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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덕유산

 

소복소복 순백의

겨울왕국으로 가는 길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도통 추위를 느끼기 어려운 겨울이다. 예년 같으면 진즉에 얼음이 얼고, 여기저기서 함박눈 소식이 들려와야 하는데, 목이 빠져라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다. 출근길 길가의 개나리 나무에는 1월 중순에도 벌써 꽃봉오리가 맺혔다. 지구온난화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명실상부 눈꽃산행 명소

“지금 무주에 눈이 내린다는데, 내비게이션을 다시 찍을까요?”

내리는 둥 마는 둥, 쌓이는 둥 마는 둥. 이따금 내리는 눈도 영 시원치 않았다. 일기 예보에 맞춰 선자령에서 태백산, 다시 발왕산으로, 귀하디귀한 눈을 찾아 수차례 대상지를 바꾸었다. 그리고 취재 당일, 평창으로 향하던 중 멀리 전북에서 들려온 눈 소식에 급히 핸들을 튼다. 목적지는 덕유산, 더 이상의 변경은 없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상고대는 기대도 안 한다! 눈이나 조금 쌓여있어라!”

덕유산(1,614m)은 전라북도 무주와 장수, 경상남도 거창과 함양군 등 4개 군에 걸쳐 있다. 남한에서 네 번째로 높으며, 주봉 향적봉(1,614m)이 남덕유산(1,507m), 삼봉산(1,264m), 적상산(1,029m)과 이어지며 백두대간의 장대한 산줄기를 만든다. 덕유산은 특히 겨울산행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적설량이 많아 스키를 즐기는 사람이 많고, 하얀 눈이 쌓인 설천봉과 향적봉의 눈꽃은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세 시간을 내리 달려 무주덕유산리조트에 들어선다. 무주덕유산리조트는 덕유산 국립공원 안에 자리 잡은 스키장이다. 무주리조트는 겨울철 스키장으로도 유명하지만, 산자락에 위치한 덕에 덕유산 산행과 산악자전거를 즐기기에도 좋다. 이외에도 각종 식음시설과 함께 승마, 노천탕, 물썰매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전북 최고의 휴양시설이다. 특히 천육백 고지까지 운행하는 곤돌라가 있어, 남녀노소 어렵지 않게 덕유산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무주리조트의 곤돌라는 덕유산 향적봉에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다. 곤돌라의 운행 거리는 약 2.7㎞, 탑승시간은 약 15분 정도이며, 창밖으로 무주리조트의 전경과 덕유산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곤돌라 승강장이 있는 설천봉(1,520m)에서 향적봉까지는 도보 20여 분 거리다. 등산로에는 내리 멋진 주목 군락이 우거지고 정상 능선에 오르면 주위로 조망이 시원하게 트인다. 적상산, 마이산, 가야산, 지리산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설국의 문이 열리다

인당 16,000원짜리 왕복티켓을 끊고 곤돌라승강장으로 이동한다. 스키장의 인공눈을 제외하고 주위의 나무들에는 눈이 조금도 쌓여 있지 않다. 멀리 정상부를 바라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안개가 자욱해 주위 산세가 보이지 않는다. 오후 12시경, 곤돌라에 올라탄다. 곤돌라 운영시간은 날씨와 기온에 따라 매일 다르다. 승강장 좌측 알림판에 오늘의 마지막 운행은 오후 4시 30분이라 적혀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안개는 더욱 자욱해진다. 창문 밖으로는 바로 앞의 나무만 보일 뿐이다. 어느새 설천봉 승강장에 도착한다. 15분 전, 스키장에서는 보지 못했던 설경이 승강장을 빠져나감과 동시에 펼쳐진다. 사방으로 수북하게 눈이 쌓여있고, 주위로 눈과 안개가 자욱하다. 승강장 바로 옆의 덕유산국립공원 표지판과 건너편 휴게소의 지붕 위로는 눈이 10cm가량 쌓여있다.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와 사방으로 내려앉는 차가운 눈송이가 이렇게 반가울 수 없다.  

