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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 종주산행

르포1 _ 예빈산~운길산

 

두물머리 향한 날갯짓…

구름도 멈춰간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한강을 이루는 두물머리. 예빈산~운길산 종주코스는

한강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팔당역을 기점으로 천마지맥 예빈산에 오르면

한강을 가로지르는 팔당대교와 그 너머 하남시를 필두로 서울이 한눈에 펼쳐진다.

게다가 ‘구름도 가다가 산에 걸려 멈춘다’는 운길산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 조망은

일찍이 서거정이 동방의 사찰 중 제일이라고 격찬했을 만큼 환상적이다.

글 · 강윤성 편집장  사진 · 정종원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에 자리한 예봉산(禮蜂山·683m)과 운길산은 한북정맥에서 한강 두물머리로 뻗어 내린 천마지맥 끄트머리에 마주보며 솟구친 산이다. 한북정맥 상의 운악산과 수원산 사이 서파고개(350m)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친 천마지맥은 주금산, 철마산, 천마산을 거친 다음 갑산을 빚고 새재고개를 넘어선 후 예봉산과 운길산(610m)으로 각각 뻗어내려 한강변에 우뚝 솟구친다. 그리고 이 두 산줄기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되는 두물머리 인근에서 모두 사그라진다. 두 산을 잇는 산줄기는 두물머리를 조망하는 최고의 종주코스라 할 수 있다.

 

두물머리 조망하며 천마지맥을 따르다

지난 4월 2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도심 근교 종주산행에 나섰다. 오전 8시, 일행들과 운길산 수종사에서 만나 차 한 대를 주차하고, 예봉산 들머리인 상팔당으로 향한다.

예봉산은 서울에서 손꼽히는 근교산행 코스다. 경의중앙선 팔당역 전철이 개통되면서 많은 등산인들이 팔당역을 기점으로 예봉산 산행을 즐긴다. 운길산 또한 마찬가지다. 이 두 산을 이으면 15km에 이르는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팔당역이 지척인 상팔당(팔당2리)에 도착한다. 한강을 낀 산답게 예봉산과 예빈산이 우람하고 험준하게 솟아있다. 상팔당에서 도로를 800m쯤 올라 예봉산 강우레이더 관측 사무소 직전에서 우측 능선을 탄다.

“연분홍 진달래꽃이 사방에 피었네요. 이쪽 능선길이 완만하고 참 예뻐요.”

동행한 이희남씨가 길을 안내하며 봄산을 예찬한다. 매주 한 번씩은 산행한다는 산책코스라며 앞장선다. 봄의 화려한 개화를 시샘하는 지 다소 바람이 세차다. 하지만 진달래꽃은 아롱곳 하지 않고 지릉 이곳저곳을 넘나들며 지천에 피었다. 처음 맞이하는 진달래 꽃산이 일행들의 발걸음을 가볍고 들뜨게 한다.

제법 가팔라지는 능선을 중턱쯤 올라서자 팔당역에서 오른 등산로와 합류하는 쉼터(예빈산 1.97km, 팔당역 1.33km)가 나온다. 한강으로 뻗어 내린 서릉을 몇 굽이 더 올라서니 예빈산~팔봉산 주릉이다. 남쪽으로 주릉을 타고 예빈산(590m)에 올라선다.

 

직녀와 견우의 애틋한 사랑 깃든 예빈산

“이곳이 일명 직녀봉입니다. 베짜는 여인 ‘직녀’와 소를 모는 ‘견우’의 이야기가 깃든 산이죠.”

직녀와 견우는 일심동체라. 250m 거리에는 견우봉(590m)이 이웃해 있다. 1년에 한번 만났다는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이 바람을 타고 전해오는 듯하다. 견우봉 너머로 천마지맥 마지막 봉우리인 승원봉이 봉긋하고, 그 뒤로  두물머리가 내려다보인다.

“이리와 여기 벤치에 앉아보세요. 한 편의 엽서사진이지 않아요?”

이희남씨의 손짓에 고개를 들린다. 산 정상에는 사진 촬영을 위한 액자 모양의 조형물이 서 있다. 친절하게 벤치도 놓여있다. 한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라는 촬영 포인트다. 조형물 뒤편으로 굽이져 흐르는 한강의 시원스런 풍광이 펼쳐진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검단산, 팔당역과 팔당대교, 그리고 하남시가 사각 프레임 안에 잡힌다. 그 너머로도 서울 시내가 전부 보일 정도로 확 트인 조망이다. 예빈산~운길산 종주산행의 맛은 이처럼 멋들어진 한강 조망에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한강을 이루는 두물머리 비경을 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예빈산은 옛날 배를 타고 영월, 정선, 충주, 단양, 춘천으로 오가는 길손들이 한양을 떠날 때 마지막으로 삼각산이 보이는 예봉산 아래 팔당에서 임금에게 예(禮)를 갖췄다고 해서 산이름을 예빈산으로 지었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유래는 조선시대에 수림이 울창하여 인근과 서울에 땔감을 대주던 주요원료 공급원이었는데, 정부 관서 중 손님을 맡아보던 관아의 ‘예빈시’에 나무벌채권이 있었기 때문에 예빈산이라 불리게 됐다고도 한다. 예로부터 검단산(동악 승산)과 함께 한성백제의 강역을 수비하던 외오성 산이었고, 조선조 땐 나라굿 기우제를 봉행했다고 한다. 다산 정약용 형제가 유년시절 산책하며 웅혼한 기상을 키운 곳이기도 하다.

 

천마가 한강에 날개를 펼친 예봉산

예봉산을 향해 율리고개로 내려선다. 도중에 멋들어진 소나무 한 그루가 반겨준다. 잡귀와 부정을 물리치고 마을을 수호한다는 보호소나무다. 앞쪽으로 장중한 예봉산과 이웃한 율리봉이 솟구쳐 있다.

