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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설악산 적벽

 

창공을 가로질러 붉은 벽으로 가라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그것은 위압감이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100여 미터의 검붉은 벽을 처음 마주했던 순간, 나는 분명 그런 것을 느꼈다. 때는 지난해 8월, 등반 차 설악산을 찾았다. 옛 비선대 산장 건너편의 가파른 사면을 따라 10여 분 오르니 이내 머리 위로 조망이 트이고 적벽에 다다랐다. 가까이서 보니 적벽은 위로 오를수록 경사가 심해지는 오버행이었다. 턱을 높이 치켜들어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혀야만 그 자태가 한눈에 담겼다. 그것은 바위(岩)도 봉(峯)도 아니었다. 과연 벽(壁)이라 불릴 위용이었다.

벽의 중앙부로 시선을 옮겼다. 누군가 하강을 위해 던진 로프가 허공에 떠 있었다. 로프와 벽 사이의 거리만 보아도 아찔한 각도와 고도가 체감되었다. 그 아래 정적의 붉은 벽 위로 새하얀 가루가 흩날렸다. 두 명의 클라이머가 에코-독주길을 오르고 있었다. 배대원, 차승준씨였다.

 

적벽(赤壁)이 부른다

“처음 봤을 때부터 문 기자와 돈독한 사이가 될 거라는 느낌이 딱 들었었죠. (웃음)”

딱 1년 만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8월이 되었고, 다시 적벽을 찾았다. 1년 전 적벽에서 처음 만났던 두 클라이머 배대원, 차승준 씨도 함께했다. 적벽에서의 첫 만남 이후로 기자와 두 사람은 우연한 만남이 계속되었는데, 수년 전부터 코오롱등산학교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대원씨와는 사제지간이 되었으며, 차승준씨와는 등산학교 선후배이자 동문이 되었다. 북한산, 도봉산, 대둔산, 선운산, 판대아이스 파크 등 함께 줄을 묶으며 다진 자일의 정은 금세 두터워졌고, 어느새 우리는 악우(岳友)지간이 되었다. 1년 전 처음 찾은 적벽에서 처음 만났던 인연들과 다시 찾은 적벽. 이번 취재는 그런대로 의미가 있었다.

적벽은 사선크랙과 페이스로 이루어진 평균 경사 100도의 오버행 벽으로, 힘과 유연성, 기술과 경험이 고루 필요한 중급자 이상의 등반실력이 요구되는 고난도 등반지이다. 적벽 등반은 1960년 대 부터 시도되었으나, 당시만 해도 위협적인 오버행은 불가능의 영역과 같았다. 마침내 1978년, 크로니산악회와 에코클럽에 의해 초등된 이후에야 뭇 등반가들의 오름짓으로 붉게 타올랐다. 크로니산악회의 ‘크로니길’과 에코클럽의 ‘에코길’, 인천교대산악부의 ‘교대길’과 이성주씨의 ‘독주길’이 차례로 개척되었고, 2001년에는 전용학씨가 ‘2836’을 개척했다.

“며칠 전에 대원형이랑 미륵장군봉 타이탄 길에 등반하러 왔었어요. 돌아오는 주말에는 유선대 인천교대길을 등반할 계획이고요. 장마라고 등반을 멈출 순 없죠. 설악은 언제나 옳으니까요!”

최근 틈만 나면 설악을 찾고 있다는 차승준씨의 발걸음이 가볍다. 이런저런 반가운 근황을 나누며 소공원에서 와선대를 지나 천불동계곡에 이른다. 비선교를 건너 뒤돌아보니 정면으로 우뚝 솟은 기암이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좌측으로 허리춤에 금강굴을 자랑하고 있는 미륵장군봉이 보이고 그 옆으로 고고하게 솟은 적벽이 눈길을 훔친다. 내리는 비에 짙어진 벽이 유난히 붉은 자태를 뽐낸다.  

“예전 같았으면 비선대 산장에서 여유롭게 비가 그치길 기다렸을 텐데 말이죠.”

순식간에 빗방울이 굵어지고, 잠시 나무 아래로 몸을 피해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 빗나간 예보에 우중 등반을 감행하게 된 취재진이 긴급대책회의를 연다. 배대원 씨가 아쉬운 한숨을 내뱉으며 멀리 적벽을 바라본다.

“크랙 사이로 물이 너무 흘러요. 오늘 에코-독주 등반은 좀 어렵겠는데요.”

