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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 _ 용문산

 

용이 승천할 듯 치솟은 큰 멧부리

용문산은 경기도에서 화악산(1,468m)과 명지산(1,267m) 다음으로 높다. 예부터 경기의 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산세가 웅장하고 빼어나며, 골이 깊다. 용문(龍門山)이란 거창한 이름 그대로 ‘큰 멧부리가 하늘을 꿰뚫을 듯 치솟은 산’이다. 용문산의 옛 이름 또한 ‘미지산(彌智山)’이다. 미지란 곧 미르, 용을 뜻한다. 이렇듯 용문산에 오르면 용이 승천할 듯 치솟은 겨울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글 · 강윤성 편집장  사진 · 정종원 기자

 

‘용문산용문사’ 편액이 박힌, 두 마리 용이 떠받치고 있는 일주문에 들어선다. 갈색의 말라버린 이파리들이 수북이 쌓인 삭막한 계곡길이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계곡을 벗어나 용문사 사천왕상을 경유하여 계단을 올라서니 용문사의 상징,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가 반겨준다. 은행나무 허리께쯤 하늘금을 이루고 있는 용문산 산세조차 은행나무 때문에 오히려 왜소해 보일 정도다. 이번 용문산 산행에 동행한 이희남씨가 오랜만에 마주한 은행나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이 은행나무가 백년도 아니고 이백년도 아니고 무려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그리 오래됐는데도 전혀 굽힘없이 하늘을 꿰뚫을 듯 서 있네요.”

 

1000년간 용문사와 함께한 은행나무

천년 세월을 꿋꿋하게 버텨온 용문사 은행나무의 당당한 기세에 경외감이 샘솟는다. 그 오랜 세월에도 결코 타협하거나 굽히지 않은 늠름한 모습이다. 높이가 무려 67m, 둘레는 15m. 동양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로 알려져 있다. 수령이 1200년이 됐음에도 해마다 열다섯 가마쯤의 은행이 열린다고 하니, 사람으로 치면 여전히 장년층이 아닐 수 없다.

천연기념물 30호이기도 한 이 은행나무는 조선 세종(재위 1418~1450) 때 정3품의 벼슬인 당상관이란 품계를 받을 만큼 중히 여겨져, 오랜 세월동안 용문사의 흥망성쇠를 침묵한 채 지켜보았던 만큼 여러 가지 사연들이 많다.

통일신라 경순왕(927~935년)의 아들인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고 하며,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자라서 나무가 되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또한 이 은행나무를 자르려고 톱을 대었는데 그 자리에서 피가 났다는 이야기, 정미의병(1907년) 항쟁 때 일본군이 의병의 본거지라 하여 사찰에 불을 질렀는데 이 나무만 타지 않고 살아남아 천왕목으로 불렸다고도 한다. 은행나무 뒤편에 자리한 용문사(龍門寺)는 1000년의 역사를 지닌 고찰이다. 은행나무의 수령만큼이나 절의 역사 또한 오래됐지만 크게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용문사를 벗어나 절골로 접어든다. 큼지막하고 둥그스름한 바위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너른 계곡 왼편으로 등산로가 따른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자 이정표(용문산 3.0km, 상원사 2.1km, 마당바위 1.9km)가 나온다. 모두 같은 방향이다. 이곳에서 200m를 올라서니 상원사(1.7km) 가는 길이 좌측 능선으로 올라선다. 취재진이 해질 무렵 내려올 하산코스다.

구름 한 점 없는 시퍼런 하늘 아래 벌거벗은 계곡은 적막하고 황량하기 짝이 없다. 협곡은 용이 협곡에서 승천하려 거칠게 몸부림이라도 친 듯 거칠기만 하다. 온통 낙엽과 너덜지대, 벌거벗은 나무들뿐이다. 협곡 위로 보이는 유난히도 시퍼런 하늘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다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없이 산길을 오른다. 때때로 가파른 계곡에 걸친 깊어 보이는 소와 작은 폭포들이 눈길을 잡아챌 뿐이다. 시간이 마냥 그렇게 흘러간다.