율리고개에 도착하니 널찍하고 부드러운 안부에 철쭉나무가 군락지를 이룬다. 호젓한 주릉을 타고 율리봉에 올라선다. 율리봉은 정화선사가 지은 <강역산유기>에 밤이 많이 나는 산마을에 있는 산이라 하여 명명했다고 한다.

천마지맥은 율리봉에서 북서쪽으로 솟구치며 예봉산으로 향한다. 가파른 오름길에 등산인들이 앞 다퉈 오른다. 정상에 다다르자 천문대와 다를 바 없는 모양의 예봉산 강우레이더 관측소가 설치돼 있다. 레이더 반사파를 분석해서 강수량을 산정하는 홍수예방용 시설이다. 전국에 7개(임진강, 예봉산, 가리산, 서대산, 소백산, 모우산, 비슬산)의 관측망이 있다.

관측소 주변의 널찍한 데크에는 많은 등산인들이 올라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정상의 조망은 가히 일품이다. 거대한 한강 물줄기가 하남시 미사지구에 솟은 아파트를 넘실거리듯 유유히 흘러간다.

남쪽 한강 너머로 검단산이 솟아있고, 북서쪽으로는 불암산과 수락산, 그 너머로 북한산과 도봉산도 보인다. 북쪽으로는 천마산, 축령산, 서리산, 주금산, 죽엽산이 첩첩산중을 이룬다. 동북쪽으로 마주보이는 운길산 너머로는 청계산, 화야산이 치솟아 있다. 또한 용문산과 백운봉도 하늘금을 이룬다. 눈앞에 보이는 거의 모든 산이 서울의 젖줄인 한강의 발원이거나 그 유역의 산들이다.

예봉산은 본디 운길산으로 불리던 산으로, 현재의 운길산은 본래 조선말까지 초동산, 수종산, 조곡산으로 통용되었다고 한다. 팔당댐 북서쪽 산을 예빈산이라 불렀고, 운길산과 조곡산 사이에는 절터가 산재해 있어 절골산이라 불렀는데, 일제강점기 때 지명이 적갑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후대에 이르러 지명의 유래가 혼란스러워지자 예빈산의 예(禮)자와 봉안역의 봉(奉)자를 합성하여 예봉산이 되었다고도 한다. 그리고 정상에 봉수대와 보루성터가 있는 것으로 미루어 봉화대를 뜻하는 봉(烽)자를 써서 예봉산이 되었다가  봉(峰)으로 바뀌었다는 설도 있다.

예봉산에서 천마지맥을 타고 철문봉(630m)으로 향한다. 안부에 다다르자 철지난 억새밭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이 가사에서 으악으악 무슨 뜻인지 아세요? 으악새는 새가 우는 소리가 아니라 늦가을에 핀 억새를 가리킨다고 해요.”

억새밭을 지나 철문봉에 올라선다. 이 산은 정약전, 정약종 형제가 본가인 여유당(남양주 조안면 능내리 마재)에서 집 뒤 능선을 따라 이곳까지 와서 학문(文)의 도를 밝혔다(喆) 하여 철문봉이라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내 능선 상에 패러글라이더 활공장이 나온다. 하남시 미사지구를 중심으로 한 서울시의 광대한 조망이 한눈에 펼쳐지는 곳이다. 잠시 조망을 즐긴 후 물푸레나무 군락지를 지나고 1기의 돌탑을 거쳐 적갑산(560m)에 이른다. 정상석 주변에 나무가 울창해서 조망이 그다지 트이지 않는다.

 

구름도 산에 걸린다는 천혜의 조망처

운길산 갈림길에서 천마지맥을 벗어나 운길산을 향해 거침없이 뻗어나간 능선을 탄다. 예봉산에서는 꽃샘추위로 움츠렸던 진달래가 다시금 연분홍 꽃잎을 휘날리며 반겨준다.

장대한 능선이 동남쪽을 향해 굽이굽이 이어진다. 몇 개의 봉우리와 거친 바위봉을 넘어서자 최근 계단이 새로 개설된 운길산(610m)이 솟구쳐 있다.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널찍한 데크가 설치된 정상에 올라선다. 이희남씨가 예전에 왔을 때는 공사중이었는데, 너무도 잘 만들어놨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데크 가장자리에 서니 두물머리 풍광이 가히 환상적이다. ‘구름도 가다가 산에 걸려 멈춘다’는 운길산이다.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이 하나가 되는,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아름다운 풍경에 넋이 나간다. 500km쯤 되는 한강 물줄기에서 가장 넓은 호수를 이룬 곳이다. 두물머리 주변으로 운길산역, 북한강철교, 양수대교, 신양수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건너편 예빈산에서 내려뻗은 천마지맥이 견우봉과 승원봉을 지나 두물머리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곳 승원봉의 가파른 산록의 능내천주교묘지에는 무수한 묘지들이 들어차 있다. 이만한 명당도 쉽게 찾기 힘들 듯싶다.

운길산 정상에서 수종사(水鐘寺)로 내려선다. ‘물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려 퍼진다’는 절이다. 이제는 그 휘돌아 치는 물살이 두터운 갑문에 갇혀 흐르지 않는다.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이곳을 두미협곡이라 했다. 팔당이라는 지명도 이곳의 물살이 빨라 배가 전복하는 사고가 많아 안전을 기원하고자 당집을 세웠는데, 그 수가 무려 8집이나 되어서 팔당(八堂)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한다.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팔당호의 모습은 일찍이 서거정이 동방의 사찰 중 전망이 제일이라고 격찬할 만큼 과히 환상적이다. 마치 바다와 같은 드넓은 호수가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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