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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옛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 

이곳에 머물렀다지!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 있는 가리왕산은(1,561m)은 각종 희귀 산림이 뿌리내리고 있는 청정 원시림으로, 역사적·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산이다. 최고봉 상봉 외에도 중봉(1,433m)·하봉(1,380m)·청옥산(1,256m)·중왕산(1,371m)으로 능선이 이어져 높고 웅장한 산 너울을 만드는 강원도의 진산이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가리왕산은 조선 시대부터 벌목이 금지된 봉산(封山·벌목을 금지한 산)이다. 지난 500년간 천연 원시림을 유지하며 다양한 고산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1,980ha 가리왕산과 주변 지역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8년, 산림청은 평창 동계 올림픽 알파인 경기장 조성을 위해 가리왕산 중봉 북사면에 축구장 66배에 달하는 면적의 산림을 벌목했다. 이는 약 5만8천 그루의 나무가 베어진 것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당시 ‘산림 자원 전면 복구’를 내걸며 벌목이 진행되었지만, 아직 가리왕산은 복원되지 않았다. 동계 올림픽이 끝난 지 2여 년이 된 지금, 알파인 경기장의 곤돌라를 지역 자원으로 남기고자 하는 강원도와 정선 군민들, 약속한 산림 전면 복구를 시행해야 한다는 산림청 간의 끝이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숙암분교 들머리로 가기 위해 알파인 스키 경기장 앞에 차를 세운다. 보존도, 복구도 기약 없는 올림픽의 잔재를 바라보며 ‘최소한의 자연 훼손을 위한 결정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본다. 가리왕산의 허허벌판 민머리 사면으로 세찬 눈발이 휘갈긴다.

 

숙암분교에서 시작하는 가리왕산 4코스

가리왕산을 오르는 길은 크게 네 갈래로, 각각 1·2·3·4코스라 부른다. 가장 많은 등산객이 찾는 제1코스는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삼마니교를 들머리로 어은골 임도와 마항치삼거리를 지나 정상에 오른다. 제2코스는 자연휴양림방면 매표소에서 중봉에 먼저 오른 후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간다. 제3코스는 장구목이를 들머리로 시작하는데, 4개 코스 중 가장 단시간에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취재진이 선택한 숙암분교 들머리는 제4코스로, 제2코스와 같이 중봉에 먼저 오른 후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가는 코스다.

지난달 가평 유명산을 함께 올랐던 이희남·이정윤 자매가 이번 가리왕산 취재에도 함께한다. 이번 취재 산행은 정상 상봉의 헬기장에서 1박 후 장구목이 방면으로 하산하는 총 11.3km의 1박 2일 장거리 산행이다. 이틀 치 식량과 식수, 텐트와 침낭까지, 취재진의 네 개의 100L의 배낭이 빈틈없이 꽉꽉 채워진다. 오늘 밤부터 내일까지 비 소식이 예보되지만, 천 육백여 고지인 만큼 비가 눈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산행을 진행한다.

오전 11시 30분, 숙암분교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숙암분교 들머리는 다른 등산로와 달리 눈에 띄는 안내도가 없다. 수풀 사이를 유심히 찾아보아야 표지판이 보인다. 가리왕산 등산로는 흙길 주위로 나무들이 우거지는 일반적인 육산의 형태다. 들머리부터 정상 능선에 오르기 전까지는 내리 오르막이다. 스틱에 무게를 싣고 천천히 고도를 높인다.

출발 한 시간 만에 임도에 다다른다. 숙암분교에서 중봉까지는 임도를 두 번 지난다. 임도의 표지판이 가리키는 정상 방향을 따라 300여m 직진 후, 왼쪽 등산로로 빠지면 다시 산행이 시작된다. 가리왕산은 어느 길로 오르던 산행 중 임도를 지나친다. 때때로 임도를 만난 반가운 마음에 임도를 탈출로로 생각하는 등산객들이 있는데, 그런 마음은 접어두는 게 좋다. 가리왕산의 임도는 산 전체를 둘러싸고 있으며 그 길이는 100km가 넘는다. 미로처럼 이어져 있어 길을 잃기 쉽기 때문에, 임도를 따라 도보로 등산로를 빠져나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자작나무 군락을 지나 정상으로

첫 번째 임도를 지나 다시 산행을 시작한 지 한 시간여 만에 오장동 임도에 닿는다. 한겨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취재진 모두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짊어진 100L의 배낭과 영상을 오가는 기온의 영향이다. 임도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고 잠시 재정비를 한다.

“한여름에도 이렇게 땀을 흘린 적이 없던 것 같아. 옷이 다 젖었어.”

“임도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갑자기 쉬는 시간이 주어진 것 같네!”

휴식을 마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오장동 임도에서 중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자작나무 군락지로 시작된다. 새하얀 자작나무와 눈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은 추위와 배낭의 무게도 잊게 한다. 가리왕산은 자작나무 외에도 주목, 잣나무, 단풍나무, 갈참나무, 박달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자작나무 숲 이후로는 중봉까지 내리 오르막길이다. 다시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앞서가는 취재원의 배낭에 눈송이가 내려앉는 걸 바라보며 기분 좋은 산행을 이어간다.

오후 4시 30분, 취재진이 중봉에 도착한다. 중봉은 평평하고 넓은 지대다. 1~2m 높이의 두 개의 원뿔 모양 돌탑이 중봉의 정상석 역할을 하고 있다. 돌탑 바로 우측으로는 삼거리 표지판이 있다. 숙암분교 방면에서 올라온 취재진 기준, 우측 갈림길은 정상으로 이어지는 2.2km의 능선길이고, 좌측은 가리왕산자연휴양림방면 3.5km의 하산길이다.

