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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등반
암벽등반
해벽등반
스포츠클라이밍

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태안 학암포 암장

 

진정한 등반은 실전이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이 정도면 징크스다. 꼭 여름을 앞두고 진행하는 등반 취재는 비가 내린다. 아니나 다를까 취재원 모두가 어렵게 시간을 맞춘 이번 촬영도 하필 비가 내린다. 갑작스러운 비 예보에 계획했던 인수봉 등반 일정을 급하게 스포츠 오버행으로 변경한다. 우중에도 촬영이 가능한 바위라…, 서해안 태안반도의 학암포로 간다.

 

사이좋은 남매 클라이머

“인해야, 자신 있게 트웰브클라이머(난이도 5.12급 등반을 하는 등반가)라고 말씀드려!”

이번 취재는 남매 클라이머가 함께했다. 지난달 본지에 멕시코 원정 등반기를 기고한 김빛씨와 그의 남동생 김인해씨다. 크고 맑은 눈과 시원한 입매가 쏙 빼닮은 둘은 ‘클라이밍’이라는 공통의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여느 남매들보다 사이가 좋다. 누나인 김빛씨는 난이도 5.11a, 남동생 김인해씨는 5.12a급을 등반하는 수준급 클라이머들이다.

“등반은 제가 먼저 시작했어요. 너무 재밌어서 암장을 자주 다녔는데, 어느 날 누나가 ‘뭘 그렇게 혼자 재밌게 하느냐’며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김빛씨와 김인해씨는 2017년에 클라이밍을 처음 시작했다. 3년 전, 우연히 클라이밍에 관심이 생긴 김인해씨는 집 근처의 실내암장을 수소문해 다니기 시작했다. 이후 남동생이 점차 클라이밍에 빠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빛씨도 동생을 따라 호기심에 암장을 등록했다.

“원래 운동을 좋아해요. 수영, 달리기, 웨이트 등 운동 마니아죠. 그런데 클라이밍만큼 푹 빠진 종목은 없었던 것 같아요. 등반 중에는 전혀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아요.”

단단한 어깨와 전완근. 그을린 피부와 선명한 눈빛. 자세히 보지 않아도 김빛씨에게서는 건강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어릴 적부터 운동신경이 좋았던 김빛씨는 학부시절 사회체육학을 전공하며 문무를 두루 갖춘 진정한 체육인으로 성장했다. 그런 그녀를 알아본 센터장은 그녀에게 유소년 클라이밍 강사직을 제안했고, 마침 구직 중이던 그녀는 클라이밍 시작 2달 만에 클라이밍 강사가 되었다.

“누나가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저는 한동안 학교생활에 전념하느라 암장을 못 다녔어요. 학기가 끝나고 암장에 다시 왔더니, 그 사이에 누나가 강사가 되었더라고요! 덕분에 암장을 공짜로 다닐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우리 누나 최고! (웃음)”

 

서해안을 등지고 오르는 짜릿한 해벽

서울을 떠난 지 2시간, 서해안고속도로를 내리달려 태안에 들어선다. 학암포 암장은 2003년 윤길수씨와 봔트클럽에 의해 개척됐다. 암장은 15m 정도 높이의 오버행과 페이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난이도 5.8~5.12c에 이르는 12개의 루트가 있다. 암질은 단단한 편이라 낙석의 위험이 적으며, 대체로 크고 둥근 홀드가 많다.

암장의 들머리는 학암포 해수욕장이다. 학암포 선착장에 차를 세우고 공용화장실 뒤편의 등산로를 타고 등반지로 향한다. 주차장부터 등반지까지는 5분 거리이지만, 갈림길이 수없이 나 있는 군사 훈련지를 지나기 때문에 길을 잃기 쉽다. 언덕 위에 오르면 좌측으로 비닐하우스가 있다. 비닐하우스 이후로 갈림길이 많은데, 바다가 나올 때까지 쭉 직진해야 한다. 바위 끝에서 좌측 비탈길을 따라 내려서면 웅장한 오버행이 특징인 학암포 해벽을 만날 수 있다. 또는, 썰물 때 학암포 해수욕장에서 해변의 바위를 따라 바로 암장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겁먹지 마, 손잡아줄게! 자~ 하나, 둘, 셋!”

아찔한 1.5m 너비의 절벽을 폴짝 뛰어넘으면 비로소 학암포 암장에 도착한다. 바위 가까이에 다가서니 곳곳에 박혀있는 볼트와 완등앵커가 눈에 들어온다. 학암포 암장은 루트명과 난이도가 따로 적혀 있지 않지만, 볼트를 따라 이어지는 각각의 등반선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비를 피해 바위 안쪽에 짐을 풀고 루트를 자세히 살펴본다. 전날 밤부터 쏟아진 비가 오버행 아래의 바위까지 적신 탓에 바위가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고 있다. 오늘은 이러나저러나 물바위 등반이다.

