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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산행 _ 인천 청량산 흥륜사

 

무더운 여름 저녁노을이 

마음에 드리울 때  

글 사진 · 양승주 객원기자

 

인천에 있는 절들 중에는 서해를 바라보고 있는 절들이 있다. 그러한 절에서 보는 탁 트인 조망, 특히 노을이 질 때의 풍광은 멋지다. 굳이 낙조를 보고자 하지 않더라도 한낮에 그러한 절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조망 자체를 즐겨도 좋다. 인천 청량산(淸凉山·172m) 흥륜사(興輪寺)는 그와 같은 절이다.

 

연수 둘레길 따라 걷는 길

청량산으로 오르는 길은 인천지하철 동막역에서 시작한다. 동막역은 인천시 연수구에 있다. 동막역을 나와서 나온 방향대로 큰길을 따라가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대건고로 가는 길이 나온다. 대건고에 도착해 학교 왼쪽으로 나 있는 샛길로 조금 올라가면 ‘연수 둘레길’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다.

연수 둘레길은 인천시 연수구 둘레를 걷는 길이다. 이 길은 봉재산(奉祭山·103m)~청량산~문학산(文鶴山·217m)~길마산(吉馬山·193m) 능선을 따라서 이어진다. 봉재산이란 이름이 유래된 데에는 봉제산에서 발음이 바뀌어 봉재산이 된 것, 아니면 영일정씨 집안에서 ‘중추동지사’라는 관료가 나왔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기려 ‘동지산’이라고 한 것이 봉재산이 되었다는 것 이렇게 두 가지가 존재한다.(인천광역시청 지명유래 참고)

 

서해를 등지고 108계단 오르며

봉재산 초입에 들어섰다. 시원한 그늘이 있는 걷기 좋은 숲길을 따라서 봉재산을 올랐다. 봉재산은 조망이 좋지 못했고 산길은 산책로 같았다.

봉재산을 넘어선 다음 고개로 내려섰다. 이 고개 아래로는 산을 뚫고 지나가는 터널이 있다. 고개에는 너른 억새밭이 조성돼 있었다. 억새밭 가운데는 논 한가운데 있곤 했던 시골의 원두막처럼 큰 정자가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하늘과 억새밭 사이로 봉재산이 솟아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터널 위 고개를 지나 청량산 산길로 들어섰다. 길은 봉재산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산책로 같은 길이었다. 난 그 평탄한 능선을 따라 걸으며 흥륜사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찾고 있었다. 지도를 잠시 살펴보고 나서 ‘이쯤이 흥륜사로 내려가는 길인 것 같다’고 생각되는 길을 발견했다. 마침 그 길을 따라 올라오는 등산객이 있었다. 그에게 물으니 흥륜사로 내려가는 길이 맞다고 한다. 청량산 정산 아래에는 커다란 정자가 있는데 그 정자에 도착하기 직전에 있는 갈림길이 흥륜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었다.

흥륜사는 청량산 서쪽 가파른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알고 있던 대로 흥륜사 대웅전 앞에서 바라보는 바다 조망은 훌륭했다. 하염없이 펼쳐지는 연안의 풍경은 전각들과 어우러져 운치를 자아냈다.

흥륜사에는 108계단이 있다. 산 아래쪽에서 흥륜사를 오려면 이 108계단을 통해서 올라오게 된다. 난 산 위에서 흥륜사로 내려왔으니 이 108계단을 내려간 다음 다시 올라와 보기로 했다.

108계단을 올라가려는데 문득 ‘내가 108살까지 산다면, 만약 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내가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이를 셈하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계단 갓난아기, 두 계단 젖먹이, 세 계단 이제 좀 아장아장 걸어 다니려나…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을 거쳐 공부를 하고 취직을 하고 산을 오르고 책을 만들고 여자친구를 만나고… 지나간 세월이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눈앞을 스쳐서 지나갔다. 30대까지 많이 보고 배우고 느끼고 나를 채우고 있는 사건과 시간이 빈 원고지에 글이 써지듯 마음에 새겨졌다. 40대부터는 가정을 지키고 아이를 키우고… 그렇게 50~60대까지 산다. 그때쯤 되면 아이들도 크고 부모님도 많이 늙으셨을 테지… 그리고 90계단 100계단, 그때쯤이면 내 주위에는 내가 알고 지내온 이가 아무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외롭겠구나! 계단을 오르며 혼자 아닌 지금 이 시간이 소중함을 느낀다.

 

무더위에 발걸음 향한 문학산

청량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해 앞바다 조망은 흥륜사에서 바라본 그것과 비슷했다. 청량산 정상에는 지붕이 있는 큰 쉼터가 있었다. 정상에서 계단을 따라서 내려갔다. 계단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것처럼 가파르고 빠르게 아랫마을로 이어졌다. 마을에 도착해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커피를 사서 먹었다. 날씨가 푹푹 쪘다. 나중에 산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뉴스를 보고서 산행했던 그날이 서울 역사상 80년 만에 가장 더웠던 날이라는 것을 알았다. 낮은 산이라 하더라도 산을 내려온 뒤 다시 산을 오를 때는 굳은 결심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이렇게 더운 날에는 그런 결심을 하는 데 애를 먹는다. 문학산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때었다.

문학산으로 오르는 길은 봉재산과 청량산의 산길처럼 순하지만은 않았다. 잠깐이지만 제법 산길다운 가파른 구간이 있었고 바윗길도 간혹 나타났다.

가는 길에 옆길로 잠깐 새어 문학산 노적봉에 다녀왔다. 노적봉에는 작은 정자가 있었다. 정자에는 혼자 산행 온 사람들 몇몇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 정상으로 가는 주능선에서 살짝 비껴 있는 노적봉은 한산한 편이다. 아담한 크기의 노적봉은 경치가 좋아서 풍경을 감상하며 조용히 쉬었다 가기 좋은 봉우리였다.

문학산 정상으로 가는 산길 끝에서 도로를 걸었다. 이 도로는 군부대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문학산 정상의 조망은 사방으로 막힘이 없다. 인천을 대표하는 산 중의 하나인 이 산은 막힘없이 시원스런 풍광을 보여준다. 문학산 정산에 서면 인천대교와 영종도를 볼 수 있고, 강화도 마니산, 계양산, 승학산 등 인천의 명산들을 지도를 그리듯 한눈에 감상할 수 있으며, 날씨 좋은 날은 서울의 북한산과 인왕산까지 볼 수 있다.

 

오를수록 외롭고 힘든 인생의 계단

문학산에 이어서 길마산으로 갔다. 길마산 능선을 걸으며 지상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연수둘레길에서 길마산 능선이 높은 곳을 걷고 있다는 느낌을 가장 확실하게 주었다.

인천은 바다에 인접해 있는 지역이다. 인천의 산은 조금만 올라도 항구도시의 바다 풍경을 원없이 보여주었다. 길마산 자락 법주사로 하산하여 인천지하철 선학역에 도착하며 산행을 마쳤다. 오늘도 누군가의 삶이 갈고닦고 쌓아올린 인생의 계단을 하나 오르는 마음으로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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