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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산행 _ 소요산 자재암

 

두 봉우리가 하나가 될 수 없듯

글 사진 · 양승주 객원기자

 

소요산(逍遙山·587m)은 경기도 동두천시와 포천시 사이에 솟아 있는 단풍 산행하기 좋은 산이다. 소요산을 올라가기 위해 오전 9시경 소요산역에 내려 역전 김밥집에서 동행자와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우리는 단풍나무가 우거진 도로를 따라서 걸어 들어가, 매표소 앞에 도착했다.

“잠시만요! 입장료를 내셔야 해요.”

매표소 안에서 돈 받는 이가 말한다.

“왜 저기 저 사람들은 그냥 들어가죠?”

“그 분들은 노인 우대로 무료입장하고 있어요.”

“현금이 없는데 카드로 될까요?”

“카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잠시 실랑이 끝에 가지고 있던 동전을 모아 한 명의 입장료 1천원만 내고 다른 한 명은 그냥 들어가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젊은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었다. 왠지 돈을 낸 것이 억울했다.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젊은이들을 산으로 오게 하려면 입장료 같은 것도 받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반항심마저 들었다.

 

관음봉 보고 절벽 아래 자재암으로

자재암(自在庵·645년 원효대사가 소요산에 세운 절)으로 올라가는 길에 절벽 아래 동굴이 보였다. 동굴 옆으로는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동굴에 가까이 가보니 원효굴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옆으로 긴 굴 안에 석상이 모셔져 있다. 원효굴을 둘러보고 다시 자재암으로 향했다.

원효굴 이후로 가파른 계단을 올라 자재암에 도착하기 전에 원효대에 도착했다. 원효대에 서자 건너편으로 고깔모자 같은 모양의 바위 봉우리가 보였다. 봉우리가 하늘을 배경으로 고고하게 솟아 있다. 산에 오면 멋진 암봉을 볼 때마다 ‘이걸 보려고 산에 오는 거지’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아, 좋다’ 하고 깊게 숨을 쉬는 곳도 이런 암봉이 마주보이는 곳이다. 이곳 원효대에서 원효대사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 만한 경관이다.

관음봉에서 조금 더 올라가, 자재암으로 갔다. 절벽 아래 대웅전이 단정하게 자리를 잡고 있고, 마당 앞쪽으로는 폭포가 쏟아지고 있다. 원효약수(샘터)가 있는 곳 옆으로는 나한전이 자리하고 있다. 스님의 아침예불 소리가 들려온다. 아침 햇살이 따스한 기운을 산사에 더해간다. 아침 산사의 풍경은 더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자재암 뒤쪽으로 등산로가 이어졌다. 길이 가파른 까닭에 계단이 놓여 있다. 누군가 산 위에서 실타래를 풀어놓은 것처럼 끝없이 계단이 나왔다.

 

공주와 스님의 인연

계단을 몇 개나 올랐는지 모르겠다. 계단을 모두 올라서 능선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상에 오른 듯이 기뻤다. 이제부터는 걷기 좋은 능선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능선을 따라서 차례로 하백운대(440m), 중백운대(510m), 상백운대(559m)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쓰다듬고 지나갔다. 봉우리들 사이는 삼형제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처럼 가깝다. 하백운대에는 매월당 김시습이 썼다는 시가 안내판에 적혀 있다.

 

길 따라 계곡에 드니 봉우리마다 노을이 곱다

험준한 산봉우리 둘러섰는데

한줄기 계곡물이 맑고 시리다

 

또한, 상백운대는 조선 태조가 소요산 아래 행궁을 짓고 머물 때 자주 올랐던 봉우리라고 한다. 상백운대 안내판에는 태조가 지은 시가 적혀 있다.

 

넝쿨을 휘어잡으며 푸른 봉우리에 오르니

흰 구름 가운데 암자 하나 놓였네

내 나라 산천이 눈 아래 펼쳐지고

중국 땅 강남조차 보일 듯 하이

 

칼바위 능선을 지나서 앞을 보니 앞쪽으로 높은 봉우리가 보인다. 지도를 보니 그 봉우리는 소요산의 주봉 의상대(587m)였다. 의상대는 손가락 끝에 손톱이 있는 것처럼 봉우리 끝이 바위로 되어 있다. 안부에서 무려 334계단을 오르니 의상대 정상이었다. 동쪽으로 시야가 탁 트인 봉우리에 서자 한북정맥의 지맥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두천시가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파주 감악산이 보인다. 날씨가 좋으면 이곳에서 남쪽으로 멀리 도봉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의상대 능선은 계속해서 공주봉 쪽으로 이어진다. 원효대사와 요석공주(무열왕의 둘째 딸)는 소요산에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원효대사는, 나라에 큰 현인을 낳을 것이라는 무열왕의 뜻에 따라 요석공주와 인연을 맺는다. 그리고 원효대사와 요석공주는 훗날 대유학자가 되는 설총을 낳는다. 이로 인해 원효는 파계승이 되었고 수많은 마을을 떠돌다가 다시 수행에 전념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소요산 원효대였다. 요석공주는 아들 설총을 데리고 소요산으로 와서 별궁을 짓고 아침저녁으로 원효대를 향해 예배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공주봉은 요석공주와 관련이 있는 봉우리다. 원효대사가 요석공주를 생각하며 공주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요석공주가 원효대사를 사모했다고도 한다. 둘 사이의 마음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아니었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만약 두 사람이 무열왕의 뜻과는 별개로 정말 서로 좋아했다면 두 사람의 마음에도 지금 연애라고 부르는 감정이 그때도 똑같이 존재했을 것이다.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이 합일을 이루어야 한다, 오직 정신적 사랑만이 숭고하다, 육체적 사랑만 추구하는 것은 타락이다 등등 연애라는 감정에 대해서 많은 지식인, 학자들이 고민했지만 이렇다 할 명쾌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제각각 다르게 연애하고 사랑하며 존재하다가 세상으로부터 떠나는 것일까. 그 시절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감정은 어떠했을까. 우리가 사랑, 감정, 숭고라고 부르는 것들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기에 허상일 뿐인가. 여러 생각을 하며 산을 내려왔다.

 

요소가 많은 소요산

산행시간이 예상보다 더 오래 걸렸다. 공주봉 정상은 올라가지 않고 안부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갔다. 매우 가파른 내리막길이 끝임 없이 이어졌다. 한참을 내려와서 오전에 지나갔던 원효굴로 돌아왔다. 일주문을 나와서 매표소를 지나 단풍숲길을 따라 걸었다. 소요산역에 도착하며 우리의 산행은 끝이 났다. 1호선을 타고 귀가하려는 사람들이 역에 가득했다. 오전 10시에 산행을 시작했는데, 오후 3시쯤 산행을 마쳤다. 등산 스마트폰 앱을 확인하니 10km를 걸었다. 동행자는 산행 중에 “요소가 많은 소요산”이라고 운을 맞춰 재밌는 말을 했다. 그의 말처럼 소요산에는 폭포, 산사, 암봉, 계단, 칼바위 능선, 스님과 공주의 만남과 이별에 얽힌 이야기까지 볼거리, 생각할 거리가 참 많다. 소요산 정상부에는 가을이 먼저 와서 조금씩 단풍이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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