“진짜 5.12b일까요? 그러면 좀 부담될 것 같은데….”

바위 중앙부의 짧은 루트를 첫 등반으로 골랐다. 첫 볼트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등반선을 보니 완등앵커까지 필요한 퀵드로는 총 4개, 인터넷을 뒤져 찾아본 오래된 개념도에 따르면 중앙부 오버행 아래에서 퀵드로 4개가 요구되는 루트는 단 하나, 조각구름(5.12b)이다. 김인해씨가 반신반의 표정을 지으며 등반을 시작한다. 그의 이전 최고기록은 5.12a, 만약 등반에 성공한다면 그의 기록은 경신된다.

“괜히 쫄았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5.12 아닌 것 같아요!”

김인해씨가 첫 볼트 이후 바위틈에 몸을 구겨 넣는 동작을 구사하며 발끝을 바짝 세운다. 좌측 바위에 올라선 뒤로는 그새 몸이 풀렸는지 더욱 가뿐하게 등반을 이어간다. 온사이트인 만큼, 나름 신중하게 동작을 이어갔음에도 등반길이가 10m가 채 되지 않은 탓에 등반이 순식간에 마무리된다. 하강을 마친 김인해씨가 연신 루트 난이도를 부정한다. 뒤이어 김빛씨도 가뿐히 온사이트에 성공한다. 취재진 모두 개념도와 루트를 번갈아 보며 어리둥절 고개를 갸우뚱한다. 에라 모르겠다 난이도가 중요하랴, 즐거우면 그만이다!

 

푸른 하늘을 오르는 빛

“도저히 동작풀이가 안 되는데, 그냥 리딩으로 해볼게요.”  

스타트가 영 불안하다. 학바위 우측, 오버행을 넘어 직등 하는 루트인 푸른하늘(5.10c)은 스타트가 크럭스다. 오버행을 넘어서며 오른손을 높게 쳐야 하는데, 버티는 왼손 홀드가 믿음직스럽지 않다. 톱로핑으로 한참 동작을 풀어보던 김빛씨가 결국 ‘하강’을 외친다. 수차례의 시도 끝에 체력이 떨어져 그런 것이라 생각해 격려의 말을 건네려는 순간, 김빛씨가 대뜸 ‘재등반’을 외친다. 그것도 리딩으로.

“톱로핑으로 하니까 긴장감이 없어서 집중이 더 안 되는 것 같아서요. 하하”

추락에 대한 공포, 체력고갈, 신체적 한계…, 일반적으로 등반 진행이 어려우면 등반자는 톱로핑을 진행한다. 덤덤하게 리딩 등반을 준비하는 김빛씨를 보며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일반적인 통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곧바로 바위에 붙은 김빛씨가 보란 듯이 크럭스를 한 번에 돌파하며 완등 앵커까지 거침없이 벽을 오른다. ‘진정한 등반은 실전’이라는 걸 몸소 보여준 클라이머 김빛. 그녀의 등반을 바라보며 안전과 안주(安住)만 추구했던 지난 등반을 되돌아본다.

마무리등반으로 김인해씨가 푸른하늘(5.10c)에 붙는다. 앞서 등반했던 김빛씨가 고전했던 2~3번째 볼트에서 김인해씨도 잠시 주춤거린다. 하지만 트웰브클라이머답게 이내 오른손을 시원하게 뻗으며 크럭스 너머의 홀드를 안정적으로 잡는다. 침착한 성격, 긴 팔과 다리, 발달한 등과 어깨. 그가 가진 클라이머로서의 장점이 그의 등반을 더욱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만든다. 김인해씨가 7번째 볼트를 지나 완등 앵커에 로프를 통과시킨다. 등반자 위로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빙벽이야말로 등반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해요. 지난겨울에 제대로 배워보려 했는데, 얼음이 얼지 않아서 기회가 없었어요.”

등반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김인해씨가 앞으로의 등반 계획을 주섬주섬 꺼내 들려준다. 김인해씨와 김빛씨는 둘 다 실내암장에서 클라이밍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인공의 홀드보다 자연 바위 등반을 더욱 선호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멀티, 드라이툴링, 빙벽 등을 섭렵하며 토탈클라이머의 길에 들어선 누나 김빛, 그런 누나를 따라 다양한 산과 바위를 경험하며 등반 영역을 넓히고 싶은 동생 김인해. 두 청년등반가의 앞으로의 도전과 성장에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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