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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백패킹

 

르포2 _ 충주 계명산

 

꼬끼오! 호반 위로 비치는 저 여명을 보라!

 

충주시 북동쪽에 위치한 계명산(鷄鳴山·775m)은 충주호를 병풍처럼 두른다. 서쪽으로 목행동, 동쪽으로 동량면과 접하며 충주호 건너편 동북쪽으로 지등산과 마주본다. 정상에 오르면 충주시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고 호반 위로 펼쳐지는 월악산의 선경이 빼어나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계명산은 원래 오동산 또는 삼항산이라 부르다가 백제 시대부터는 계족산(鷄足山)이라 불렸다. 당시 이 산의 남쪽 마고성(麻姑城)에 왕족이 성주로 있었는데, 성주의 딸이 산기슭에서 지네에 물려 죽게 되어 성주는 산신령에게 치성을 드렸다. 그러자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말하길 지네는 닭과 상극이니 산에 닭을 풀어놓으라 하였다. 성주가 그 말에 따라 닭을 방목하자 지네가 사라졌고, 계속 닭을 풀어놓아 산 곳곳에 닭의 발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해서 ‘계족산’이라 이름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계족산은 이후 1958년, 충주시에서 ‘여명을 알리다’라는 뜻의 계명산으로 개칭하였다.

 

충주호 관광의 중심지, 마즈막재

“코로나 바이러스로 계명산 자연휴양림은 당분간 운영하지 않습니다.”

자연휴양림을 들머리로 하려다 마즈막재로 노선을 변경한다. 중국 우한 발 호흡기 감염질환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에 들이닥친 지 어느덧 두어 달, 국내 확진자는 어느덧 1만 명에 육박한다. 바깥 외출과 외부인 접촉을 지양하는 안전 안내 문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 핸드폰을 울리고, 국민들의 마스크 줄서기와 코로나를 막기 위한 의료진들의 사투가 이어진다. 전국의 국립공원과 자연휴양림도 그 여파를 피해가진 못했다.

안림동, 충인동, 서암동과 연결되는 해발 260m의 마즈막재는 오래전 죄수들이 사형장으로 갈 때 마지막으로 넘는 고개였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마즈막재에는 충주호가 한눈에 조망되는 전망대가 있어 오가며 들리는 관광객이 많으며, 충주호 관광 유람선, 충주댐, 충주호 종댕이길, 계명산, 계명산 자연휴양림 등 대표적인 충주호 관광지로의 접근성이 좋다.

특히, 계명산 산행을 계획하는 등산객들에게 마즈막재는 들머리나 날머리로 삼기 좋은 곳이다. 마즈막재에는 넓은 무료 주차장과 화장실 있으며, 계명산 정상에 오르는 가장 빠른 등산로가 마즈막재에서 시작된다. 마즈막재 외에도 용골, 민마루, 범동, 하종, 계명산 자연휴양림 등 계명산 산행은 여러 갈래의 등산로가 있다.

취재진은 마즈막재를 들머리로 제1전망대를 지나 계명산 정상에 오른 뒤, 제2전망대와 목행·용탄동삼거리를 지나 연수암으로 하산하는 총 7.5km의 산행을 계획했다. 4~5시간 소요되는 무난한 난이도의 산행으로, 당일 산행으로도 충분한 일정이지만, 충주호가 한눈에 담기는 정상 헬기장에서의 여유로운 백패킹을 즐기기 위해 1박 2일의 일정을 계획했다.

마즈막재에서 정상까지 산행거리가 2.5km이므로, 운행 첫날은 여유를 부려 오후 산행을 결정했다. 오후 1시에 서울에서 출발해 광주원주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내리 달려 오후 3시경 마즈막재 주차장에 도착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따스한 햇볕, 충주호의 맑고 쾌청한 느낌이 취재진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등산로는 주차장 건너편으로 바로 보인다. 건너편에서 울타리를 따라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는데, 계단 끝에는 웅장한 대몽항쟁전승기념탑이 있다. 대몽항쟁전승기념탑은 고려시기 충주산성에서 몽고군과 싸워 승전한 김윤후 장군과 호국영령을 기리기 위해 2003년 건립되었다. 승전년도 ‘1235’가 새겨진 높이 15m의 동판과 갑옷을 입은 5인의 군인상이 묘사된 거대 기념비가 웅장한 모습으로 들머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 충주는 몽고군을 상대로 9번의 항전을 치렀으며, 수차례 의미 깊은 승리를 거두었다.

 

나만 알고 싶은 숨은 백패킹 명소

기념탑 관광을 마치고 산행을 이어간다. 본격적인 산행은 기념탑 이후부터 산속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시작된다. 계명산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등산로 주위는 내리 나무가 무성하고 잘 정리된 흙길이다. 한여름이면 새파란 충주호 곁으로 초록 산하의 자태를 뽐낼 산이다. 겨울과 봄 사이, 조금 일찍 찾은 계명산은 아직 앙상한 민머리 나무와 마른 낙엽만이 가득하다.

마즈막재 등산로는 정상까지 가는 최단시간 코스이지만 그만큼 주능선에 빨리 올라야 하므로 계속 오르막이다. 오르막에 들어선 지 10여 분 만에 취재진 모두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배낭에 넣는다. 정상에서의 1박을 위해 가득 챙겨온 각종 식량과 텐트의 무게가 이마의 땀방울을 재촉한다. 취재진의 알록달록 배낭이 뒤뚱뒤뚱 나란히 산행을 이어간다. 저마다 100L의 배낭을 빵빵하게 채워왔다.

