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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백패킹

 

우이도

<그리운 바다 성산포>의 시인과 그리운 섬에 들다

 

5년 전, 섬을 찾아다니는 동호회에서 <그리운 바다 성산포>의 시인과 우이도를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이도에서 이생진 시인을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생진 시인은 섬과 바다를 사랑한다는 것, 여전히 섬을 다니며 많은 시를 쓰고 있다는 것, 우이도를 가장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우이도 백패킹에서 이생진 시인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글 사진 · 김석우 양구 주재기자

 

1980년대 말, 민주화의 열망과 함성이 거리를 뒤흔들 때, 대학가에선 김정환, 양성우 시인 같은 진보 성향 시인의 시집이 많이 읽혔습니다. <실천문학>과 <창작과 비평>의 시인이었던 그들의 시집은 많은 대학생들의 가방 안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 시대에 학교를 다녔던 필자도 역시 그들의 시를 보며 지냈습니다. 아직도 궁금한, 어떤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때인가 <그리운 바다 성산포>라는 시집이 내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유치한 파란색의 그 시집은 서정적이고 자유주의가 넘쳐났습니다. 논리와 합리로만 세상을 보던 어린 대학생에게 그 시집은 충격이었습니다. 가끔은 따뜻하고 낭만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시인은 노래하였습니다. 바다와 섬, 술에 대한 애정이 녹아든 그 시집은 이후 주변 사람들 생일 때, 항상 1순위 생일 선물이었습니다.

 

쇠귀 닮은 섬, 우이도

섬의 서쪽 양단에 돌출한 2개의 반도가 소의 귀 모양과 비슷하여 우이(牛耳)라는 이름이 붙은 우이도. 전라남도 신안군 도초면에 딸린 27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우이군도의 주도로서 부속도서로는 무인도로 화도, 항도, 승도, 송도, 가도, 어락도 등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우이도 가는 배는 목포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11시 40분 출항합니다. 오전 10시 40분부터 표를 살 수 있습니다. 예매는 불가합니다. 대구에서 온 장명지 씨와 섬사랑 6호를 타고 우이도를 향합니다.

목포항을 떠난 배는 안좌도, 사치도, 수치도, 도초도, 비금도를 지척에 두고 운항합니다. 배 안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기엔 너무도 아름다운 섬들이 이어집니다. 배의 2층 외부엔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갈매기에 새우깡을 던져주는 분, 준비해온 음식을 먹는 가족, 간단히 맥주를 마시는 분들, 모두가 아름다운 경치에 홀려 방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3시간이 넘게 걸리는 긴 시간이지만,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테이블 한 켠에 자리 잡고 앉아, 이생진 시인의 시집 <우이도로 가야지>를 꺼내 읽어 봅니다. 잊고 있었던 우이도의 경치가 시를 통해 조금씩 기억납니다.

배는 우이도의 4곳에 기항합니다. 우린 우이2구, 돈목선착장에서 내립니다. 이생진 시인께서 항구에 마중 나와 계십니다. 이생진 시인의 제자였던, 가수 현승엽 씨도 같이 나오셨습니다. 모두 반가운 얼굴입니다. 현승엽 씨는 이생진 시인의 시로 많은 노래를 만들어 부르십니다.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나 이젠 같은 길을 가는, 동반자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캠핑으로 섬을 즐기는 방법

5월 초 연휴 기간의 우이도는 모든 민박집이 꽉 차 있었습니다. 우이도 역시 국립공원 지역이라 캠핑은 불가능합니다. 우이도로 가기 전에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해, 폐교에 텐트를 치고 자기로 했습니다. 물론, 전 일정 식사는 민박집에서 사먹기로 했습니다. 우이도 민박집의 식사는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풍요로운 우이도의 식재료가 싱싱하게 밥상으로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섬 밥상의 모범입니다. 우이도에선 꼭 민박집 식사를 드셔보라 권합니다. 어느 집 하나 맛없는 집이 없습니다. 인심은 덤입니다.

