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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

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파주 파평산 거인암장

 

짜릿한 고도 장쾌한 풍광!

거인암장이어라!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클라이머의 몸은 등반 실력과 직결된다. 마라토너의 지구력, 씨름선수의 굵은 뼈, 농구선수의 신장과 같이 긴 팔다리와 가벼운 몸은 클라이밍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 종목 엘리트 선수들의 몸을 보면 운동 방향이 보인다’는 흔히 도는 말이 클라이밍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자네, 딱 보니까 몸이 5.13급 정도 되는 것 같은데 …”

등반 입문 2년 차 5.13 클라이머 이태현씨가 자주 듣는 말이다. 시원하게 쭉 뻗은 팔과 다리, 작은 얼굴과 날렵한 몸, 구릿빛 피부 위로 군데군데 알차게 자리 잡은 근육들까지. 등반지에서 마주치는 눈썰미 좋은 등반가들은 단번에 그의 등반 실력을 알아채곤 확신에 찬 말을 던진다.

실제로 이태현씨는 2017년 여름 실내암장에서 클라이밍을 시작해, 지난해 2018년 3월경 암장 선배님들을 따라 삼성산 bac암장에서 처음으로 자연 바위를 접했다. 이후 바위 등반에 빠르게 매료된 그는 5.10급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의 암장에서 5.11급과 5.12급 루트들을 무서운 속도로 끝냈다. 올봄부터는 5.13급 루트들을 등반하고 있다 하니, 단 1년 만에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클라이밍이 너무 재밌어서 푹 빠져 지냈던 것 같아요. 타고난 체형도 있어서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실력이 빨리 는 편이라고 할 수 있죠”

취재 당일, 자유로휴게소에 취재진이 모였다. 이태현씨와 인사를 나누던 주민욱 기자가 첫 만남에 그에게 한 마디 던진다.

“와~ 등반 잘~하게 생겼네!”

 

경기 북부 최대 규모, 거인암장

최근 파주 파평산 자락에 스포츠클라이밍 등반 대상지가 개척됐다는 소식을 듣고 파평산을 찾았다. ‘거인암장’이라 불리는 이곳은 지난 7월 개척된 신생 암장으로, 신희덕. 홍남수. 고창남. 옥영완 씨가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여에 걸쳐 25개 루트를 개척했다. 7월 개척 완료 직후, 현재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며, 스포츠 루트 외에 추가로 멀티피치와 리지 등반 루트도 개척되고 있다.

거인암장은 독립된 세 개의 큰 바위 위에 난이도 5.10a부터 5.13a까지 다양한 루트가 분포해 있다. 난이도에 따라 제1·2·3암장으로 불리는데, 제1암장은 까다로운 홀드가 많은 중급자 코스, 제2암장은 모든 루트가 5.10대인 초·중급자 코스, 제3암장은 오버행을 루트로 이루어진 상급자 코스다. 대부분 페이스와 오버행이며, 15~28m에 이르는 다양한 스타일과 길이의 루트가 각 바위에 알차게 자리 잡고 있다.

거인암장은 접근성이 매우 좋다. 수도권 근교에 위치한다는 것과 더불어 주차장에서 암장까지 도보 이동도 쉽다. 암장은 파주 타이거CC 입구를 왼쪽에 두고 400여 미터 정도 가면 좌측으로 빠지는 길과 함께 산 너머로 보이는 큰 바위다. 그 길을 따라 300여 미터 정도 들어가면 차를 세울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공터 옆으로 등산로가 바로 보인다. 등산로를 따라 도보 2~3분이면 거인암장 제1암장에 다다른다.

짧은 어프로치, 바위의 규모와 고도감, 완등 지점에서 바라보는 주변 시원한 풍광이 좋아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평일 주말 구분 없이 많은 클라이머들이 거인암장을 찾고 있다.

“이제 멀리 지방으로 큰 바위 찾아다닐 필요 없겠어요. 이 정도면 최소 경기 북부 쪽에서는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빌레이어에 대한 믿음, 추락에 대한 공포

오늘 취재는 제3암장에서 진행하기로 한다. 제3암장은 중앙부 동굴 위로 난이도 5.11~5.13급의 고난도 오버행 루트 3개가 있고, 좌우로 5.10급 루트가 4개 있다. 중급자 이상의 클라이머들이 동굴 주위의 루트에서 몸풀이 등반을 하고 중앙부 루트에서 고난도 등반을 즐기기에 좋다.  

