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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2 _ 연인산

 

봄에 저를 찾아주세요,

연인산입니다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에 위치한 연인산(戀人山·1,068m)은 가평 8경 중 제3경으로 꼽히는 용추구곡(龍湫九谷)의 발원지이자 화전민들의 애환을 간직한 산이다. 일천 미터 고지의 높은 산 임에도 오랜 시간 이름 없는 무명산이었으나, 1999년 지명공모를 통해 ‘사랑이 이루어지는 산’이라는 뜻에서 연인산이라 이름 지어졌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옛날 연인산 자락에서 숯을 구우며 살아가던 청년 길수는 숯을 팔러 드나들던 참판댁의 여종 소정이를 사모했다. 길수가 소정과 혼인을 올리고 싶어 하자 참판은 길수에게 조(粗) 100석을 가져오면 허락하겠다고 한다. 갖은 노력 끝에 길수는 연인산 정상 샘 부근에서 아홉마지기 밭을 일궈 조 100석을 마련하지만 처음부터 혼인을 허락할 생각이 없던 참판의 계략에 빠지게 되고, 소정과 함께 조 더미 속에서 불타 죽는다. 이후 연인산에는 매년 봄 얼레지와 양지꽃이 군락을 이루게 되었는데, 길수와 소정의 못다 이룬 사랑의 한이 아름다운 꽃으로 승화된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연인산을 오르는 가장 빠른 방법

“문 기자, 일어나서 운악산 좀 봐봐! 정말 멋지지 않아?!”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더니 차에 타자마자 눈이 감겼다. 서울을 떠난 지 1시간, 가평에 들어서자 주위가 점차 초록의 신록에 물든다. 취재원들의 외침에 졸린 눈을 비비며 창밖을 보니 운악산의 웅장한 암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매년 봄이면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산객을 반기는 연인산의 등산로는 백둔리, 상판리, 마일리 등 여러 갈래가 있다. 그중 정상을 오르내리는 최단 거리 산행은 상판리 코스다. 상판리 조종천에는 2개의 등산로가 있는데, 장재울 등산로와 보아귀골이다. 도로를 따라 500m 정도 떨어져 있는 두 등산로는 각각의 들머리 앞에 같은 이름의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다. 둘 중 어느 코스를 선택하던 들머리부터 정상까지의 거리와 난이도는 비슷하다.

취재진은 이번 산행의 들머리로 장재울을 골랐다. 내비게이션에 ‘장재울 버스정류장’을 입력한 뒤, 도착지점에서 명지산로를 떠나 우측으로 300m 정도 들어가면 차량 10대는 족히 세울 수 있는 넓은 터가 나온다. 등산로는 주차장 터에서 바로 시작되며, 표지판이 눈에 잘 띄므로 들머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들머리에는 주차장과 더불어 커다란 쓰레기통이 있어, 산행을 시작하고 마무리하기에 좋다.    

운악교를 지나 10여 분 더 달려 오전 8시 50분경 들머리에 도착한다. 오늘 산행은 능선에 오른 뒤 헬기장과 연인산장을 지나 정상으로 가는 코스다. 하산은 아재비고개를 지나 귀목계곡 방면으로 진행할 계획이며, 총 약 10km 거리다. 취재진의 일정과 반대로 귀목에서 산행을 시작 후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오르는 방법도 있다.

오전 9시, 채비를 마치고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은 종일 맑은 날씨가 예보돼있어 취재원 모두 짧은 반팔을 챙겨 입었다. 따스한 햇볕과 선선한 바람, 최고의 날씨에 연인산을 오른다. 들머리에서 몇 걸음 가지 않아 바로 계곡을 건넌다. 인공의 아스팔트길에서 순식간에 깊은 자연으로 들어간다. 계곡의 수량이 적지 않아, 등산로에 들어서기 전부터 물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계곡 주위로 초록의 수풀이 우거져 기분 좋은 청량감을 느끼며 산행을 시작한다.    

