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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포천 도마치계곡

 

아이들은 자라서 클라이머가 되었다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남매는 손이 고왔다. 으레 오랜 시간 등반을 해온 클라이머의 손은 덕지덕지 굳은살이 자리 잡거나 손가락 마디가 굵어져있기 마련인데, 남매의 똑 닮은 두 손은 십 수 년 경력이 무색하게 가느다랗고 길었으며 작은 상처 하나 없었다.

“워 신기하네. 우째 손이 이라지? 등반을 그리 했는데 손이 이런 건 등반을 아~주 잘 한다는 소리다. 아버지한테 등반을 제대로 배웠구나!”

남매의 손을 유심히 보던 주민욱 기자가 놀란 눈을 하며 말한다. 손승민(25), 손소망(24) 남매는 한국 최초의 난이도 5.14 등반, 설악산 적벽 최초 자유등반, 국내 스포츠클라이밍 1호 박사 등 국내 산악계에 기리 남을 역사를 써 내려간 클라이머 손정준씨와 난이도 5.14급 프로 클라이머 윤경임씨의 자녀들이다. 클라이머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유년시절부터 자연스레 바위를 놀이터 삼아 자란 남매는 부모의 명성만큼 뛰어난 기량을 뽐내며 학창시절 국내 클라이밍 대회를 휩쓸었으며, 국내외 고난도 등반지를 두루 섭렵했다. 손승민씨의 개인 최고 등반 기록은 레드포인트 5.14d, 온사이트 5.13d. 손소망씨는 레드포인트 5.13a, 온사이트 5.12a이다. 또래는 물론, 전 연령층을 아울러도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부모님께서 나중에 꼭 클라이밍 하는 배우자를 만나라 하셔요. 사위와 며느리가 빌레이를 보는 게 소원이래요. 나중에 손자손녀가 생겨도 등반시킬 거라고 벌써 저희한테 선전포고도 하셨다니까요~(웃음).

여유롭고 시원한 여름 트레킹 성지

수준급 클라이머들과 향하는 오늘의 목적지는 바위가 아닌 계곡이다. 물 따라 바람 따라 걸으며 시원한 계곡트레킹을 즐기기로 한다. 서울 근교에서 시원한 계곡을 맞볼 수 있는 곳으로 경기도 포천 백운산의 도마치계곡을 골랐다. 도마치계곡은 소문난 백패킹 성지로 여름철 물놀이를 겸해 찾는 이들이 많다. 도마치계곡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도마치캠핑장을 들머리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한북정맥을 타고 가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방법이 있다.

도마치캠핑장을 들머리로 하는 경우, 캠핑장입구 오른쪽의 정문을 지나 임도를 따라 걸으면 캠핑장이 끝나는 곳에서 계곡을 따라 오른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이후로 30여 분 정도 더 들어가면 ‘끊어진 다리’라 불리는 도마치계곡의 명소가 등장한다. 임도를 걷는 동안 갈림길을 만나게 되면 계곡과 더 가까운 길을 선택하면 길을 잃지 않는다. 끊어진 다리 건너편으로는 텐트 서너 동을 칠 수 있는 넓은 박지가 있다.

끊어진 다리부터 본격적인 계곡 트레킹이 시작된다. 도마치계곡 하류~중류까지는 경사가 없고 물길이 세지 않아 안전한 운행을 이어갈 수 있다. 바위와 계곡을 번갈아 가며 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계곡 중류부터는 텐트를 칠 곳이 마땅치 않으므로 백패킹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전에 야영지를 확보하는 게 좋다.

도마치캠핑장은 사유지이므로 캠핑장을 지날 때 소유주의 허락을 받는 게 필요하다. 또는 도마치 캠핑장에서 오른쪽 임도로 들어가지 않고 왼쪽 승진교 아래에서 바로 계곡 트레킹을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승진교 옆으로 계곡으로 내려가는 철제 계단이 설치돼 있다. 계곡을 따라 500여 미터 정도 이동하면 사유지를 지나 다시 임도로 빠질 수 있다.

한북정맥 능선을 타고 도마치 계곡에 진입하려면 광덕고개, 흑룡사, 도마치를 들머리로 할 수 있다. 광덕고개와 도마치는 고도를 높이지 않아도 돼서 수월하게 계곡까지 갈 수 있으며, 흑룡사에서 출발할 경우 백운산 또는 도마치봉까지 고도를 700m쯤 올려야 해서 만만치 않다. 한북정맥 능선을 따라 헬기장과 공터가 여럿이어서 텐트 칠 자리는 많다.

 

그녀의 소망은 하나, 손소망

“손정준 클라이밍 연구소 최고 사랑둥이 왔다!”

