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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진흥회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 ② _ 제48~46 일부 구간(거진항~아야진항)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를 볼 수 있을까

거진항~가진항~송지호~청학정~아야진항

 

남쪽을 향해 걷는 해파랑길, 이제 고성의 마지막 구간에 이르렀다. 곧 양양·속초를 만난다. 고성은 아담하고 한적한 해변이 매력이다. 양양과 속초, 이어지는 강릉 구간까지 화려하고 북적거리는 화려한 바다의 구간이다. 걷는 내내 몸 구석구석에 담은 고성의 여유로운 해변과 짙푸른 바다는 기억에 오래 남겠다.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는 이들과 시원한 바다에 몸을 담근 이들이 부러우면서도 부럽지 않은 이유다.

글 사진 · 서승범 객원기자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 내 마음 흔들리는 소리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를 볼 수 있을까.’

스마트폰에는 여행을 하면서, 특히나 걷는 여행을 하면서 흥얼거리기 좋은 노래를 모아둔 리스트가 있다. 대개는 듣기 위해서지만 듣다 보면 흥얼거리기 일쑤다. 이번 해파랑길에서는 계속 이 노래를 중얼거렸다. 이문세가 부른 ‘길을 걷다 보면’이다. 특히나 고개를 넘거나 모퉁이를 돌면서 바다가 눈앞에 나타날 때는 나도 모르게 저 구절이 흘러나왔다.

 

한적해서 여유로운 고성의 바다_48구간

시도제를 지낼 때 비가 왔기 때문일까. 48구간 출발점인 거진항에 서니 전형적인 늦은 5월의 날씨다. 움직이면 땀이 나고 그늘을 찾아 잠시 쉬면 땀이 식는, 그러니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다. 거진항에서 출발해 가진항을 향해 16.6km를 걷는다.

백두대간진흥회의 해파랑길 걷기는 한 주 걸러 한 번씩 진행된다. 둘째와 넷째 토요일에 진행되는데 매번 해파랑길 한 구간을 걷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구간이 길면 중간에 끊기도 하고 반대로 짧으면 좀더 걷기도 한다. 안전하고 즐겁게 우리 땅을 걷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5월 넷째 주에는 48구간을 걸었고 6월 둘째 주에는 47구간과 46구간의 일부를 걸었다.

해파랑길 고성 구간은 내내 한가로운 바다와 숲, 논과 밭이 곁을 지킨다. 부산에서 노스바운드(northbound)로 올라왔다면 마지막을 앞두고 걸어온 길을 차분하게 되새길 수 있겠다. 우리는 고성에서 사우스바운드(southbound)로 진행하기 때문에 지나온 평화누리길을 보내고 눈앞에 펼쳐진 해파랑길을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이들은 대개 지리산에서 시작해 설악산을 향한다. 설악의 대청과 황철봉을 지나 미시령으로 내려서면 이후 신선봉과 마산은 걸어온 길을 회고하며 진부령에서 종주를 마무리한다. 대간을 종주할 때도 고성 구간은 종주자들 말고는 산행하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아 걸어온 길을 되짚기 좋은데, 해파랑길 고성 구간도 그렇다. 들뜨지 않고 차분하다.

조금 한가롭고 그만큼 여유롭다. 그만큼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을 자주 만나게 된다. 작은 항구 양지바른 곳에서 그물을 손보고 길과 철책 사이 좁은 땅에 밭을 일구었다. 얼마 전 묘를 심은 듯한 논에는 가끔 흰 날개의 커다란 새들이 날아와 우아하게 내려앉곤 했다. 길을 걷다 만난 안내판에는 흰꼬리수리와 수리부엉이 그리고 큰고니가 이 부근을 자주 찾는다고 되어 있다. 아까 멀리서만 바라보았던 그 녀석은 큰고니였을까. 바다를 향한 길은 종종 철조망에 가로막히지만 시선은 자유롭게 철책 너머 바다에 이른다.

“철책, 이거 소용 있나?”

“그러게. 요새 누가 바다로 넘어 오나, 비행기 타고 들어오지.”

들어오는 걸 막으려던 철조망은 이제 관광객들이 허락 없인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밖에 못 하고 있지만, 유물처럼 녹이 슨 철조망을 따라 길이 노여 사람들이 무시로 걷는다. 걸으면서 상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걷는 풍경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서 철조망 너머도 당연히 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느 순간을, 그래서 철조망이 너무나도 어색하게 느껴질 어느 시점을. 철조망을 걷어내는 건 선언이나 주장이 아니라 무수한 발걸음일지 모른다.

 

백사장에서 달궈진 몸을 청학정에서 식히다

_47구간 그리고 46구간 일부

달력 한 장 넘어갔을 뿐인데 공기가 달라졌다. 해파랑길을 처음 걸을 땐 비가 내린 탓도 있었지만 모두 긴 팔 재킷을 걸치고 있었는데 딱 한 달 지난 이제는 대부분 팔토시 차림이다. 가진항에서 출발해 삼포해변을 향해 걷는다. 이 구간은 9.7km여서 하루 걷기엔 뭔가 좀 아쉽다. 46코스 일부를 더 걷기로 하고 일단 출발.