 

그 벽 위로 비바람 내리칠 때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 재빨리 적벽으로 이동해 등반 준비를 시작한다. 장비를 착용하며 고개를 돌리니 우측으로 수려한 설악의 침봉이 눈에 담긴다. 준비를 마친 배대원씨가 ‘자유2836’ 앞에 선다. 젖은 바위를 이리저리 만지더니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물바위가 이내 못 미더운 눈치다. 조심스레 등반을 시작한 배대원씨가 사선크랙을 따라 침착하게 첫 피치를 지난다. 평소 같으면 재빨리 올랐을 구간도 수차례 시도하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니 쉽지 않음이 느껴진다. 적벽의 붉은 크랙 사이로 빗물이 계속 흐르고, 빌레이를 보는 차승준씨의 두 손에도 긴장감이 스민다.

“승준아, 올라올 때 물 챙겨와!”

“대원형은 꼭 출발 후에 이런 부탁을 한다니까요! 버릇을 고쳐줘야 겠어요!”

후등으로 차승준씨가 등반을 시작한다. 그녀가 등반을 시작하자 비가 그치고 바람이 멎는다. 곧이어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하늘이 개고 빛이 든다. 앞서 배대원씨의 등반을 지켜보며 등반 상태를 파악한 차승준씨가 미끄러움에 발이 터지는 걸 주의하며 조심스럽게 1피치를 지난다. 무사히 선등자에게 식수와 행동식 배달 임무를 완수한 차승준씨가 메고 온 배낭을 1피치 종료지점에 데포시킨다.

‘자유2836’은 본래 ‘2836’이다. 2001년 개척 당시 개척자 전용학씨가 인공등반루트로 올랐다가, 2008년에 자유등반으로 2836을 다시 오르면서 루트명 앞에 ‘자유’를 붙여 ‘자유2836’으로 정정했다. 배대원씨가 자유2836 2피치 바위 턱을 지나다 두 차례 미끄러진다. 결국 한 손으로 퀵드로를 잡은 채 루트파인딩을 한다. 연신 젖은 손을 옷에 닦기 바쁘다.

뒤이어 2피치 등반을 시작한 차승준씨가 1피치에서 보여준 모습과 달리 시원시원한 동작을 보여준다. 2피치 중간부, 차승준씨가 다음 홀드를 향해 몸을 던지다 발이 터지면서 1m가량 추락을 먹는다. 홀드가 불확실한지 자세를 다양하게 바꾸며 시도를 이어간다. 차승준씨가 온 힘을 다해 버티며 무사히 크럭스를 지나 세 번째 퀵드로에서 로프를 뺀다.  

“으악! 텐션!”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순식간에 폭우가 쏟아진다. 차승준씨의 외침이 빗소리를 타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반대로 그녀의 오름짓은 물안개를 가르며 붉은 벽을 타고 오른다.  

 

사제지간에서 최고의 자일파트너로

“다행히 오버행이라 비를 많이 맞지는 않았어요. 역시 적벽은 적벽이네요.”

등반을 마친 배대원씨와 차승준씨가 허공에 로프를 던진다. 차승준씨가 먼저 하강하고, 뒤이어 배대원씨가 하강한다. 이후 배대원씨가 장비를 정리하고, 차승준씨가 로프를 사린다. 별다른 조율 없이 자연스럽고 신속하게 등반이 마무리된다. 손발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환상의 콤비가 따로 없다. 코오롱등산학교에서 사제지간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후 각종 등반을 함께하며 자일의 정을 쌓았고, 서로의 등반스타일과 성향을 맞춰가며 어느새 최고의 자일파트너가 되었다.

“저는 고산등반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겨울에는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에 올랐어요. 대원형도 같이하면 참 좋을 텐데 말이에요~”

차승준씨는 암벽과 빙벽에 이어 올해 봄부터는 본격적으로 드라이툴링을 시작했다. 얼마 전 응시한 등산 강사 자격시험에서는 합격의 쾌거를 이뤘다. 다양한 산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도전 정신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다양해지고 있다는 차승준씨. 언제부턴가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7대륙 최고봉 등정의 꿈도 킬리만자로를 시작으로 첫걸음을 뗐다.

“승준이는 나중에 빅월등반도 배우고 싶다고 해요. 저는 뒤에서 항상 지지하고 응원할 생각입니다(웃음). 개인적으로는 요즘 크랙등반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어요. 그동안 다양한 등반을 했지만 째밍이나 고난도 크랙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거든요. 뒤늦게 주변 형누나들을 통해 크랙과 전통등반의 가치에 빠졌습니다.”

빙벽·드라이툴링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했던 배대원씨는 지난 2월, 판대 아이스파크에서 개최되었던 아이스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난이도와 스피드 부문 개인전 1위를 석권했다. 그의 뒤로 현역 선수들이 순위권에 들었으니, 선수생활을 떠난 7년의 시간이 무색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전통등반에 심취할 계획이라는 클라이머 배대원. 지칠 줄 모르는 그의 도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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