가파른 오르막은 중봉까지다. 이후로 정상까지는 여유로운 능선 산행이다. 때때로 짧은 오르막이 있지만 이내 다시 평평한 길을 걸으므로 산행이 훨씬 평온해진다. 능선에는 종종 쓰러진 주목 나무가 등산로를 막고 있기 때문에 기어서 지나가거나 등산로 밖으로 나무를 돌아가야 한다.

중봉을 떠난 지 50여 분 만에 정상삼거리에 다다른다. 내일 하산할 장구목이 방면 등산로를 확인 후, 정상삼거리를 지나 정상으로 재빨리 이동한다. 삼거리부터 정상까지는 약 200m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하다. 예상보다 길어진 산행으로 초조해진 마음에 걸음을 더욱 재촉한다. 중봉부터 심해진 안개는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자욱해진다. 4~5m 앞의 시야도 확보되지 않을 정도다.

오후 5시 30분, 가리왕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 삼거리를 지난 지 10여 분 만이다. 그새 안개가 더욱 심해져 정상 조망이 조금도 없다. 가리왕산 정상은 날이 좋을 때면 사방으로 조망이 트인다. 북쪽 평창 방면으로는 오대산, 서쪽으로는 백덕산, 동쪽으로는 청옥산과 두타산이 그림 같은 풍광을 만든다. 정상석 옆으로 바로 헬기장이 있다. 평평하고 고른 곳을 골라 텐트사이트 구축을 시작한다. 새벽 동안 안개가 걷혀 일출 비경이 펼쳐지길 기대하며 텐트 입구를 동쪽으로 향하게 한다.

 

아찔한 빙판길 이어지는 장구목이 하산

“재난 영화가 따로 없네, 다들 정신 차리고 어서 탈출하자고!”

다음 날 아침, 일출과 산 너울을 기대했지만, 자욱한 안개는 조금도 걷히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 굵은 빗방울이 텐트 위로 사정없이 떨어진다. 가리왕산이 천 육백 고지인 만큼, 비 예보가 분명 눈으로 바뀔 거라는 취재진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밤새 쏟아진 비로, 침낭은 물론 텐트 안의 물건들이 모두 흠뻑 젖었다.

“비가 이렇게 내리니, 산행 중간에 쉬어도 쉬는 게 아니겠어요. 멈추지 말고 장구목이까지 쭉 하산하는 거로 해요.”

이희남씨가 챙겨온 누룽지를 끓여 따뜻하게 배를 채우고 하산 채비를 시작한다. 기온이 오르고 비가 내려 하산길이 미끄러울 것에 대비해 아이젠과 스패츠도 꼼꼼하게 착용한다. 빗물을 듬뿍 머금은 텐트를 배낭에 밀어 넣고 걸음을 서두른다. 보통은 정상석에서 취재진 단체 사진을 찍곤 하는데, 오늘은 어렵겠다는 생각을 할 때쯤 이정윤씨가 취재진을 불러 세운다.

“그래도 할 건 해야죠! 모두 여기 보세요!”

정상 조망도 없고, 취재진도 물에 빠진 생쥐 꼴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특별한 추억을 이정윤씨가 한 장 담아낸다. 그래도 남는 아쉬움은 ‘가리왕산을 다시와야할 이유’라고 생각하자며 취재진 모두 하산을 시작한다. 취재진은 어제 왔던 길을 200여 미터 되돌아가 중봉 삼거리에서 장구목이 방면으로 하산할 계획이다. 만약 정상에서 중봉 반대편으로 산행을 진행하면 등산로는 평창 주왕산으로 이어진다. 주왕산은 다시 청옥산으로 이어진다.

오전 9시 20분, 능선을 타고 달리듯 이동한 덕에 정상을 떠난 지 5분여 만에 정상 삼거리에 도착한다. 삼거리부터 본격적인 장구목이 등산로가 시작된다. 장구목이 등산로는 가리왕산 정상을 오르내리는 최단 코스로 끊임없이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특히 동계 산행에서는 하산길이 매우 미끄러우므로 부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산까지 목표는 3시간! 다들 조심히 내려갑시다! 부상 조심!”

삼거리부터 하산 지점까지는 3.9km, 어느새 형성된 전우애를 다지며 본격적인 하산길에 오른다. 전날보다 식량과 식수 무게가 많이 줄었지만, 옷과 텐트가 흠뻑 젖은 탓에 무게가 늘어나 어깨로 느껴지는 하중은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스틱을 더욱 움켜쥐고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발을 옮긴다.

장구목이 등산로에는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 불리는 주목(朱木)이 많다. 가지각색의 빼어난 자태를 뽐내는 주목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반가운 장구목이 임도에 도착한다. 정상을 떠난 지 1시간 10여 분 만이다. 임도에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목을 축인다.

임도 이후로는 돌계단이 이어지고 경사가 완만해져 하산이 더욱 수월해진다. 특히 마지막 1km 정도는 걷기 좋은 산책로 같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영상과 영하를 오가는 이상 기온과 눈과 비가 반복되는 날씨에 등산로는 마지막까지 미끄러운 길이다. 끝까지 안전에 주의를 가하며 오전 11시 50분, 정상을 떠난 지 2시간 30여 분 만에 국도에 도착하며 이틀간의 가리왕산 눈꽃 산행을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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