계곡을 지나 길을 따라 5분여 들어가면 나무계단이 나온다. 나무 계단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르막은 정상 능선 삼거리까지 이어진다. 정상 능선까지는 전형적인 육산의 등산로다. 바위지대나 암릉이 없고, 흙길과 낙엽이 무성하다.

등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울창한 잣나무숲에 들어선다. 상판리 방면이 아니더라도 연인산은 고도가 낮은 초입 곳곳에서 잣나무숲을 만날 수 있는데, 하늘 높이 치솟은 잣나무가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고, 평평하고 폭신한 지대가 넓고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해, 매 주말이면 백패킹을 즐기러 오는 이들이 많다. 연인산은 1960년대에 화전민 300여 가구가 거주하던 곳으로, 잣나무숲 곳곳에서 옛날 화전민 집터를 발견할 수 있다.

잣나무숲을 지나 두 시간의 오르막 끝에 정상 능선 삼거리에 다다른다. 삼거리 표지판 주위로 넓은 터가 있어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목을 축인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내리 가벼운 능선길이다. 주린 배는 5분여 거리에 있는 헬기장에서 채우기로 하고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주능선에는 잡목과 마른 억새가 가득하다. 바스락바스락 수북하게 쌓인 지푸라기 밟는 소리가 듣기 좋다.

 

봄에 가장 아름다운 연인산

두부, 나물무침, 미숫가루, 오이…, 헬기장에 둘러앉아 비화식으로 간단히 점심 요기를 한다. 헬기장은 평평하고 넓으며 사방으로 조망이 트인다. 유유자적 주변 산세를 감상하며 신선놀음을 즐기기 좋아 수도권에서 손에 꼽히는 백패킹 성지다. 헬기장의 나무에 ‘전패봉 1,056m’이라 적힌 종이가 걸려있지만, 헬기장은 전패봉이 아니다. 또한, 1999년 3월 가평군 지명위원회는 ‘전패봉’에서 ‘우정봉’으로 봉우리 이름을 변경하였다. 우정봉은 정상과 반대 방향으로 우정능선을 타면 만날 수 있다.  

“여기는 봄에 와야 하네! 딱 봄이야!”

식사를 마치고 한결 가벼워진 배낭을 다시 짊어진다. 능선 위로 얼레지와 양지꽃, 철쭉과 진달래, 우산나물과 두릅, 제비꽃 등 각종 야생화와 산나물이 어우러지며 봄의 생명력을 발산한다. 헬기장을 시작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주위 산하는 신록이 가득 차올라 연둣빛 물결을 만든다. 지난여름과 겨울에 연인산을 찾았던 취재원들이 연인산의 봄에 매료되어 연신 감탄사를 유발한다.

정상부 능선길 곳곳에 보랏빛 진달래가 가득하다. 능선에 오르기 전까지 자주 마주쳤던 연분홍 철쭉은 고도를 높이자 모습을 감췄다. 진달래를 따라 살랑살랑 가벼운 오솔길 능선을 걸으면 금세 정상 직전의 사거리다. 사거리에서 좌측으로 진행하면 상판리 보아귀골, 우측으로 진행하면 연인산장이다.

“이렇게 하늘 바로 아래에 있는 진달래는 만나기 힘들어, 진달래는 보통 산속이나 나무 사이에 있으니까.”

연인산장을 둘러보고 정상에 오르기로 한다. 우측 사면을 따라 200m 정도 내려서니 높고 웅장한 진달래나무가 일렬로 줄지어 서 꽃길을 만든다. 진달래나무 군락 앞으로는 벤치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벤치를 지나 조금 더 내려서니 언덕 뒤로 연인산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통나무로 지어진 연인산장은 무인 산장으로 운영되는데, 산장 안에는 난로와 5~6명이 누울 수 있는 침상이 있다.