47구간은 지나온 구간에 비해 해수욕장이 많다. 이미 여러 해수욕장을 지나왔지만 길은 때로 바다에서 멀어져 마을을 돌기도 하고 산으로 숲으로 잠시 들기도 했으나 이 구간은 맑디맑은 푸른 해수욕장이 이름만 바꾼 채 번갈아 나온다.

고성의 바다는 예로부터 바다가 푸르고 모래가 곱기로 유명했다. 푸르지 않은 바다가 어디 있고 곱지 않은 모래가 가능할까만 실제로 보면 볼멘소리는 쏘옥 들어가고 만다. 때이른 더위에 사람들 퐁당거리는 해변, 쪽 바다는 청자의 비취색이고 이따금 배들이 오가는 먼 바다는 짙고 푸르다. 해파랑길은 때로 잠시 백사장을 거치기도 하는데 관리가 잘 안 된 탓에 데크가 망가져 모래사장을 걸어야 했다. 마치 펄에 빠지듯 부드럽게 모래가 흩어지는 느낌이 머잖은 죽도나 경포대와는 달랐다. 물론 걸을 때는 사람 힘 빠지게 하는 걸림돌이지만 여행자의 제1덕목은 긍정이다. 그 구간은 동해안자전거길과도 겹쳤는데 신나게 자전거를 달리다 내려서 자전거를 끌지도 못하고 메고서 백사장을 걸어야 할 라이더를 생각하며 기꺼이 걸었다.

길가에는 예쁜 밝은 주황색의 꽃이 가득했다. 꽃구름을 이룬 주황색의 꽃 사이로 간혹 빨갛고 하얀 꽃들도 눈에 띄었다. 언뜻 보면 ‘초여름에 웬 코스모스?’ 갸우뚱거릴 수도 있겠다. 금계국이다. 금계국의 꽃말은 ‘상쾌한 기분’인데 아니나 다를까 금계국 가득한 시골길을 걷는 발걸음은 한결 가볍다.

“근데 이 금계국이 생태를 교란시키기도 한대요. 번식력이 너무 강해서요.”

걸으면서도 꽃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박성원씨가 금계국이 외래종이라며 이야기를 건넨다. 원래 북미가 고향인 금계국은 아름답고 번식력이 강해서 1980년대 후반부터 많이 심었는데 이 녀석의 번식력 때문에 주변의 다른 야생화들이 살아남질 못했다고. 그 또한 자연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보기 좋자고 갖다 심은 건 사람이니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건 해당화에요. 빨간 꽃도 있고 흰 꽃도 있어요. 저기 하얀 해당화도 보이네요.”

이미자의 노래에 나오는 걸 봐도 알 수 있고 그 훨씬 이전의 ‘명사십리 해당화야’란 노래에서도 짐작하듯이 해당화는 우리나라 재래종이다. 금계국처럼 한눈에 확 들어오는 화사함은 없지만 잘 찾아 가만 들여다보면 그 수수함이 고성의 바닷가처럼 매력적이다. 그래서일까, 해당화는 고성의 꽃[郡花]이기도 하다.

여러 해수욕장을 거쳤지만 바다에 몸 담그고 노는 관광객과 달리 우리는 배낭을 지고 내내 걸었으므로 심하게 더웠다. 47구간은 이미 삼포해수욕장에서 끝났고 46구간을 걷고 있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교암리 해변을 지나니 계단이 나온다. 걷는 여행에 계단은 달갑잖은 손님이지만 괜찮다. 몇 계단 오르지 않아도 되고, 조금만 오르면 달궈진 몸을 식혀줄 천학정이 나타난다. 눈앞에 있던 바다가 눈 아래로 내려가고 볕이 사라진 대신 소나무와 정자가 만든 그늘에 시원한 바닷바람이 들이친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절로 난다.

바람에 몸이 식으니 갈 궁리보다 놀 궁리가 앞선다. 조금 걸으니 아야진해수욕장이 나온다. 해수욕장 지나 있는 아야진항에서 걸음을 멈춘다.

 

청간정에서 일출을 보련다

더운 날씨는 걷기 여행의 적이다. 땀이 많아져 쉽게 지치니 마실 물도 넉넉히 챙겨야 한다. 무엇보다 내리쬐는 볕이 따가워 이를 대비하지 않으면 며칠 동안 고생해야 한다. 그래서 하이커들은 여름철이면 해가 가장 뜨거운 시간을 피해 걷는다. 선선한 새벽에 최대한 움직이고 한낮에는 그늘에서 낮잠도 자는 등 충분히 쉬고 해 길어진 초저녁에 다시 걷는다.

우리도 새벽에 움직이기로 했다. 새벽에 출발해 아침에 걷는 대신 자정에 출발해 새벽에 일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새벽에 움직이면 더위를 피하는 것 말고도 좋은 점이 있다. 동해에서 해가 떠오르는 풍경을 볼 수 있다. 6~8월 중이라면 해가 5시에서 6시 사이에 뜰 터이니 잠시 걷다가 한숨 돌리면서 해가 뜨는 장관을 보게 될 것이다. 한 달에 두 번씩 다니면 그래도 몇 번은 기가 막힌 일출을 ‘영접’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동해안에서 빼어난 경치로 유명한 청간정에서 보면 좋겠다. 그리고 길은 설악 언저리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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