폐교가 된 초등학교에는 자운영이 가득합니다. 꽃을 깔고 앉아 텐트를 치는 게 미안하지만, 우리를 위해 예초기를 가져온 동네 주민을 만류하는 걸로 위안을 삼습니다. 아담한 폐교에 텐트를 치고 잔다는 건 호사입니다. 폐교는 여름엔 모자란 민박 공간으로 활용합니다. 폐교 관리자인 박화진 씨를 만나, 우이도에서의 캠핑에 대해 상의해봤습니다. 섬의 해변이나 산에선 취사, 야영이 금지되어 있지만, 이미 개발이 되어 있고 민박집으로 활용하는 폐교의 운동장은 캠핑 공간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대신 편의시설이 없으니, 취사는 금지하고 여러 민박집에서 음식을 사먹는다면 지역 경제와 환경을 위하여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취사만 하지 않는다면, 캠핑도 가능한 길이 있습니다. 우이도 폐교에서 캠핑을 하고 싶으면 박화진 씨에게 연락을 하면 됩니다. 061-261-4455

잘 곳이 마련되었으니, 저녁 먹기 전에 돈목해변으로 산책을 가봅니다. 돈목해변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뻔한 모래 언덕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산태라고 부르는 높이 50m, 길이 80m의 이 모래 언덕의 학술명은 풍성사구입니다. 바람에 의해 형성된 모래 언덕이라고 합니다. 학술적으로 중요하기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려 하였지만, 개인 사유지인 관계로 무산이 되었다고 합니다. 돈목해변의 풍성사구는 보존을 위해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이 사구에는 순비기나무, 갯메꽃, 통보리사초, 갯방풍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들을 사구식물이라고 합니다. 강한 바람과 짜지 않은 물을 빨아들이기 위해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리고 있고, 수분을 잃지 않도록 두껍고 단단한 잎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돈목해변에서는 사구식물과 사구를 반드시 보기를 권합니다.

우이도의 첫 식사에 회를 추가합니다. 민박집 사장님이 직접 배를 몰아 잡아 온 자연산 참돔과 참도다리는 말도 안 되는 가격과 엄청난 쫄깃함을 과시합니다. 안 먹었으면 후회할 맛입니다. 민박집에서의 한 끼는 8,000원입니다. 회는 따로 추가금을 내야 합니다. 민박집에서 회 먹기를 권한다면 꼭 드십시오. 좋은 횟감을 잡아 왔다는 겁니다. 우이도에선 그날그날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습니다. 맛난 저녁을 먹은 후, 다른 민박집에 머물고 계신 이생진 시인을 찾아뵙니다. 막걸리와 함께 궁금했던 이야기를 합니다. 91세의 연세시지만, 여전히 술을 즐기십니다. 90세가 넘으니, 이제야 사는 재미가 느껴진다고 말씀 하십니다. 밤이 깊어지지만 시인과의 이야기는 깊이를 더합니다. 가수 현승엽 씨도 옆에서 술과 이야기를 거듭니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에 텐트로 돌아옵니다.

 


상산봉 암릉을 올라 섬을 보다

섬에선 오래 잠을 못잡니다. 파도 소리와 별과 바다 냄새 등이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시인의 말을 곱씹으며, 밤새 뒤척였습니다. 지난밤, 이생진 시인의 건강 비결을 물어봤습니다. 시를 쓰고, 섬을 다니며, 걷기를 즐기면 건강해진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 6시에 같이 해변을 걷자고 하였습니다. 5년 전에도 새벽에 일어나 나간 바닷가에서 우연히 시인을 만났습니다. 돈목해변을 지나 성천해변까지 걷는 동안 우린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한 시간을 넘게 걷다 들어왔는데, 여전히 그때가 우이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약속된 만남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바다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풍랑주의보 때문에 바다의 파도는 엄청난 크기와 힘으로 몰아칩니다. 5월의 바다는 초겨울 날씨가 되었습니다. 걷기를 그만두어도 될 터인데, 시인은 숙소로 돌아가 단단히 옷을 입고 다시 나왔습니다. 여전히 우린 말없이 돈목해변과 성천해변을 걷다 들어왔습니다. 오산에서 우이도로 들어오기로 한, 박정호 씨는 풍랑주의보로 뜨지 못한 배 때문에 목포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우이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발이 묶였습니다.