주위를 둘러보니 뒤뚱뒤뚱 펭귄 걸음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많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아이도 눈에 들어온다. 취재진도 안전 산행을 위해 배낭에서 아이젠과 스패츠를 꺼내 착용한다. 동계산행에서는 아이젠과 스패츠, 등산 스틱 등의 산행 장비가 필수다. 설천봉 정상 휴게소에서 모두 대여가능하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은 600m 정도 거리다. 등산로에는 내리 계단과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고, 가파른 오르막이 없어 누구든 무난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눈이 세차게 내려 바로 앞의 5m 전망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울타리에 몸을 붙이고 한 줄로 이동한다. 향적봉까지 이어지는 등산로 나무의 가지들에는 수북하게 쌓인 눈이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흔들리고 있다. 때때로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주목이 등산객의 발걸음을 잡는다. 주목 옆으로 기념촬영을 위한 등산객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며 여유롭게 산행을 이어간다. 설천봉을 출발한 지 30여 분 만에 덕유산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의 안개는 더욱 심해 주위의 조망이 전혀 없다. 세찬 바람에 취재진도 옷깃을 더욱 여민다. 바로 향적봉대피소로 이동한다. 향적봉대피소는 정상에서 남쪽 방면으로 150m 정도 떨어져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서니 멀리 눈 쌓인 오두막 같은 게 눈에 들어온다. 향적봉대피소와 주변 풍경이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동화 속 세상처럼 그림 같은 순간을 연출한다. 정상을 떠난 지 5분여 만에 대피소에 다다른다. 주위를 둘러보니 향적봉대피소는 유난히 눈이 더욱 수북하게 쌓여 있다. 능선이 바람을 막아주어 그런 것일까 추측해본다. 아쉽게도 이곳에서도 주위 조망은 없다. 날이 좋은 날에는 대피소에서 지리산 천왕봉이 보일 정도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대피소 안으로 잠시 추위를 피해 들어간다. 향적봉대피소에서는 컵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등산객들이 라면을 호호 불며 먹는 모습과 라면의 매혹적인 향기가 취재진을 유혹한다. 잠시 고민하다 주린 배는 하산 후에 채우기로 한다. 라면보다는 설경 감상에 시간을 더욱 투자하기로 한다.

대피소 앞으로 누군가 만들어놓은 눈사람이 있다. 잘 빗은 둥근 머리에 나뭇가지로 만든 눈과 입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어 마치 부처님을 떠올리게 한다. 향적봉대피소 지킴이로서 오고 가는 등산객들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눈사람의 머리 위로 보드라운 눈이 계속 쌓여간다.

 

능선 산행 유명한 덕유산

향적봉대피소에서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왔던 길을 돌아서 정상으로 간다. 계단을 모두 오르면 짧은 암릉지대가 나오고 금세 정상석에 도착한다. 취재진의 일정처럼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까지 바로 올라 향적봉을 만나는 짧은 코스도 있지만, 덕유산은 향적봉 주위로 다양한 중장거리 산행코스가 많다.

대표적으로 육십령에서 출발해 구천동에서 끝나는 총 32km의 육구종주가 유명하다. 남덕유산에서 삿갓골재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따라 무룡산, 동엽령, 백암봉, 중봉을 거쳐 향적봉에 이르는 아름다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육십령에서 향적봉까지 24km이지만, 중간에 삿갓재대피소와 향적봉대피소가 있어 1박 2일 또는 2박 3일 일정으로 종주 산행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당일 산행으로는 무주 구천동에서 백련사를 거쳐 향적봉을 오르내리는 길이 가장 유명하다. 산행 외에도 백련사 주변으로 33경의 절반이 있어 산행 전후 곁들여 즐기기에 좋다. 특히 구천동 계곡을 따라 제1경 라제통문부터 시작되는 학소대, 추월담, 수심대, 인월담, 사자담, 금포탄, 구천폭포의 비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오후 4시 30분, 어느새 다가온 하산 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승강장으로 이동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리조트로 돌아가는 15분, 곤돌라 안에서는 조금 전 산행의 되새김질이 이어진다. 순백의 덕유산에서 겨울의 갈증을 가득 채워간다.

“오늘 본 상고대와 눈꽃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과연 덕유산이네요.”

“마치 일본의 북알프스가 떠올랐어요. 안개가 심해서 주위 조망을 보지 못한 게 아쉽지만요.”

“덕유산은 처음인데, 다음에는 남덕유산까지 종주산행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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