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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트레킹 _ 메라피크 우정 등반

 

히말라야를 다시 찾는 이유

 

친구와 메라피크를 가고 싶다는 전화에서 이번 여행은 시작됐다. 트레킹 경험도 있고 산을 좋아해 휴학까지 했다는 두 친구의 등반은 그러나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다. 나중에는 컨디션도 난조를 보여 많이 힘들어했다. 다행스럽게도 상태는 호전됐고 정상에도 도전했다. 이들은 메라피크 정상에 올랐을까? 이들에게 히말라야는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글 사진 · 윤지영(㈜포카라 대표)

 

인도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와 밀린 업무를 하던 무더운 7월 어느 날,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젊은 목소리의 남자분의 전화였다. 친구와 둘이 메라피크를 가고 싶은데 인원이 둘 뿐이라 단체로 가기로 했던 곳의 일정이 취소되었다 했다. 그 분 말에 따르면 그동안 3차례에 걸친 네팔 트레킹 경험이 있으셨고 작년에는 임자체까지 성공했다. 배우 성룡을 닮은 듯한 주한종 씨와 동안에 유머까지 겸한 이승재 씨 그리고 기계공학도로 대학에 재학 중이며 산이 좋아서 휴학 후에 히말라야로 오게 된 정준엽 군으로 메라피크 원정대가 꾸려졌다.

 

지독하게 꼬였다가 쉽사리 풀린 일정

새벽 3시, 내비게이션이 없는 네팔에서 지프 기사가 30분을 지체했지만 다른 도로보다 비교적 라매찹까지는 포장이 잘 되어 있어 약 3시간 반 만에 라매찹에 도착했다. 네팔에 여러 번 왔지만 라매찹은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작은 건 물론이고 공항이라기보다는 넓은 공터 같은 활주로와 한켠의 작은 사무실과 공항부스, 그리고 협소한 화장실이 있는 게 우리나라 지방 휴게소 같은 분위기였다.

이미 여러 나라 사람들이 이곳저곳 짐을 부려놓고 오지 않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벌써 3일째 결항되어 라매찹에 머물며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라매찹의 날씨는 맑고 좋은데 세계에서 위험하기로 유명한 텐징-힐러리공항의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가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와 우리를 기다리는 루클라의 직원 파상 또한 불안하긴 마찬가지. 시간이 지날 수록 일기가 안 좋아져 헬기라도 타고 빨리 빠져나가는 것이 좋겠다 판단해 저렴한 헬기를 섭외해 헬기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날씨가 급격히 나빠져 헬기마저 뜰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할 수 없이 라매찹에서 자기로 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잘 곳을 찾기 시작했다. 라매찹, 내 기억에는 유난히 덥고 끈적하고 지저분한 곳으로 남았다.

넉살좋은 라매찹 호텔 여주인의 새벽 물청소 소리를 빗소리로 오해한 나는 새벽 4시에 깨었다. 아직 열지 않은 공항의 입구에 도착하니 이내 트레커들이 내 뒤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약 20분을 기다리니 닫혔던 문이 열려 뛰다시피 타라(헬리콥터 회사) 부스로 달려갔다. 원래 예약되었던 티켓을 보여주자 무표정하던 데스크 직원이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하더니 파상의 이름을 얘기하며 그가 여러 번 전화했단다. 보딩 티켓을 주고 바로 짐무게를 재자고 하더니 바로 첫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하였다. 내가 오르자 문이 닫혀 일행과 헤어지는 통에 놀랐지만 바로 뒤에 올 거란 말에 안도하며 루클라를 향했다. 이 모든 것이 1시간 안에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뻤다.

약 40분을 날아 내린 텐징-힐러리공항은 후텁지근한 라매찹과 달리 2,800m의 고도가 느껴지는 서늘함을 선사했다. 다음 비행기로 두 분이 도착하자마자 우리의 아지트 메라롯지로 갔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준엽 군, 가이드 파상과 나를 도와 음식 만들기를 도와줄 거니스를 만나 메라피크에 가지고 갈 짐을 챙겼다. 원래는 루클라에서 하루 쉴 예정이었으나 라매찹에서 하루 지체해 바로 출발했다.

 

야심작 닭볶음탕과 후폭풍

7시 30분, 간단하게 밥을 챙겨 먹고 한국에서 준비해 간 원두를 핸드밀로 갈아 거름종이에 걸러 커피를 한 잔씩 나누어 마셨다. 커피 내리는 모습을 유심히 보던 파상이 이튿날부터는 자기가 하겠단다.