오후 4시 20분, 마즈막재 주차장 출발 1시간 만에 제1전망대에 도착한다. 제1전망대는 평평한 지대에 표지판이 하나 세워져 있고, 별다른 설치물은 없다. 표지판에 따르면 제1전망대에서 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할 수 있으며, 거리는 약 1.4km로 내리막을 따라 30분 정도 소요된다.

배낭을 내리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갖는다. 이희남씨가 챙겨온 울릉도 고로쇠 물을 나눠 먹으며 충주호의 시원한 풍경을 감상한다. 전망대 직전까지는 나무 사이로 충주호가 살짝 보이는 정도였는데, 전망대에 올라서면서 주위로 조망이 환하게 트인다. 계명산을 힘차게 휘감는 충주호의 굵은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소백산과 금수산의 산세가 운해 사이로 어렴풋이 보인다. 우측 충주호 너머로는 월악산이 특유의 뾰족한 봉우리를 한껏 뽐내고 있다.

제1전망대를 떠나 다시 오르막을 이어간다. 15분 정도 오르니 나무벤치가 나온다. 이곳은 벤치가 있어 산행 중 쉬어가기 좋으나, 주위 조망은 전혀 없다. 편안한 휴식보다는 벤치가 없어도 장쾌한 조망을 자랑하는 제1전망대에서의 휴식을 추천한다.

오후 5시 20분, 마즈막재 주차장 출발 약 2시간 만에 오늘의 숙영지, 정상 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은 2~4인용 텐트 4~5동을 칠 수 있는 넓이의 잔디밭이다. 헬기장 바로 앞으로 일망무제 충주호의 조망이 펼쳐진다. 배낭을 내려놓는 것도 잊은 채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본다.

충주호가 휘감고 있는 계명산은 어느 등산로를 고르더라도 충주호를 조망할 수 있지만, 충주호 조망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정상이 으뜸이다. 제1전망대에서 충주호 너머로 빼어난 자태를 뽐내던 월악산은 정상에서 더욱 선명하고 가까이 보인다. 소문내 알리고 싶지 않은, 나만 알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곳이다.

 

장쾌한 조망의 호반산행

정상은 헬기장에서 약 100m 떨어져 있다. 비슷한 고도의 오솔길 같은 등산로를 따라 빠르게 이동한다. 정상에는 고도 표시가 다른 두 개의 앙증맞은 정상석이 있다. 무릎 높이의 정상석 주위로 옹기종기 모여 단체사진을 찍은 후, 헬기장으로 돌아간다.

둘째 날 산행거리는 전날의 두 배다. 능선을 타고 하종마을 갈림길과 제2전망대를 지나 용탄동삼거리에서 좌측 연수암 방면으로 하산하는 총 5km의 산행이다. 전날보다 산행 거리는 길지만, 내리 오르막이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능선 산행이 이어지는 일정이다.

오전 10시 20분, 충주호에서의 지난밤을 뒤로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표지판을 지나 잠시 가파른 내리막이 이어지다, 이내 평온한 능선 산행이 시작된다. 이번 계명산 일정은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르다. 걸음이 빠른 정종원 기자와 이희남씨가 먼저 하산해 들머리 마즈막재에 주차해둔 차를 가지고 하산 지점으로 돌아오기로 한다. 두 사람의 수고 덕에 후발대인 기자와 이정윤, 서미석씨는 천천히 여유로운 산행을 즐긴다.

오전 11시 20분, 충주시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 쉼터에 도착한다. 충주호 조망을 즐기기에 정상이 가장 좋다면, 충주 시내의 조망은 이곳이 제일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사각형 모양의 충주시내는 도심 안의 고층 건물과 시내 밖으로 펼쳐진 황량한 논밭이 대비돼 더욱 특별한 모습을 연출한다.

등산로는 계속해서 가벼운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진다. 종종 작은 배낭을 메고 산행을 즐기는 충주 시민들을 마주친다. 용골, 민마루, 봉골, 텃골, 하종 등 여러 마을로 등산로가 이어진 계명산은 과연 충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친구 같은 산이다. 멀리 나뭇가지에 노란 열매가 달린 것처럼 보여 다가가 보니 생강나무에 샛노란 꽃봉오리가 맺혔다. 계명산에도 봄이 찾아왔다.

“거기서 봉우리 3개는 더 넘어야 해”

정상을 떠난 지 2시간, 능선에서 본격적인 하산길에 접어든다. 곧이어 뒷목골산약수터와 다양한 운동기구가 있는 작은 공원에 들어선다. 공원 이후로는 여러 갈래로 하산이 가능해, 선발대로 먼저 하산한 취재원들이 전화로 길잡이를 도와준다. 공원에서 연수암까지는 내리 좌측으로 직진하며 3개의 봉우리를 넘는다.

연수암 하산은 ‘대뜸’ 끝난다. 삼거리 표지판에서는 하산까지 0.7km라 적혀 있어 20분은 정도의 산행을 더 예상했는데, 표지판을 지난 지 5분 만에 등산로가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등산로가 끝나는 곳은 사유지라 차가 들어오지 못한다. 그런 이유에서도 ‘0.7km’에는 비포장도로의 길이도 포함된다. 터덜터덜 도로를 따라 걷다 선발대 취재원들을 만난다. 쉬엄쉬엄 여유로운 충주의 호반산행을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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