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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백패킹

 

르포1 _ 서산 팔봉산

 

태안반도 아우르는 서해의 금강산

 

팔봉산은 해발 362m에 불과한 낮은 산이지만 울창한 송림과 불끈 솟은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천혜의 절경을 뽐낸다. 태안반도 길목에 병풍을 이룬 팔봉에서 내려다보는 서해와 가로림만의 풍광은 더욱 일품이다. 산 곳곳에는 우럭바위, 거북바위, 코끼리바위 등 기이한 바위가 많고 암릉이 아기자기해서 산행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게다가 이곳은 서해안 절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서산 아라메길 4코스 출발점이기도 하다.

글 · 강윤성 편집장  사진 · 정종원 기자

 

충남 서산에 자리한 팔봉산(八峰山, 362m)은 금북정맥 금강산(금강산, 316m)에서 서북쪽 건너편에 이웃한 봉우리다. 높이 362m, 주능선 길이 3km에 불과한 나지막한 산이지만 여덟 봉우리마다 주옥같은 기암괴석들이 화려하게 솟구쳐 장관을 이룬다. 태안반도 길목에 병풍을 친, 하늘과 바다 사이에 솟구친 여덟 봉우리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팔봉이란 이름이 가져다주는 명성만큼이나 천혜의 절경을 자랑한다.

 

하늘과 바다 사이에 우뚝 선 여덟 봉우리

지난 3월 11일 코로나로 출장이 미뤄진 김영선 사진작가와 개학이 마냥 늦춰진 강산(중3)과 함께 서산 팔봉산을 찾았다. 서산 나들목을 벗어나 정서쪽으로 24km, 서산시청을 지나자 남쪽으로 금강산 산줄기가 흐르고, 금학리를 거쳐 양길리에 자리한 팔봉산 주차장에 들어선다.

팔봉산은 서해 가로림만에서 불과 1km 남짓한 남쪽에 자리하고 있다. 태안반도 길목에 불끈 솟구친 1·2·3봉을 이룬 기암괴석은 한눈에 봐도 ‘나 팔봉이요’ 하고 손짓한다. 태안반도를 찾을 때마다 눈길을 잡아채던, 꼭 오르고 싶었던 낮고 좋은 산이다. 수려하기 이를 때 없어 봄맞이 백패킹으로 최적의 산이 아닐 수 없다. 양길주차장은 평일임에도 산을 찾은 이들의 차량이 많다. 배낭을 메고 팔봉산 등산 안내도와 서산 아라메길 종합안내도 앞에 선다.

“이곳이 서산9경 중 5경이네요. 가야산이 6경이고….”

“팔봉산이 서산 아라메길인가 봐요. 팔봉산 등산로와 아라메길 이정표가 같이 있네요.”

팔봉산은 서산 아라메길 중 팔봉면 호리구간(4구간)에 속한다. 이곳 팔봉산 주차장에서 구도항, 주벅, 장구섬, 노루목, 팔봉갯벌체험장, 호리항, 호덕간사지, 마루지, 방천다리 거쳐 원점회귀하는 총연장 22km 구간이다. 산악구간은 팔봉산이 유일하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천혜의 관광명소가 아닐 수 없다.

“낮은 산 좋은 산 수려한 산이네요. 주차장 시설도 이만하면 훌륭하고요.”

팔봉산 양길주차장에서 머리맡에 솟구친 암봉을 향해 오른다. 펜션촌을 지나 널찍한 송림에 들어선다. 가족이나 연인끼리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아늑한 너른 숲이다. 입구에는 조선 후기 서산의 여류시인인 오청취당의 <스스로 탄식하며> 시비가 서 있다.

 

술 한 잔에 시 한 수

정숙함엔 합당치 않으나

시는 울적한 회포 논할 수 있고

술은 능히 맺힌 근심 풀어낸다네.

세상 일 들릴 땐 몰래 귀를 막고

속된 것 볼 때면 머리를 긁적이지.

오직 한가로이 자적함일 뿐.

고아한 취미는 오직 한가로이 자적함일 뿐

이 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어른 덩치만한 크기의 시비인지라 팔봉산에 관한 시구가 적혀있나 봤더니, 인생의 희노애락과 처세에 관한 내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스트레스가 몰려든 이 때, 산을 찾아 하룻밤을 묵는 백패커나 고아한 취미를 가진 산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시구가 아닐 수 없다.

 

서해 가로림만 풍광 펼쳐지는 감투봉

양길주차장에서 300m. 길은 소나무숲 아래서 등산로와 어성임도로 나뉜다. 커다란 돌탑을 지나 완만한 너른 흙길을 따르자 벤치가 자리한 공터가 나오고, 돌덩어리가 듬성듬성 보이고 가팔라지더니만 금세 1봉과 2봉 안부에 도착한다.

