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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칼럼

 

국립공원공단은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

글 사진 · 이규태(사람과 산 전 편집주간)

 

국립공원공단에 건의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산은 어프로치가 용이하고 사계절 다양한 풍광이 펼쳐진다. 깨끗한 화강암과 맑은 물은 안정된 등산로와 식수를 제공한다. 기상변화에 따른 야생의 위험은 지구상 어디든지 있는 현상이다. 인류는 악천후를 극복하면서 문명을 꽃피워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도전과 극복의 등산가치가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낭을 메고 산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위험에 노출됨을 전제한다.

 

국립공원공단은 사람이 아닌 공원을 관리해야

다양한 형태의 등산을 통해 삶의 질은 향상된다. 대부분의 등산로는 이제 우리의 ‘생활공간’이 되었다. 풍광이 멋진 몇몇 산은 사람들이 너무 몰려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대응하여 많은 나라는 ‘국립공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여 후세에 물려주자는 취지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자연환경에 감동할 수 있는 권리는 미래세대, 현재세대 똑같다.

남 잘못 지적하는 거 쉽고 공단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허나 입산통제에 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기상악화 시 등산로상의 위험도는 자동차도로나 골목길 위험도 증가와 별로 다르지 않다. 산악활동을 모르는 사람이 상상할 때는 ‘험한 산속에서 홀로 비바람에 시달리면서 귀신이나 멧돼지라도 만난다면? 아이구 끔찍해!’ 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산에 가는 사람의 배낭엔 그러한 상황에 대비한 여러 장비가 준비되어 있고 오히려 그러한 상황에서도 따끈한 차를 마시며 자연의 혹독함을 즐기는 여유를 가진 사람도 많다. 집에서 외투를 입고 우산 받치고 비 오는 밤길 걷는 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폭설이나 집중호우로 일시 고립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도시에서, 바다에서,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보편적으로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이다. 우리나라 대부분 등산로는 1~2시간 또는 2~3시간이면 대피장소에 닿거나 하산할 수 있다. 훈련목적상 대피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겠지만 거기에 따른 위험은 그들의 몫이다. 이것은 우리 삶 전반에 해당되는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많은 등산안전교육이 있고 위험에 대처하는 정보, 서적은 넘쳐난다.

본인의 실수나 자연현상으로 인한 등산사고는 행위자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 만약 공단에서 출입금지로 등산객안전까지 담보하려 한다면 출입 시 발생한 모든 사고에 관하여 스스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등산안전이나 자연보호를 내세운 출입통제는 국민들의 감성적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명분이다. 허나 ‘관리’란 공원을 관리하는 것이지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등산안전, 자연보호를 내세운 출입통제는 국립공원공단 본분의 소홀함에서 숨기 좋은 은신처일 수도 있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여 119 등 여러 사회 구조조직이 있다. 이런 사회 안전망 조직은 불의의 사고에 항상 대비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이 등산자 안전에 관한 모든 것을 하려고 과욕할 필요는 없다.

 

걸핏하면 등산로 폐쇄하는 국립공원공단

80년 전인 1940년 3월 설악산. 일본인 학생과 교수로 구성된 경성제대산악부는 만반의 준비와 훈련으로 설악산등반에 나섰다. 등산로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던 시절, 그들의 설악산등반은 산악단체로서는 처음 시도되는 도전이었다. 3월 21일, 경찰의 도움으로 양양군 오색리에 겨우 도착했다. 오색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으며 현지가이드(마을사람)는 “길도 없는데 이런 날씨에 갈 수 없다”고 해서 도전의 기회를 엿보며 비 그치기를 기다렸다. 정찰등반으로 3일을 보냈으나 날씨는 호전되지 않았다. 준비해간 식량도 바닥나 현지가이드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 3월 25일 결국 등반을 포기하고 한계령을 넘어 인제로 탈출했다. 막강한 팀웍과 좋은 장비로 무장했던 경성제대산악부가 3일을 벼르고도 오르지 못했던 설악산. 지금은 5시간이면 올라간다. 삶의 공간이 되었다.

