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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을 기다린 산

 

르포2 _ 도봉산

 

억겁의 세월이 빗어낸 첨봉과 암릉이여!

 

도봉산(道峰山)은 북한산과 더불어 명실상부 수도권 최고 명산으로 꼽힌다. 잘빠진 능선 위로 서울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고, 능선 따라 이어지는 빼어난 암릉이 일대장관을 연출한다. 교통편이 잘 돼 있어 접근성이 좋고, 어느 등산로를 택하더라도 들머리와 말머리 주위로 식당이 즐비해 미식 산행에도 안성맞춤이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팔방미인 도봉산을 찾는 산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연일 이어지는 장마와 홍콩발 태풍 링링의 여파로 전국 산객들의 발이 묶였다. 언제쯤 날이 개서 산에 갈 수 있을까 발을 동동 굴리며 연신 기상 예보를 확인하길 십여 일. 취재진도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날씨에 수차례 취재일을 바꾸며 항시 대기조가 되었다. 9월 3일 화요일, 전날까지 폭우가 예상됐던 날씨가 밤늦게 돌연 ‘흐림’으로 바뀌고, 이를 놓칠세라 배낭을 꾸려 수도권 최고 명산, 도봉산으로 향했다.

보기 드문 도심 속 산행지

이른 아침 도봉산역행 7호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예보에서 오늘 비 소식은 없다더니,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영 시원치 않다. 그래도 길고 긴 장마 기간, 오랜만에 마주한 마른하늘이 내심 반갑다.

북한산 국립공원은 보기 드문 도심 속 산행지이다. 서울특별시 도봉구와 경기도 의정부에 걸쳐 80㎢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의 공원이 대도시 중심에 있어, 대중교통과 도보로 접근 가능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다. 산행 시 들머리까지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봉산은 역세권인 데다 도보 이동이 가능해 그중에서도 높은 접근성을 자랑한다.

“이렇게 걸어서 들머리까지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북한산보다 접근성이 더 좋다고 할 수 있어.”

오전 7시 30분경, 도봉산역 1번 출구에 취재진이 모인다. 도봉산역부터 등산로 초입까지는 1km 정도 거리로 곧장 걸으면 15분 정도 소요된다. 도봉산역 1번 출구부터 도봉매표소까지 이어지는 거리에는 수십 개의 아웃도어 장비점과 식당들이 즐비하다. 등산객 유동이 많은 만큼 다른 지역 같은 브랜드 매장보다 할인율이 높고 행사 진행이 빈번해 쇼핑을 목적으로 도봉산역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유 있을 땐 산행 전후 찬찬히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도봉탐방지원센터를 들머리로 다락능선~Y계곡~신선대~오봉~여성봉을 지나 송추골로 떨어지는 능선 산행을 진행하기로 한다.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신선대로 가는 방법은 우측 광륜사를 지나 다락능선에 오른 후 포대능선을 타거나, 능선을 타지 않고 탐방지원센터에서 좌측 도봉서원 방면으로 빠져 곧장 신선대로 치고 오르는 두 갈래가 있다.  

‘Y계곡 구간 안전 보수 공사 실시로 9/4~9/20 통행 통제합니다.’

도봉매표소를 지나는 중 머리 위 전광판으로 Y계곡 구간 통제에 대한 안내가 반복해 등장한다. 취재 일자는 9월 3일. 하루 차이로 Y계곡 통제 기간을 피했다는 생각에 발걸음에 소소한 기쁨이 더해진다.

 

도봉의 삼봉 한눈에 아우르며

광륜사를 지나 우측으로 도봉산 119 산악구조대 사무소를 지난다. 사무소 건너편 공터에 바위가 수북해 가까이 가보니 크고 작은 바위를 1톤씩 나눠 묶어 놨다. 곁에 지나가는 산객들에게 물으니 산사태 방지턱 설치 등의 보수공사가 필요한 곳에 헬기로 실어 나르기 좋게 나눠 놓은 것이라 한다. 이후 산행 중 능선 곳곳에 큰 바위들과 공사 부품이 옮겨져 있는 것을 보았는데 여기서 운송했을 것이다.