산장을 둘러보고 다시 정상으로 향한다. 산장 옆 진달래 군락이 동그랗고 풍성한 꽃잎을 마음껏 뽐내고 있어, 취재진의 걸음을 자꾸만 멈추게 한다.

다시 능선 삼거리에 오른다. 연인산장 삼거리에서 정상은 5분 거리다. 짧은 오르막을 따라 걸으며 정상부를 바라본다. 진달래가 지기 시작하고, 철쭉이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조금만 더 일찍, 또는 조금만 더 늦게 왔다면 분홍빛으로 뒤덮인 능선을 만났으리라.    

오후 1시, 네 시간여 만에 연인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석이 없어 휑하던 우정봉과 달리 주봉은 높이 2m, 가로 1m 가 넘는 웅장한 정상석이 있다. 정상에 오르면 남쪽으로 명지산과 귀목봉이 가까이 보인다. 명지산 우측으로는 멀리 화악산과 가평의 산세가 수려하게 펼쳐진다. 정상에서 서쪽으로는 운악산이 가까이 보인다. 날이 좋은 날에는 운악산 뒤로는 북한산 주능선이 한눈에 담긴다.

 

가슴 아픈, 조금은 오싹한 고개

명지산 바로 아래로 움푹 들어간 곳이 아재비고개다. 귀목으로 하산하려면 아재비고개까지 가야한다. 오후 1시 30분, 하산을 시작한다. 들머리부터 정상까지 내리 육산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연인산은 하산길에서 숨겨뒀던 바위들을 하나씩 뽐내며 등산객들의 산행에 재미를 더한다. 가로로 물결치는 모양의 아름다운 바위 위로 진달래, 개불주머니 등 다양한 야생화가 가득 피어있는 모습 또한 연인산 봄 산행에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정상에서 아재비고개 까지는 무난한 하산길이다. 등산로가 눈에 잘 띄고, 가파르지 않으며 때때로 오솔길 같은 쉬운 길도 나온다. 정상에서 아재비고개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아재비고개에는 사거리 표지판과 나무테이블이 하나 놓여있다. 좌측으로 가면 상판리, 우측으로 가면 백둔리로 하산할 수 있다. 연인산~명지산 종주산행을 즐기는 등산객들이 많은데, 갈림길로 빠지지 않고 쭉 직진하면 명지3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바로 시작된다.

아재비고개에는 가슴 아픈, 그리고 조금은 오싹한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계속되는 가뭄과 가난으로 굶주린 임산부가 친정으로 몸을 풀러 가던 도중 고개 중턱에서 출산을 하게 되었다. 출산 후 정신을 잃었다가 밤중에 자신의 옆에 있던 물고기를 잡아먹었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물고기가 아닌 아기를 잡아먹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미친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로 이 고개는 ‘아기를 잡아먹은 고개’라는 뜻에서 아재비고개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아재비고개는 주위로 밝은 노란빛이 특징인 피나물이 가득하다. 피나물은 앙증맞은 겉모습과 달리 줄기를 꺾으면 빨간 물이 나온다고 하여 피나물이라 이름 지어졌으며, 식용이 안 되는 독초다. 아재비고개에 얽힌 이야기와 군락을 이루고 있는 피나물, 어딘지 오싹함이 느껴져, 괜히 하산을 더욱 서두른다.  

취재진이 좌측 갈림길을 이용해 상판리 귀목고개 방면으로 내려선다. 아재비고개에서 귀목으로 이어지는 하산길은 등산로가 엉망이다. 울퉁불퉁 정돈되지 않은 길이 한 시간여 이어지는데, 마치 말라버린 계곡을 떠올리게 한다. 등산로가 명확하지 않아 자칫하면 길을 잃을 수 있으므로 나아갈 길을 계속 확인해야 하며, 바위가 험하므로 스틱을 사용해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 500m 정도는 비포장도로 같은 편한 길이며, 등산로는 들머리와 마찬가지로 도로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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