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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특종 _ 안나푸르나 눈사태 고립자 헬기 구조 생환기

 

폭설로 80여 명 고립…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갔다

 

지난 1월 17일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눈사태로 실종된 한국인 4명에 대한 수색작업이 기상악화로 난항을 겪고 있다. 사고 당시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 고립됐던 윤경한씨가 헬기로 구조되면서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기록한 원고를 21일 잡지 마감 3시간 전에 카톡으로 보내왔다. 헬기 구조 영상과 사진은 이틀 전 이용호 네팔 주재기자를 통해서 받았던 터다. 이 사진과 영상은 본사 제공으로 이미 국내 주요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보도된 바 있다. 당시의 긴박했던 조난자들의 생환 상황을 전한다.

글 사진 · 윤경한(네모여행사 대표)

 

2020년 1월 16일, 간간이 날리는 눈을 밟고 데우랄리를 출발하여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데우랄리에서 첫 출발은 국내 트레킹 전문 여행사인 혜초팀이 먼저 시작했다. 히운출리 아래 상습 눈사태 지역을 피하기 위해 모다콜라를 건너 우회를 했다. 눈발이 심해지고 바람도 점차 강해졌다.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을 때는 그 사이 내린 눈 탓인지 ABC까지 러셀이 되어있지 않았다. 또한 눈발이 더 심해져 더 이상 오를 수 없었다. 이날 16일에 ABC에 도달해야 하는데 MBC에서 발이 묶였다.

계획을 변경하여 16일 이곳에서 숙박을 하고, 17일 아침에 일기를 보고 새벽에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일기예보가 심상찮다는 것이다. 17일 아침부터 눈이 심상찮게 퍼붓기 시작했다. 오르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하산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오전 내내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등정을 포기하고 하산을 염두에 뒀다. 러셀을 해서 하산을 시도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일기가 예측되지 않은 상황에다 이미 시간이 반나절이 지나간 때라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평상시에도 2시간 걸리는 길을 허리까지 쌓인 눈을 러셀하면서 오후 5시 이전에 돌파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허리까지 빠지는 폭설…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 80여 명 고립

우리 팀 가이드는 당연히 필자에게 머물 것을 조언했고, 그 점에서 나와 의견이 일치했다. 다행히 주력부대인 혜초여행사의 가이드도 이날 하산은 무리라 판단했던지 전 인원이 하루 종일 롯지에 꼼짝없이 머물러있었다. 이후 상황이 녹녹치 않음이 느껴져 이날 각 팀 대표들끼리 모여 회의를 했다.(이때는 이미 모든 통신수단이 단절되었고, 이 내용은 우선 고객들에겐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MBC에 발이 묶인 인원은 혜초여행사 약 45명, 우리 팀 11명, 유럽팀 3명, 중국팀 등을 합쳐 총 80명쯤 됐다. 각 팀 대표들과의 회의 결과는 아침에 눈이 그친다는 전제 하에 7시반경부터 러셀을 시작하기로 했다. 다행인지 이날 늦은 오후부터 안나푸르나 남봉 위로 하늘이 일부 보였다 사라지는 등 구름이 옅어지는 기미가 보였다.(러셀 겸험자가 많지 않아 데우랄리 롯지에서 올라오는 중 발이 묶인 혜초팀에서 러설을 해 올라오게 연락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이때는 이미 통신이 원활치 않아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이날 데우랄리 혜초팀은 이미 하산을 시도했고, 그 뒤를 따르던 그룹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들었다.) 러셀팀은 가용인력이 가장 많은 혜초팀에서 8명, 우리 팀에서 가이드와 나 2명, 유럽팀 가이드 1명, 중국팀 가이드 1명 등으로 구성됐다.

18일 아침이 되자 밤새 눈이 더 내렸다. 이날 아침, 혜초팀은 러셀을 해서 하산한다는 입장이었고, 나는 밤새 상황이 더 심각해진 것을 파악하고 동반한 우리 팀 가이드에게 의견을 구했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며 머물 것을 조언했고, 나도 동의했다. 그러나 이날 함께 협조하기로 한 혜초팀 리더와의 약속이 마음에 걸렸다. 아침식사 후, 러셀팀 구성이 바뀌었다. 고객들은 무조건 제외하고, 혜초 메인 가이드와 가이드, 그리고 스텝들로 러셀팀을 구성했다. 이들이 약 7군데의 위험지역을 통과하여 안전지대까지 러셀을 한 후, 혜초 메인 가이드가 다시 롯지로 복귀하여 고객들을 인솔하여 하산하는 계획이었다.

 

80여 명 전원 헬기로 무사히 탈출

이 계획에 대해 나는 별도로 우리 팀 가이드인 비노드와 의견을 나누었고, 당연히 그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머물 것을 주장했다. 나 역시 이에 동의했다. 이유는 아침시간 선두에 출발한 러셀팀이 혹 안전지대까지 성공적으로 도달할지 모르나, 메인 가이드가 게스트를 데리러 롯지로 복귀하는 시간까지 따지면 족히 정오는 될 것이고, 이때는 마차푸차레 쪽에서 비추는 햇빛으로 인해 눈이 녹을 가능성이 높아져 오히려 고객들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혜초팀에 협력하기로 한 약속과 우리의 판단이 엇갈려 고민하던 나는 이 내용을 우리 팀 고객들에게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우리 가이드(비노드)를 러셀 팀에 합류시켜 혜초와 협조하게 하고, 일차 안전지대까지 길이 확보되면 혜초팀 메인 가이드가 본대의 인솔을 위해 롯지로 복귀할 때 메인 가이드와 함께 비노드 가이드를 함께 복귀하게 하여, 우리 팀 본대도 함께 하산할 것인지 여부를 비노드의 판단에 맡기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1차 러셀에는 동참하지만, 본대의 합류는 함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혜초 인솔자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했다. 그 점에 대해 그도 이해했다. 아침 식사 후 러셀을 시작했으나 이미 목까지 빠지는 상태에서 러셀은 불가능했다.

러셀팀이 복귀한 후 다행히 마침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원 헬기로 탈출할 것을 결정하고 헬리포트로 사용할 장소를 만들었다. 헬리포트를 만들고 난 후 바로 헬기가 도착했다. 그동안 기악악화로 헬기가 뜰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트레커와 네팔 가이드, 포터 등 80여명의 고립되었던 사람들은 안전지대인 촘롱 마을까지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다. 탈출 순서는 당연히 고객들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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