왼쪽에 자리한 1봉(210m)에 올라선다. 집채만 한 바위들이 엎치고 덮치며 곡식단처럼 쌓여 웅장한 암봉을 이룬다. 이름 또한 노적봉이고 감투봉이다. 높은 벼슬에 오른 대감의 감투 또는 노적을 쌓아올린 모양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봉에 서니 이웃한 2봉과 3봉이 남쪽에 치솟아 있다. 배낭을 벗고 북쪽에 난 비좁은 석문을 빠져나가니 또 다른 세상이다. 광활한 바다와 어우러진 목가적인 농촌 풍경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특히 서북쪽으로 이원반도와 대산반도가 둘러싼 가로림만이 눈앞에 펼쳐진다. 육지 속에 파고든 바다인 만과 그 안의 섬들, 고파도, 우도, 분점도, 웅도, 저도 등 무수한 섬들이 점점이 박혀있고, 저 멀리 서해가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태안반도 끝에 자리한 만리포, 천리포, 구름포, 파도리 해수욕장도, 오래전 찾았던 추억어린 꾸지나무골, 신두리, 학암포 해수욕장도 손 뻗으면 닿을 듯싶다.

1봉을 빠져나와 남쪽에 자리한 2봉으로 향한다. 안부를 벗어나자 기암괴석이 반겨준다. 거북바위와 위아래 한 몸을 이룬 우럭바위다. 눈물을 글썽이는 형상의 거북바위와 달리 우럭바위는 당장이라도 회 쳐 먹어도 될 정도로 그 생김새가 생생하다.

“저녁 안주거리로 안성맞춤인데요.”

철계단을 타고 기암괴석을 넘어 2봉(270m) 정상에 올라선다. 이번엔 코를 길게 내뺀 코끼리 바위가 반겨준다. 앞은 남자 코끼리, 뒤는 여자 코끼리를 닮아서 코끼리 부부 바위라 불린다.

2봉을 떠나 완만한 주릉을 타고 숲길에 들어선다. 능선 한가운데 기이하게 생긴 바위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다. 얼핏 보면 귀여운 사자를 닮은 것 같은 해태상이다. 누군가 괴석에 눈과 코와 입을 그려 놨다. 이내 정자와 데크가 있는 쉼터(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 너머에 솟구친 3봉이 얼핏 보인다. 바위를 품은 정상의 모습이 힘센 용사의 어깨를 닮았다하여 어깨봉이라고도 불린다.

3봉(361.5m) 정상부에 이르자 거대한 바위가 가파르게 솟구쳐 있다. 통천문에 들어서니 팔봉의 수호신이 산다는 용굴이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다. 가뭄 때면 비를 내려 풍년이 들게 해준다는 신령스런 용이 살았다고 한다.

수직의 벽에 설치된 가파른 철다리를 올라서자 광대한 조망이 펼쳐진다. 동서남북 360도 거침없는 조망이다. ‘하늘과 바다 사이 여덟 봉우리’라는 팔봉산 수식어에 걸맞은 풍광이다.

서쪽 낮은 구릉성 산지 너머 수평선이 석양에 금빛으로 물든다. 태안반도와 안면도, 이안반도와 대산반도, 해안가의 수많은 해수욕장이 수평선과 지평선을 이루며 다가온다. 점차 가로림만도 금빛으로 빛난다. 하늘과 땅이 검붉은 빛과 어둠으로 잠시 분리됐다가 하나가 된다. 다시 볼 수 없는 황홀한 광경이다.

 

산에서 하늘과 바다와 하나 되다

3봉과 4봉 안부의 헬기장 너른 터에 텐트를 친다. 어둠이 짙어오자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그 중 가장 큰 별이 팔봉산에 내려앉는다. 텐트 안은 작지만 또 다른 별세계다. 팔봉산 초입에서 보았던 시비에 새겨진 시구처럼 세상일에 귀를 막자 맺힌 근심이 술술 풀어진다.

그러던 오밤중에 별안간 전세가 급변한다. 정종원 기자의 스마트폰이 울리면서다. 양길주차장에 자매 백패커가 도착했다는 기별이다. 정종원 기자와 김영선 사진작가가 빈 몸으로 텐트를 뛰쳐나가 주차장까지 내려갔다가 배낭을 받아서 짊어지고 온다.

“몰래 와서 깜짝 파티를 해주려고 했는데, 괜히 신세만 졌네요.”

한가로운 자적함은 사라졌지만 왁자지껄 또한 근심걱정을 없애기에는 최적이 아닐 수 없다. 이 밖에 더 무엇을 구하리오? 여류시인 오청취당의 시가 이리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다니….

밤을 꼬박 새고 나니 해가 중천이다. 텐트를 접고 이웃한 4봉에 다함께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긴 시간, 짧은 산행을 함께한 자매와 이별을 고한다. 이희남·이정윤 자매는 왔던 길을 그대로 내려가 취재진의 차를 회수, 어송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한다. 야밤에 올랐던 터라 팔봉산의 백미를 이룬 1·2·3봉의 화려한 모습을 감상코자 한 까닭도 있다.

4봉을 넘어서니 8봉까지는 일사천리 능선 숲길이다. 연이은 고분군처럼 봉우리가 봉긋봉긋 솟아있다. 쉬엄쉬엄 길을 가도 금세다. 올라서는 각 봉우리마다 송림 아래 바위들이 군락을 이룬다. 1·2·3봉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수려한 봉우리들이다. 그렇게 5봉(290m), 6봉(300m), 7봉(295m)을 올라서고, 전봇대(소방 시설물)를 지나 삼각점이 자리한 8봉(319m)에 닿는다. 완만한 능선길을 내려서자 송림이 울창한 콘크리트길이다. 하룻밤 사이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마을 어귀에 내려서자 샛노랗게 핀 생강나무 조림지가 따스한 봄날처럼 마음을 보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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