도봉산은 바위 많은 골산이다. 화강암이 산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어 들머리부터 정상부까지 내리 바윗길을 걷는다. 다락능선에 오르면 좌측으로 선인봉을 바라보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능선에 오르기 전까지는 우거진 나무 아래로 돌계단과 흙길을 따라 걷는다. 산악구조대 사무소부터 다락능선까지는 50여 분 정도 걸린다.

습도가 높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른다. 취재진 모두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땀이 흥건하다. 능선에 오르니 거리마다 쉬어가기 좋은 넓은 바위가 이어진다. 곳곳으로 주변 산세와 도심을 조망하기 좋은 인공 전망대가 있으나 굳이 찾지 않아도 길가의 아무 바위에 오르면 그곳이 바로 자연전망대가 된다. 바위를 하나 골라 자리를 잡는다. 도심을 바로 보고 앉으니 건너편으로 수락산과 불암산이 보이고 서울의 조망도 시원하다.

“앉는 곳마다 쉼터가 되네요. 해가 트여서 조망도 좋고요.”

“여유롭게 쉬어가며 하는 산행하기에는 도봉산이 좋아. 등산로 곳곳에 이렇게 쉴 수 있는 곳도 많고~”

신선놀음 같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10분 정도 운행하니 도봉산 산행의 첫 포토존에 도착한다. 등산로 우측으로 넓은 바위가 보이는 데, 바위에 오르면 건너편에 초록의 도봉산과 자연스레 어우러진 망월사가 가까이 담긴다. 시선을 좌측으로 천천히 돌리니 멀리 신선대와 선인봉이 눈에 들어온다. 이대로 쉬지 않고 다락능선을 타고 10여 분 이동하면 신선대로 이어지는 포대능선에 닿는다.

9시 20분경, 다락능선이 포대능선으로 이어지며 한북정맥에 들어선다. 포대능선은 능선 중간에 대공포진지인 포대(砲隊)가 있었다 하여 포대능선이라 이름 지어졌다 한다. 다락능선의 끝에 5분여 정도 가파른 계단을 치고 오르면 그 끝에는 선물 같은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도봉산 암벽등반의 성지 선인봉(708m)과 ‘높디높은 산봉우리’라는 뜻의 만장봉(718m), 최고봉 자운봉(739.5m)까지 도봉산을 대표하는 삼봉의 웅장하고 시원한 자태가 펼쳐진다. 자운봉 옆의 신선대(726m)까지 더해져 암릉미를 더한다.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보니 오늘 산행 코스를 계획한 정종원 기자가 한 마디 던진다.

“어때, 코스 잘 잡았지? 도봉산을 두루 느끼기엔 이 코스가 딱이라니까~!”

 

아찔한 Y계곡 지나 신선대로

“뒤로 내려오세요! 앞으로 내려오다 넘어지면 그냥 고꾸라지는 거예요!”

“스틱 접어요! 위험해요!”

포대능선을 따라 신선대로 향한다. 신선대 직전의 Y계곡 구간에 다다르니 여기저기 안전에 주의를 가하는 산객들의 외침이 들려온다. 경고표시와 함께 ‘Y계곡 시작점’이라 적힌 표지판을 지나 바위에 오르니 건너편으로 아찔한 경사의 암릉을 오르는 이들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양손 양발을 모두 사용해 오르는 등산객들이 마치 암벽등반을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신선대로 이어지는 포대능선 위에 자리한 Y계곡은 가파른 암릉을 수십 미터 오르내리는 구간이다.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깎아 지르는 각도의 바위를 짧은 거리 안에 오르내리기 때문에 그 모양이 알파벳 Y자와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고 위험성이 높아 접지력이 좋지 않은 신발을 신었거나 팔에 힘이 부족한 어린이, 노약자 등은 신선대로 이어지는 우회로를 이용할 것이 권장된다. 또한, 등산객이 많은 주말에는 안전을 위해 일방통행만 가능하다.