 

협곡의 기암괴석 용각바위와 마당바위

등산로는 협곡을 좌우로 건너기도 하고, 다리를 넘기도 하며 비탈을 우회하기도 하지만 계속 계곡 한길이다. 종종 사태로 등산로를 뒤덮은 너덜지대가 나타나기도 한다. 앞서 가던 이희남씨가 협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가다 계곡 좌측 능선에 가파르게 선 기암괴석 앞에 선다.

“산 이름이 용문산이라, 용의 뿔을 상징하는 용각바위라 이름 붙였나 봐요.”

왼쪽 능선에 병풍을 이루며 치솟은 바위가 위세를 떨친다. 하지만 ‘용각’이라 할 만큼 두드러진 바위는 아니다. 협곡의 바위들보다 사뭇 위압감을 줄뿐이다.

삭막한 계곡은 더욱 거칠어진다. 가파른 너덜지대를 지나 20여 분 오르자 계곡 한 가운데 ‘마당바위’가 서 있다. 높이가 2m쯤 되는 마당바위는 20명쯤은 거뜬히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윗면이 평평하다. 취재진 또한 바위에 올라 잠시 쉼을 가진다.

마당바위 이후 계곡은 점차 협소해지고 산은 갈수록 높아진다. 첩첩산중이라 주변의 풍경은 여전히 매한가지다. 돌무더기가 가득한 황량한 계곡 그 자체다. 그때 말없이 앞서 걷던 이희남씨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을 내뱉는다.

“이거 혹시 내리는 게 눈 아닌가요?”

하늘에서 이물질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누군가 이불이라도 턴 듯한 먼지 같은 형체다. 눈이라고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물질이다. 한동안을 그렇게 흩뿌리던 눈이 점차 형체를 갖추어간다. 보석처럼 빛나던 시퍼렇던 하늘도 어느새 시커멓다. 변화무쌍한 날씨와 자연의 조화는 한순간에 용문산을 하얀 설산으로 바꿔놓는다.

“눈이 내리고 쌓이니까 겨울산 느낌이 나네요. 더 좋죠?”

“운치가 더 있긴 한데….”

경기 북부에 웅대한 몸짓으로 치솟은 용문산의 매력은 무엇보다 광대한 조망이다. 그러한 기대를 안고 올랐던 터라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지는 눈앞에 못내 아쉬움이 교차한다. 정상에서 조망을 만끽한 후 눈을 맞이했다면 금상첨화인데….

등산로는 계곡을 왼쪽으로 가로지르는 마지막 다리를 지나 능선으로 이어진다. 눈이 쌓인 지그재그 급사면 길이다. 몇 번을 쉬며 한참 올라서자 능선삼거리(용문산 0.9km, 용문사 2.1km, 상원사 2.4km, 마당바위 0.6km)다.

이곳부터는 큼지막한 돌무더기들이 능선을 따라 수려한 자태를 뽐낸다. 삭막해 보였을 겨울 산세는 새하얀 눈과 이빨을 드러낸 하얀 암릉, 그리고 시퍼런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가스가 짙은 암릉을 돌아서자 능선 너머로 시야기 트이면서 멀찌감치 용문산의 날카로운 정수리가 구름에 뒤덮여 있다. 정상을 향한 등산로는 더욱 가팔라진다. 암릉을 우회하여 오르락내리락 에둘러가야 한다. 길은 어느새 눈이 쌓여 미끄럽기 그지없다. 이 산만큼 거친 곳도 찾기 드물 정도다.

 

철조망 너머로 눈보라 몰아치는 가섭봉

장군봉 갈림길(장군봉 1.4km, 용문사 3.3km, 용문역 13.8km, 용문산 0.11km)을 지나 나무계단을 밟으며 정상으로 올라선다. 용문산 정상 가섭봉 일대는 방송국 중계기지국과 무선안테나, 군 시설 등이 들어서 있어 철조망과 전망대가 뒤엉켜 있다. 철조망에 매달린 많은 표지기들이 눈보라에 휘날린다.

전망대를 지나 정상에 올라선다. 해발 1,157m. 용이 승천이라도 하는 듯 철조망 너머로 굉음이 몰아친다. 시야가 트이면 사방팔방으로 산들이 겹겹이 펼쳐질 터인데, 짙은 눈보라가 몰아쳐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정상에 올랐던 사람들이 바람을 피해 주변의 전망대와 쉼터에서 휴식을 취한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폐쇄됐던 용문산 정상부가 2007년 11월에 40년 만에 개방이 됐어요. 그때 올랐었는데 지금이나 변함이 없네요.”