오늘 가는 길은 비교적 수월하여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가고 싶었지만 이 분들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앞서 가신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나는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천천히 따라가겠다고 했다. 약 3시간 30분 걸리는 길을 이번에는 일행보다 한 시간 늦게 도착했다.

루클라에서 사 간 닭을 요리해 먹기로 했다. 닭 두 마리를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쿡포터 거니스는 2kg으로 잘못 알아들어 닭이 한 마리 반밖에 없다. 눈대중으로도 한 끼에 끝날 분량이었다. 부엌으로 들어가 닭을 손질하고 닭볶음탕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국 음식을 보는 것도 먹는 것도 처음이라는 키르키탱 롯지 사우니는 조리하는 내내 두 아들과 함께 눈을 떼지 않고 본다. 맛보기로 한 그릇 떠 주고는 일행과 식사를 시작했다. 닭 요리와 달걀찜, 김치를 현지 밥과 함께 먹었다.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모두들 몸에서 단백질을 원하고 있었던 듯하다. 다른 롯지들과 달리 도미토리방식인 이 롯지는 다이닝룸 한켠에 매트를 쭉 깔아놓고 다 함께 자는 방식이다. 갑자기 벌어진 남녀혼숙에 원정대는 조금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금세 적응하여 뚝 떨어져 침낭을 놓고 잠을 청하였다.  

불편한 도미토리에서 잠을 설쳐 두어 시간 남짓 밖에 잠을 잘 수 없었다. 키르키탱의 아침은 새벽부터 들떠 일어난 사우니의 둘째 아들 체황과 함께 했다. 2년 전 왔을 때 앳되어 딸인 줄 오해할 정도로 예뻤는데 이제 말도 잘하는 어린이가 됐다.

어제 가이드를 하고 돌아온 사우지까지 합세, 다함께 아침식사를 한 후 헤어지려니 너무 아쉬웠다. 원정대와 아쉬움에 사진도 찍고 셀파 티(셀파들이 즐겨 마시는 차로 마운틴소금과 버터 등이 들어가 짭짤하다)를 나눠 마시며 다시 보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오늘은 자트라 라 패스에서 툴리카르카로 가는 여정인데 오르막 급경사로 살짝 패스를 오르다 4,300m로 내려가는 코스다. 평소 클라이밍과 등산 등을 많이 해온 일행과 달리 나는 운동을 못하고 온 때문인지 아니면 잠을 잘 못자서인지 유난히 몸이 무겁다. 중간 중간 비타민 음료를 홀짝이며 열심히 대원들을 따르다 보니 어느 새 툴리카르카다. 이곳에서는 다함께 땀에 젖은 이너웨어나 등산화, 침낭을 말리기로 한다. 축축한 고테에서는 습해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승재 님은 전날 먹었던 닭볶음탕이 매워 속탈이 나셨는지, 아침부터 탈이 나 식사를 제대로 못하신다. 백숙을 할 걸 그랬다는 생각에 안타까웠지만 한사코 걱정하지 말라 하신다. 아침 메뉴는 미역국이다. 속 푸는 데는 미역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힌두가 많은 네팔에서 소고기 없이 마늘과 준비해 간 들기름만으로 끓이는 미역국을 맛있을까 조리하는 내내 불안하기만 했다. 우려와 달리 밥을 추가해서 말아서 두 그릇씩 드신다. 혹시 고소증이 아닐까 조바심을 내며 저녁을 마치고 끓는 물을 담아 방으로 돌아갔다. 내일은 나아지시길 바라며.

 

2년만의 방문, 나를 기억하고 있다

오늘은 80도 이상의 급경사 구간이 많고, 실제 거리보다 길게 느껴지는 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내내 오른쪽으로 흐르는 인쿠퀄라강의 운무와 들꽃을 볼 수 있는 구간이다. 2년 전에 왔을 땐 봄이라 랄리구라스가 지천으로 피어 있어 발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가을에는 꽃이 다 떨어진 랄리구라스 나무가 뼈만 앙상한 모습으로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그래도 길 옆으로 조금씩 군락을 이루며 핀 형형색색의 들꽃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원정대 세 분의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워 많이 찍지 못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듭하며 대원들 모두 한 목소리로 힘들다면서 급경사를 내려갔다. 그렇게 도착한 고테. 낯익은 사우지와 사우니 내외가 나를 반긴다. 2년 전 방문을 기억하는지 한국어 인사말을 하고는 수고했다는 눈빛으로 환영의 블랙티를 내온다.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 서로 짧은 영어인지라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옷을 갈아입고자 방으로 가는 나를 에스코트하며 문까지 열어준다. 눈물 날 듯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옷을 갈아입고 물병을 챙겨들고 정들었던 고테의 부엌 대신 오늘은 대원들과 함께 다이닝룸을 점령하였다. 2년 전 혼자 트레커로 와 단체에 합류하지 못하고 부엌에서 밥을 먹으며 사우니와 돈독해진 롯지가 바로 고테다.