“와… 여기는 자칫하면 정말 위험하겠는데요”

Y계곡 구간 하산지점을 지나던 중 발 하나가 터지면서 우측의 울타리를 있는 힘껏 잡아 버틴다. 닳고 닳은 바위는 발이 미끄러지는 부분들이 종종 있어 등산화를 신었어도 긴장을 놓치면 안 된다. 울타리 외에 별도의 안전장치가 없으므로 한발 한발 천천히 내디디며 이동해야 한다. 내일부터 실시하는 보수공사도 구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함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경사에 너도나도 아찔한 긴장감을 느끼며 구간을 통과한다.

Y계곡을 지나면 금세 신선대에 다다른다. 조금 전 잠시 긴박한 산행을 했던 등산객들이 무사통과의 작은 성취감을 느끼며 걸음을 이어간다. 이내 평온한 나무데크길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좌측으로 자운봉이 코앞이다. 여기서 바로 오른쪽에 있는 전망대가 신선대다.

 

송추골로 떨어지는 부드러운 오봉코스

신선대에서 정상의 기쁨을 짧게 만끽한 후 오봉으로 향한다. 신선대부터 오봉능선 갈림길까지는 1km 정도로 30여 분 소요된다. 이내 골산의 자태를 뽐내던 도봉산이 신선대 이후로는 우거진 나무 아래로 흙길이 이어지며 육산으로 변한다. 우이령으로 이어지는 도봉주능선을 타다 우측 오봉능선으로 빠지는데, 이후로도 오봉갈림길~오봉~여성봉~송추골까지도 내리 무난한 산행길이다. 여기서 오봉능선으로 빠지지 않고 내리 도봉주능선을 타고 1.7km 운행하면 우이암에 닿는다.

신선대 이후 무난해진 산세는 오봉 갈림길부터 더욱 부드러워져 한적한 숲길을 산책하는 느낌을 준다. 천천히 능선을 따라 걸으니 금세 오봉에 다다른다. 오봉은 여성봉과 더불어 도봉산을 대표하는 바위 명소다. 산꼭대기 위로 다섯 개의 둥근 바위가 한 줄로 세워져 있는 형상으로 ‘오형제 봉우리’ 또는 ‘다섯 손가락 봉우리’라고도 한다. 오봉과 같은 둥근 바위를 토르(tor)라 하는데, 본래 각지고 날카로웠던 바위들이 긴 세월 심층 풍화되어 그 형태가 바뀐 것이다. 저 강하고 단단한 화강암이 어느 세월을 견뎌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 한참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다섯! 정말 다섯 개다!”

등산로에서 마주치지 못했던 산객들이 오봉 주위에 여럿 모여 있다. 여유롭게 낮잠을 즐기는 대여섯 마리의 고양이들도 찢어지게 하품을 하며 오봉을 오고가는 등산객들을 반긴다. 하하호호 아이처럼 신나하며 다섯 봉우리의 개수를 직접 세어보는 어르신들도, 웅장한 다섯 개의 봉우리와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한껏 환하게 웃어 보이는 이들도 눈에 들어온다. 취재진도 이리저리 오봉의 전경을 배불리 감상하고 아쉬운 걸음을 뗀다.  

오후 2시 30분경, 여성봉에 도착한다. 여성봉은 풍화작용에 의해 생긴 타원형의 구멍이 여성의 음부를 쏙 빼닮았다 하여 여성봉이라 이름 지어졌다. 여성봉 우측으로 여성봉을 위에서 아래로 조망할 수 있는 바위가 있다. 바위에 올라 감상하는 확 트인 전망과 함께 어우러진 여성봉의 모습도 특별해, 너도나도 그곳에 오르고 있다. 바위는 보기보다 미끄러워 뜻밖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송추남능선을 타고 30여 분 하산하면 송추골 오봉탐방지원센터에 닿는다.

“날도 좋고~ 산행도 무난히 좋았고~ 푹 쉬었다 내려가자!”

“좋죠~!”

아쉬운 산행종료를 앞두고 정종원 기자가 늦여름 산속의 휴식을 제안한다. 물어보기 무섭게 좋다고 응하고선 등산로 곁 나무데크 위에 신발을 벗어 던지고 눕는다. 다가오는 천고마비의 계절, 도봉산 산행은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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