“요즘은 난이도만 추구하지 않고 새롭고 다양한 루트에 많이 붙어보려고 해요. 거인암장처럼 새로운 바위를 찾아 등반하거나, 5.10~11급 루트에서 더 정확한 동작들을 구사하며 오르는 거요. 난이도는 빠르게 올렸지만 등반에 입문한 실제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아서 스스로 아직 기본기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든요”

등반 준비를 마친 이태현씨가 제3암장 좌측의 구공길(5.10b+)에 붙는다. 곧바로 긴 팔을 쭉 뻗어 첫 볼트에 퀵도르를 걸고 로프를 통과시킨다. 이후 2번째 퀵드로와 3번째 퀵드로 사이 작은 오버행을 넘어가는 구간이 구공길의 크럭스다. 몸의 밸런스가 깨지는 자세가 나오는데, 오른손 홀드와 왼발에 무게를 실어 무게 중심을 천천히 이동시켜야 한다. 구공길에 붙은 다른 클라이머들이 크럭스에서 한참을 고전한 데 반해, 이태현씨는 가뿐하게 크럭스를 돌파한다. 크럭스 이후로는 난이도가 10a 정도로 떨어져 등반이 매우 쉽다. 홀드가 모두 좋아 3번째 퀵드로 이후 완등 볼트까지 등반이 빠르게 진행된다.

“암장이나 외벽 훈련도 중요하지만 평일에는 틈틈이 실내 트레이닝을 해요. 꾸준한 스트레칭과 플랭크 같은 코어운동이요. 강도 높은 운동은 아니지만 확실히 등반 능력 향상에 도움이 돼요”

가뿐히 구공길에서 몸풀이 등반을 마친 이태현씨가 로프를 사리기 무섭게 곧바로 구공길 우측의 바위매(5.11c) 등반을 준비한다. 두 개의 큰 오버행 바위를 넘어야 하는 바위매 루트는 쉽게 말해 ‘힘이 좋아야’하는 루트다. 오버행 전후로 시원한 홀드가 있지만 발 홀드가 불안하고 바위 경사가 세서 상체근력이 요구된다.

이태현씨가 2번째 퀵드로 이후 첫 번째 오버행을 넘어가다 순식간에 오른손 홀드와 오른발이 터져 왼손에 온 몸의 체중을 싣는다. 그가 조금 전 잡고 있던 오른손 홀드가 바위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거인암장은 개척 초기인 만큼 아직 클라이머들의 손을 타지 않은 부분이 많아 때때로 이렇게 낙석의 위험이 있다. 순발력을 발휘해 추락은 막았으나 자칫 위험했을 상황. 놀랄 법도 한데 이태현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등반을 이어간다.

가만히 등반을 지켜보니 바위매 루트 두 번째 크럭스인 천장바위 오버행을 넘어가는 구간에서도 큰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원래 홀드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동작 하나하나가 정확하다. 아직 5.11c 난이도 온사이트는 못 해봤다는 이태현씨의 온사이트 최고 기록 갱신이 눈앞이다. 순간, 로프가 팽팽해지고 이태현씨가 로프에 몸을 싣는다. 소리 없는 조용한 추락이다. 마지막 볼트를 지나 완등 앵커 직전 추락을 먹은 이태현씨가 곧바로 다시 벽에 붙어 무사히 등반을 마치고 아쉬운 하강을 한다.

“다음 홀드가 좋지 않을 때는 그다음 홀드까지 확인하고 동작을 진행하는 편이에요. 당장 손이나 발 홀드가 불안해도 최대한 자세를 잡고 버티면서 다음 홀드에 몸을 과감히 던져보곤 하죠. 도중에 팔에 펌핑이 와도 그냥 멈추기보다는 차라리 버티다 추락해요. 고난도 등반에서는 빌레이어에 대한 믿음과 추락에 대한 공포를 없애는 게 큰 도움이 돼요.”

 

토탈 클라이머를 꿈꾸는 청년등반가

“등반 실력만 뛰어나다 해서 좋은 등반가가 되는 게 아니야. 심성과 기질이 뒷받침돼야 해. 등반에 임하는 자세나 언행을 보니 태현이한테 그런 모습들이 보이네. 열심히 해봐. 실력 있는 알파인 클라이머가 될 자질이 있어.”

지난 이십여 년 동안 수많은 등반가를 만나 그들의 등반을 사진으로 담았던 주민욱 기자가 오랜만에 보기 드문 청년등반가를 만났다며 등반을 마친 이태현씨에게 진심 어린 덕담을 건넨다.  

“지금 제 등반은 스포츠클라이밍에 치중돼 있어요. 처음 등반을 배운 것도, 첫 자연바위도 스포츠클라이밍 루트였기 때문에 다른 등반이 낯설게 느껴져요. 캐머롯을 설치하며 벽을 오르는 크랙이나 멀티피치 같은 전통등반이요. 내년쯤 등산학교에서 제대로 등반에 대해 배워보고 싶어요. 올겨울에는 빙벽도 도전해볼 생각이고요. 그리스 칼립노스, 스페인 로데야르 같은 해외 등반지도 언젠가 꼭 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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