나 노루물, 신령바위를 지나 관음사까지 길게 이어갈 수도 있다. 세미오름만을 오르내릴 작정이었던 나는 고사리평원을 가로질러 왼쪽으로 간다. 공동묘지와 아라공동목장(OK목장)을 지나 들머리로 되돌아가는 길이다.

공동목장을 지날 때 바닥에 골프공이 많이 보인다. 주변 골프장에서 날아온 듯한데, 얼마나 힘이 좋았으면 예까지 보냈을까 싶다. 아니면 실력이 형편없거나! 어쩌면 골프장 주변에 떨어진 공이 빗물에 씻겨 내려온 것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위험할 수도 있으니 이 주변을 지날 때는 주의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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