바람이 세지만, 오늘은 우이도의 산을 오르기로 합니다. 민박집에서 같이 밥을 먹느라 친해진, 창원에서 온 자매와 같이 올라가기로 합니다. 이연순(69), 이연옥(59) 씨는 5남매 중 두 자매입니다. 10살 차이 나는 언니와 산이며 섬을 다닌다고 합니다. 가끔 형제, 자매끼리 여행을 다니는 분들을 보면 많이 부럽습니다. 우애도 우애이지만, 사실 얼굴 보기도 힘든 게 형제자매입니다. 큰 복입니다.

돈목에서 올라갈 수 있는 산은 도리산과 상산봉인데 조망이 좋다는 상산봉으로 갑니다. 민박집 사장님은 바람이 세서 상산봉은 위험하다고 말리십니다. 그렇지만 조망이 더 좋은 상산봉으로 올라가보기로 합니다. 대신 바람이 세면 돌아오기로 합니다. 바람에 대한 채비를 단단히 하고 갑니다. 바람이 센 바다와는 달리 산으로 들어가니 의외로 바람은 잦아듭니다. 무릎이 아픈 이연순 씨는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올라오다가, 암릉이 시작되기 전에 돌아갑니다. 이연옥 씨는 산을 열심히 다니셨다고 합니다. 야생화와 사진에 관심이 많았고, 이젠 섬이 좋아져 섬 산행을 주로 하신다고 합니다.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상산봉을 가려면 사람이 살지 않게 된 대초리 마을을 지나가야 합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우물이며 돌담이며 축대를 보니 아름다웠을 마을이 상상됩니다. 고개에 마련된 쉼터에서 이연옥 씨와 장명지 씨의 대화가 끊이지 않습니다.

대초리 마을을 지나 이젠 암릉을 올라갑니다. 바람 불면 혼자 올라가야 하나 했던 생각은 기우였습니다. 두 여성분은 너무도 씩씩하게 잘 올라갑니다. 암릉을 올라갈수록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주변 섬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경치 때문에 힘들지 않습니다. 상산봉의 등산로는 아기자기합니다. 센 바람이 먼지를 멀리 보내서인지 맑은 경치도 선사합니다. 정상의 조망은 대단합니다. 멀리로는 흑산도, 홍도, 대야도, 경치도, 도초도, 가까이로는 동소우이도, 서소우이도, 백도가 보입니다. 가슴이 뻥 뚫리고 시원합니다. 바람도 한몫합니다. 사진을 찍느라 모두가 분주합니다. 정상의 바람은 쉬지 않고 불어댑니다. 체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내려옵니다. 숙소로 돌아와 먹은 저녁 식사는 당연히 꿀맛입니다.



다음 우이도를 기약하며

2박 3일간의 우이도 살이를 마쳐야 할 때가 다가옵니다. 바람은 여전히 거세고 잠자리에 들면서도 배가 뜰지를 걱정합니다. 새벽 3시 이후부터 바람 소리가 작아지더니, 6시에 배가 뜬다고 민박집 사장님이 전화를 주십니다. 언제 변할지 모르는 날씨니 첫 배를 타고 나갑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지만, 우이도는 시인이 사랑하는 섬이고, 바다를 혼자 차지하고 싶어하는 욕심 많은 모든 이들이 좋아할 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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