신들의 세계였던 히말라야 길이 열리자 여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히말라야 여신 대신 지금은 외국관광객을 불러들여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여준다. 방문자들은 삶의 질을 향상하고 국가는 관광산업이 발전한다. 히말라야, 유럽알프스, 중국, 일본 등 각 국의 산악국립공원은 일기가 불순하다 하여 우리나라처럼 걸핏하면 등산로를 폐쇄하는 경우는 드물다. 비가 오면 그대로, 눈이 오면 저대로 산은 또 다른 감동을 펼친다. 그것이 자연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관리주체는 환경부산하 공공기관인 국립공원공단이다. 20년 5월 현재 30사무소와 2원(연구원, 생물종보존원)이 있다. 30사무소 중에 산이 23개, 해상·반도가 6개 그리고 경주다. 산악지역 관리가 중요한 업무임을 알 수 있다. 산악지역 사무소 23개는 지리산에 4개, 북한산 소백산 내장산 무등산에 각 2개씩 있으니 산으로 보면 16개 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직접 관리한다.

최근 10년간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4명의 경력을 보면 경찰행정학을 전공한 경찰청장, 임학을 전공한 산림청장,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국회의원,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결식노인봉사단체회장 등이 이사장을 맡았다. 환경 관련 전공자는 없다. 말하자면 통치자의 보은인사나 정치인이 잠시 머물렀다 가는 대표적 기관 중 하나다. 소신껏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과거정책을 답습하면서 자신의 임기 중 큰 사건사고 없기를 바랄 가능성이 많다는 말이다.

 

국립공원 등산로는 사계절 개방돼야

기본적으로 국립공원 등산로는 사계절 개방되어야 한다. 우리보다 높은 산, 많은 적설량이 있는 나라도 안전을 명분으로 입산금지는 좀처럼 취하지 않는다. 등산이란 자신의 책임 하에 이루어지는 ‘오름의 철학이며 감동의 미학’이다. 철학과 미학은 위험에 비례하여 그 깊이를 더한다. 자동차도로를 달리다보면 안전표지가 있다. 미끄럼주의, 내리막커브, 상습정체, 터널내 전조등, 과속방지턱, 속도제한 등등 여러 경고가 있다. 국립공원공단의 논리라면 이러한 경고표시보다는 통행금지가 최선이다.

등산로에도 다양한 위험이 실재한다. 위험장소와 위험요인을 가장 잘 아는 곳은 해당 공원 관리사무소다. 등산위험에 관한 정보가 여러 형태로 제공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보의 제공은 ‘지속적인 통행’을 위한 공단의 책무다. 등산로 입구에 ‘출입통제’ 표지는 큼지막한데 실제 등산로 상에서 위험에 관한 정보제공은 인색하기만하다. 여기저기 출입금지팻말이 보일 뿐이다.

제안한다. 기상특보 시에는 입산 및 하산신고제를 도입하여 사고에 대비해주기 바란다. 휴대폰 위치추적을 하는 방법도 있다. 위험지역 지도를 만들어 위험종류별 정보를 제공해주길 바란다. 등산로는 소요시간이 있다. 입산과 하산 시간을 관리하면 사고예방에 도움이 된다. 위험지역에 졸음운전쉼터와 같은 간이대피소(목조)를 설치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공단이 등산안전에 기여하고 싶다면 이런 정도라도 우선 해줬으면 좋겠다. 기상특보 시 등산자제를 권고하는 것은 좋다. 허나 이것은 권고로 끝나야한다. 등산로를 함부로 막아서는 안 된다.

 

관리상 목적으로 길을 막아서는 안 돼

‘길’ 이란 계속 진화한다. 진화하지 않으면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는다. 등산로도 마찬가지다. 갈 수 없었던 미지의 길이 개척되어 몰랐던 비경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 만들어진 길은 중단 없이 통행되어야 한다. 80년 전 대학산악부가 올라가지 못한 설악산 등산로를 80년 후 일반 등산객이 반나절이면 올라간다. 이를 환경파괴, 등산안전의 시각에서만 평가할 것인가?

국립공원 등산로는 우리 삶의 공간이 된지 오래다. 관리상 목적으로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 출입금지만이 최선인가? 환경, 안전에 관한 문제는 통행을 지속하면서 풀어나가야 한다. 부처 간 이견이 있다면 공단이 설득하고 풀어야 한다. 그것이 공원관리요  공단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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