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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연재 | 백두대간진흥회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 ① _ 제49구간(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거진항)

 

길은 걷는 자의 몫이다

 

해파랑길 북쪽 끝자락을 걸었다. 고성에서 부산을 향해 간다. 한 달에 두 번, 한 번에 한 코스, 무리하지 않되 멈추지 않고 꾸준히 간다. 평화누리길도 그랬다. 서쪽 끝 김포에서 고성까지 2년에 걸쳐 걸었다. 이 땅의 등뼈 백두대간은 우뚝하게 솟아 장벽을 이루어 우리 삶의 양태를 결정지었다. 그 산줄기가 겸손하게 내려앉아 바다와 만나는 곳을 걸으면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만날 것이다. 오래 걸릴 일이다. 길은 남해 다시 서해로 이어질 것이다.

글 사진 · 서승범 객원기자

 

“이번 주말은 모처럼 비다운 비가 내리겠습니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하루 종일 그치지 않고 일요일 새벽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비는 며칠 전부터 예고되었다. ‘비다운 비’란 어느 정도의 비일까. 산불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아도 괜찮을까. 우리는 강원도 고성의 해파랑길 제49코스를 걸을 예정이었고, 1주일 전 고성에는 커다란 산불이 난 바 있다. 비를 맞으며 걷는 길이 유쾌하진 않겠으나 불에 대한 근심을 덜 수 있다면 약간의 불편함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토요일 새벽, 봄비가 가늘게 내리고 있었다. 서너 곳을 거쳐 일행을 모은 버스는 고성을 향해 달렸다. 대간 동쪽, 빗줄기는 제법 굵었고 하늘은 갤 낌새가 전혀 없었다. 예정된 인원에서 몇 명이 빠지긴 했다. 50명 남짓한 인원이 함께 해파랑길의 첫걸음을 뗐다.

 

저마다의 걸음으로 함께 걷는 길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를 출발해 남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바다를 왼쪽에 두고 걸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구름은 하루 종일 내릴 비를 머금고 있어 잔뜩 흐렸지만 탁 트인 바다의 전망은 그 자체로 장쾌했다.

해파랑길. 동해 너머로 떠오르는 해와 짙푸른 바다의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다. 동시에 파랑은 파도를 가리키기도 하면서 ‘랑’은 ‘함께’를 뜻하는 보조사이기도 하다. 그러니 해파랑길은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이다. 정확하게는 그런 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길이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의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에 이른다. 길이만 자그마치 770km다. 모두 50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마지막 구간인 50구간은 일부 구간(제진검문소~통일전망대)이 군사지역이기 때문에 걷지 못하고 차로 이동해야 한다. 산불과 코로나19 때문에 통일전망대는 운영되지 않는다. 우리는 49구간을 걷기로 했다.

길은 국도를 따라 이어진다. 우리가 아는 7번 국도보다 바다에 가까운 왕복 2차선 도로 위를 걷는다. 바다와는 몇 뼘 안 될 것 같은 거리다. 그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철조망이 있다. 이미 오래된 철조망, 이젠 거두어도 충분한 시대다. 지키는 이는 어차피 철조망 앞에 있지 않고 CCTV 화면이 있는 통제실에 있다. 그보다, 철조망으로 막고 싶었던 이들은 비행기를 타고 입국하는 시대다. 막는다고 막아질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 막는 것보다 통하고 흐르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옳고 마땅하기 때문이다. 지리산에서 시작한 걸음은 진부령 지나 백두산까지 이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백두대간진흥회는 해파랑길을 걷는다. 평화누리길에 이은 한반도의 둘레를 걷는 장기 프로젝트다. 2018년 7월 시작된 평화누리길 프로젝트는 지난 4월에 마무리되었다. 좀더 일찍 끝났어야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지연되었다. 650km를 37차에 걸쳐 걸어냈다. 해파랑길은 그보다 110km 정도 더 긴 길이다. 예정대로라면 2022년 초여름 무렵 마무리될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백두대간진흥회는 어떤 일이 있어도 걷는다는 쪽이 아니라 걸을 수 있을 때 걸을 수 있는 만큼 걷는다는 쪽이다.

 

파도처럼 힘차고 바다처럼 깊은 길을 열어주소

비가 잠시 주춤한 사이 발걸음을 재촉하니 대진항 지나 초도항이다. 유명하고 시설 화려한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항 옆에는 해수욕장이 있다. 우리는 이미 마차진해수욕장, 대진해수욕장, 초도해수욕장을 지났다. 작고 한적한 풍경이 좋다. 초도항을 지나면 화진포다. 일대에서는 가장 크고 경치가 좋은 해변이다. 길다란 해변은 화진포해수욕장이고 길 안쪽으로는 커다란 화진포호수가 있다. 초도항 앞의 작은 섬 금구도 또한 풍경 속에 자리해 바다가 심심하지 않다. 화진포의 이런 풍경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해서 호수 안쪽에는 이승만의 별장이 있고 해변 끝 산등성이에는 김일성의 별장이 있다. 해파랑길은 김일성 별장을 지나서 산으로 올라간다. 산이라기엔 좀 쑥스러운, 산책하기 제격인 동네 뒷산이다.

비에 바람이 더해졌다. 해파랑길을 여는 날이었으니 시도제(始徒祭)를 지낼 계획이었다. 산에 다니는 이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시산제를 지내듯, 더불어 길을 걷는 이들은 시도제를 준비한다. 다만 ‘도’가 길(道)이 아니라 무리(徒)인 까닭은 위험의 요소가 많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걷고자 함이다. 비를 피할 곳을 찾다가 화진포해수욕장의 크지 않은 정자를 발견, 시도제를 간단하게 지내기로 한다. 준비한 음식을 차리고 어렵게 시작한 프로젝트를 이루어가는 동안 안전하고 즐거운 시간이 이어지기를 바랐다. 부디 우리가 걷는 길이 바다처럼 깊어지기를, 그 길을 걷는 우리가 파도처럼 힘차기를. 더불어 코로나19를 빨리 극복하고 빼앗긴 일상을 되찾고 미뤄두었던 여행을 즐길 날이 오기를 기원했다.

시도제를 위해 준비한 떡과 고기, 과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면서 걷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길을 나선다. 김일성 별장을 지나 조붓한 산길로 이어진 해파랑길은 내내 완만한 언덕길을 따라 진득하게 치고 올라 응봉(鷹峯)에 닿는다. 무려 해발 122m에 달한다. 아래로 화진포의 호수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은… 비와 안개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망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무색하다. 자잘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듭하던 해파랑길은 어느 순간 탁 트여 널찍해졌다가 나무계단을 따라 거진항으로 내려선다.

 

길은 이어지고 우리는 걷는다

해파랑길을 시작한 날 우리는 12km 남짓 걸었다. 하루 걷기에 멀지도 짧지도 않은 거리다. 참가자들의 나이는 전반적으로 많은 편이다. 기운 넘치는 젊은이들처럼 달리듯 걷지는 못해도 길을 걷고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발걸음은 경쾌하다. 멀리 낯선 자연을 욕심내기보다 곁에 있는 길을 걸으며 즐거움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일정은 거진항에서 마무리되었지만, 길은 이어진다. 해파랑길 48코스는 이름도 비슷한 가진항까지다. 아마도 이 책이 인쇄되고 있을 무렵, 우리는 가진항을 향해 반암해변을 걷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길 위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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