지난 5월 고창 선운산에 등반 차 방문했던 기자는 일행이 외치는 말에 그가 반갑게 손 흔드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밝은 미소로 주변 클라이머들과 인사를 나누는 손소망씨가 있었다. 오랜만에 귀염둥이가 선운산을 찾았다며 반갑게 어린 후배를 맞이하는 선배등반가들의 모습을 보며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던 기억이 있다.

“선운산은 제 최고 기록인 5.13a를 끝낸 곳이에요. 어느 날 아버지가 ‘소망아, 우리 가족은 난이도 5.13급은 해야 한다! 너는 10kg은 빼야 할 수 있어!’ 라고 말하지 뭐예요. 그 이후로 독하게 체중감량을 했어요. 아버지의 충격요법 덕분에 2016년에 선운산 속살바위 스피드(5.13a)와 투구바위 샌드월(5.13a)을 끝냈어요!(웃음)”

선운산 속살바위 아래서 보았던 첫 모습 그대로 손소망씨는 종일 밝은 미소를 보이며 씩씩하게 계곡을 오르내렸다. 올해로 대학교 4학년인 손소망씨는 스포츠재활을 전공하고 있다. 졸업이 다가오면서 등반보다는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는 그녀는 진로에 대한 불안이나 고민보다는 확신이 있었다.

“클라이밍 국가대표팀 재활치료사가 되고 싶어요. 선수 재활치료뿐만 아니라 주변 선후배 클라이머들의 건강도 챙기고 싶고요. 종종 부모님을 도와 암장(손정준 클라이밍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이곳저곳 아픈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건강을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마음과 달리 운동 중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고, 잘못된 방법으로 재활하지 못해서 오래도록 아픈 분들도 있고요. 제가 직접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경험과 전공을 잘 살려서 꼭 그렇게 되고 싶어요!”

차세대 국내 클라이밍계를 이끌어 갈 소망씨에게 살면서 경험 했던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물으니 그녀는 고민도 없이 지난여름 아버지와 단 둘이 떠났던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4,810m) 등정을 뽑았다. 그녀는 스무 시간이 넘는 운행 동안 고산을 오르내린 정상공격의 추억을 되새기며 소중한 경험과 성취를 아버지와 함께여서 행복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다른 가이드 없이 아버지만 믿고 따라 올랐어요. 바로 다음날 기상악화로 현지가이드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 가장 힘든 순간이었지만 동시에 최고의 성취였죠. 다음에도 꼭 아버지랑 같이 가고 싶어요.”

 

바람의 아들, 손승민

“이번엔 깔끔했죠? 초등 때는 좀 …(웃음)” 지난해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우연히 보게 된 도봉산 강적크랙(5.13a) 영상에서 등반을 마친 클라이머는 짧은 두 마디를 던졌다. 날짜를 보니 2016년 3월에 업로드 된 영상이었다. 영상 속 클라이머는 5.13a의 난이도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볍고 조용한 등반을 보여주며 재빠르게 완등에 성공했다. 영상 말미에서나 제대로 얼굴을 보여준 그는 괴물 같은 실력과 대비되는 앳된 모습의 손승민씨였다.

“전역한 지 이제 2개월 정도 되었어요. 지난 2년은 군생활 때문에 등반을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슬슬 군 입대 전 만큼 다시 기량을 끌어올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등반 욕심도 있고, 아버지처럼 꾸준히 등반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손승민씨는 도봉산 강적크랙 외에도 적벽 자유등반, 울산바위 자유등반, 요세미티 프리라이더 자유등반, 스페인 말라가, 미국 찰스턴, 태국 프라낭 등 국내외 최고난도 루트를 섭렵했으며, 스포츠클라이밍과 트래드클라이밍에 모두 능한 토탈 클라이머다.

“처음 난이도 5.14급에 도전했을 때, 끝내 성공하지 못했던 적이 있어요. 돌아와서 속상한 마음에 혼자 훈련을 열심히 했었죠. 결국 5.14c를 먼저 끝냈어요. 첫 난이도 5.14급 진입이 5.14c였죠(웃음). 그 아래 난이도인 5.14a와 5.14b는 이후에 차례로 완등 했어요. 고된 훈련의 결과였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손정준 소장은 청년시절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로 활동하며 최고의 기량을 뽐냈다. 그의 지난 이력이 더욱 인정받는 것은 당시에는 이에 대한 이론정립이나 트레이닝방법 등이 아직 국내에 자리 잡기 전이었다는 것. 손정준씨는 홀로 분석하고 공부하며 오로지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신의 한계를 확장시켜 나갔다. 똑 닮은 두 눈과 입매, 뛰어난 등반실력과 홀로 묵묵히 이뤄내는 끈기까지 아들은 아버지를 많이 닮아있었다.

“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아버지는 최고의 자일파트너이자 가장 존경하는 클라이머예요” 든든한 부모님의 그늘 아래 아이들은 자라서 클라이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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