용문산은 경기도에서 화악산(1,468m)과 명지산(1,267m) 다음으로 높다. 예부터 경기의 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산세가 웅장하고 빼어나며, 골이 깊다. 용문(龍門山)이란 거창한 이름 그대로 ‘큰 멧부리가 하늘을 꿰뚫을 듯 치솟은 산’이다.

용문산의 이러한 위용은 옛 이름인 ‘미지산(彌智山)에 알 수 있다. 대동여지도나 동국여지도에는 용문산으로 나와 있지만, 그보다 앞선 신경준의 <산경표>에는 일명 ‘미지’라고 부른다. <동국여지승람>에서도 용문사는 ‘미지산’에 있는데, 그 산 이름은 ‘용문’이라는 절 이름으로 부른다고 밝히고 있다. <용문사중수기>나 이색이 지은 <대장전기> 또는 정지국사비문 등을 보면 ‘미지산 용문사’로 표기되어 있다. 우리말 어원으로 풀어보면 미지란 바로 미르, 곧 용이 된다. 이처럼 용문산은 용이 승천할 듯 큰 멧뿌리가 하늘을 꿰뚫고 있는 산이다.

산세가 지리산이나 설악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북한강과 남한강이 에워싼 용문산 정상인 가섭봉에 서면 그 조망과 위용만큼은 여느 산에 뒤처지지 않는다. 도처로 뻗어 내린 산줄기와 솟아난 기암괴석 또한 절경을 이룬다. 이곳 용문산이 한강기맥의 산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한강기맥은 오대산 두로봉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을 가르며 서쪽으로 울타리를 치듯 달려와 이곳 양평 용문산을 넘어 두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까지 장장 190km를 내달려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새하얀 함성 일렁이는 자작나무 숲

장군봉을 향해 서둘러 내려선다. 눈꽃을 인 완만한 능선길이다. 시야가 트이면 한국의 마터호른이라 불리는 백운봉이 능선 끝에 보일법도 하다. 간혹 구름 밖의 태양이 짧게나마 내리쬘 때면 사방의 나무에서 눈꽃이 화사하게 빛난다. 능선을 넘실대던 구름과 안개가 빚은 천상이 꽃이다.

장군봉(1,065m)에 다다른다. 능선 내리막길 한복판에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상원사까지는 2,130m. 수려한 소나무를 인 암릉을 따라 곧장 내려선다. 밧줄을 붙들고 내려서야 할 만큼 가파르다. 암릉을 한참 내려서니 멀리서 불경소리가 들려온다. 상원사가 왼쪽 계곡 숲에 얼핏 모습을 드러낼 무렵, 정종원 기자가 큰소리로 외친다.

“이곳이 바로 내가 수년 전에 발굴한 자작나무 숲입니다.”

기대치 않았던 순간이다. 골짜기 산비탈에 새하얀 함성이 일 듯 치솟아 오른 자작나무 숲이 반긴다. 숲도 하늘과 땅도 새하얀 세상이다. 잠시나마 무언가에 홀린 듯 숲을 둘러보다 상원사에 내려선다.

용문산 중턱에 자리한 상원사는 고려시대에 지어진 고즈넉한 사찰이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제야의 종으로 알려진 사연 많은 범종이 보관돼 있다. 한때 국보이자 보물로 여겨졌던 종인데, 그 제작 양식이나 재료가 일본 종이라는 오명을 써 국보에서 해제됐다. 최근에는 한국 땅에서 나는 재료로 만들어진 한국종이라고 밝혀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많은 종이다.

상원사를 뒤로하고 어스름이 내린 절고래로 올라선다. 능선이 너무도 유순한, 용문산의 거친 산세와는 딴판인 곳이다. 산죽이 군락을 인 그런 평온한 능선을 네댓 개나 넘어서니 아침 일찍 떠났던 용문사다. 어둠이 밀려온 절을 뒤로한다. 하루일정으로 꽉 찬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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