오늘 가야 할 거리는 총 8.3km. 긴 거리는 아니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 긴 여정이다. 다른 날보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사우지 사우니에게 내려올 때 다시 오겠다고 인사를 나눈 후 길을 나섰다. 여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설산이 앞뒤로 나타나며 볼 만한 풍광이 나타난다. 아래쪽은 자그마한 노란 들꽃이 지천이더니 이곳부터는 보라색을 띠는 꽃으로 바뀌어 아주 아름다웠다. 약 4시간 30분을 가서 도착한 당낙 롯지에서 깜짝 놀란 것은 우리가 묵는 롯지에 있었던 LED등이었다. 불과 1~2년 사이에 전기에 원두커피 머신까지 갖춘 롯지가 들어서 있어 네팔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건가 싶었다. 이른 점심을 먹고 일행 모두 따사로운 햇살이 드는 방에서 낮잠을 자기로 했다. 충분한 휴식은 체력 관리와 고소 적응에 아주 중요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요”

일정 중 가장 여유가 있는 날이다. 거리가 5.2km로 짧은 편이고 길도 완만한 편이다. 게다가 가는 길에 내내 보이는 설봉들은 카메라를 대기만 해도 작품이 된다. 나의 컨디션도 좋아 천천히 호흡을 하며 가는 데 집중해서 가는 동안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가면서 만난 이들은 거의 유럽인이었다. 2년 전에는 그래도 동양인들을 가끔 볼 수 있었다. 오늘도 퇴직 후 히말라야를 찾은 듯한 유럽 중년 남자들이 눈인사를 건넸다. 인사를 나누며 천천히 걷다 보니 벌써 카레다.

점심을 먹고 오늘도 숙소에서 낮잠을 즐긴 뒤 각자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런데 자유시간을 즐기던 중 주한종 님이 오시더니 이 선생님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하셨다. 찾아뵈니 안색이 하얗고 온몸에 오한이 들어 춥다고 하셨다. 고소증세인가 싶어 산소포화도를 재보니 포화도는 80%가 넘었다. 오히려 내 산소포화도가 70%였다. 이 선생님은 에너지젤을 드신 후에 갑자기 추워졌다 하셨다. 많이 차가운 상태였던 에너지젤이 뜨거운 몸속에 들어가 몸을 냉하게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선생님 물병과 나의 물병에 펄펄 끓는 물을 넣어서 드리고 파상에게 2~3개의 이불을 가져다 드리도록 했다. 남은 건 기다리는 것뿐. 컨디션을 회복하시길 바라며 중간에 물을 한 번 갈아드리고 주 선생님께도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말씀해달라고 당부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저녁으로 미역국을 잘 드셨던 이 선생님을 위해 버팔로 고기를 넣은 미역국을 끓였는데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하셨다. 단짝 주 선생님과 준엽 군도 기운이 없다. 내일은 좋아질까.

아침, 몸이 안 좋으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컨디션이 조금 좋아지셨다.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워낙 유머도 있으시고 분위기 메이커이신 분이라 단 한 끼를 못했는데도 빈자리가 컸다. 평소 좋아하시던 된장국에 밥 말아 드시는 모습을 보며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도 밥을 한 술 떴다. 전날 준비해두었던 크램폰, 빙벽화 등 개인장비와 필요 없는 짐을 분리했다. 포터와 가이드가 함께 이동하는 날이다. 장비를 점검하면서 혹시나 싶어 울양말과 죽을 챙겨드렸다. 그래도 두 분은 네팔에도 여러 번 오셨고 고산 경험도 있으셨고, 준엽 군은 체력이 좋아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클라이밍 가이드와 장비를 챙겨 떠나는 모습을 보니 든든했다.

 

‘우리는 메라피크에 올랐다’

카레에서 하루를 보내고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집 나간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메라에서 오는 길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롯지 직원과 거니스와 함께 조금 위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거니스와 작은 티샵에서 블랙티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저 멀리 선생님들과 준엽 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반가운지 한걸음에 달려가니 포터들과 함께 지친 발걸음으로 내려오셨다. 첫 마디가 고테 가서 퉁바 파티하자는 말씀이셨다. 나중에 들으니 가이드 파상과 다함께 완등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도 고테를 외치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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