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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백패킹 _ 천태산

 

거대한 그대 이름은 산 산 천태산이어라!

 

천태산(天台山)은 충북의 설악(雪岳)이라 불린다. 늘어진 기암괴석이 빼어난 자태를 뽐내고, 들머리 천년사찰엔 기나긴 역사가 서려 있다. 연달아 등장하는 수직의 암릉에 다리는 후들 숨은 깔딱. 바위에 올라 맺힌 땀방울을 닦으니 눈앞에 초록의 절경이 펼쳐진다. 서(西)로 서대산, 남(南)으로 성주산. 멀리 덕유산과 계룡산, 속리산이 들어오고 주위로 단단한 산세가 힘 있게 물결친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협찬 · msr

 

천태산은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과 충청남도 금산군 제원면에 걸쳐 있다. 충북에서 시작하는 산행이 정상에 서면 돌연 충남이 된다. 양산 8경 중 제1경인 영국사(寧國寺)에서 천태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4갈래(A·B·C·D)이나 천태산의 암릉미와 풍경을 고루 느끼고자 한다면 가파른 A코스로 시작해 무난한 남고개 방향(D코스)으로 하산하는 게 가장 좋다. A코스 등산은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설치된 로프만 잡고 60~80도의 암벽을 오르는 가파른 구간을 몇 차례 지나므로, 반대 방향(D코스에서 A코스로)으로 산행을 시작할 경우 하산시 비교적 위험요소가 있다.

천태산 산행은 곳곳에 재미가 가득하다. 깎아 지르는 암벽을 오르는 짜릿함 뒤에 우거진 소나무와 평온한 길이 이어진다. 수려한 바위능선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다가도 곳곳에 숨겨진 전망 좋은 명당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오르내리는 내내 주변으로 펼쳐진 풍경은 여름이면 쾌청한 초록으로, 가을이면 짙은 빨강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천년사찰에서 시작하는 산행

오산 졸음쉼터에서 서미석씨를 만난다. 근처 동탄에 사는 서미석씨는 지난밤 늦은 야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산행을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서미석씨는 올가을 ‘블랙야크 100대 명산’ 완등을 목표로 매 주말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고 있다. 천태산은 진즉에 올랐지만, 그럼에도 몇 번이고 다시 찾고 싶은 산이라며 이번 취재에 동행하기로 했다. 차에서 내리니 서미석씨가 인사를 건네며 활짝 웃는다. 미소와 함께 코끝을 찡긋하는 모습이 어여뻣다. “산에서 먹을 간식들 좀 챙겨왔어요. 호호~” 발랄한 목소리에 자연스레 시선이 그녀의 손으로 향한다. 그녀의 양손에 치킨과 각종 먹거리가 가득이다. 졸음쉼터를 떠나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리 영동으로 달린다.

천태산입구 주차장에서 이정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하면 주름진 모습의 할매바위와 삼단폭포(용추폭포)를 만난다. 3단계에 거쳐 흘러내리는 삼단폭포의 물줄기 소리를 들으며 지나는 길은 여름날 더위를 식히기에 좋다. 나무계단을 오르면 한눈에 천태산의 전경이 눈에 들어오고 이내 영국사 일주문에 다다른다. 1,000원의 입장료가 있다.

영국사 주차장은 501번 지방도(천태산로)에서 왼쪽으로 누교저수지를 끼고 비포장도로를 따라 4km 정도 들어간다. 천태산로에서 누교저수지로 빠지는 길은 501번 지방도에서 천태산진입로로 빠지는 삼거리와 1.3km정도 떨어져 있다. “20분은 벌었어. 여유롭게 돌아보자고” 취재진은 영국사를 들머리로 천태산에 오르기로 한다. 천태산입구 주차장에서 영국사까지 1km 정도를 건너 띄었으니, 어림잡아 왕복 40분은 여유가 생겼다. 영국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찰을 천천히 돌아본다.

영국사에는 천 년의 뿌리가 있다. 668년 제30대 문무왕 8년에 원각국사가 창건한 영국사(寧國寺)에는 영산회불탱, 부도, 원각국사비, 망탑봉 3층석탑 등 5점의 국보급 문화재와 긴 세월 고고히 무르익은 노수(老樹)가 있다. 높이 31.4m, 둘레 11.54m의 천 년 고목, 영국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223호)가 바로 그것이다. 영국사가 양산 8경중 제 1경으로 꼽히는 데는 문화유적과 어울리는 아름드리 거목의 자태가 한몫했을 것이다. 은행나무 사이로 보이는 파란하늘이 쾌청하기 그지없다.

짜릿한 암벽구간 지나 정상으로

한낮 최고기온 28도. 초여름의 날씨를 자랑하는 5월의 어느 날, 내리쬐는 햇볕에 내놓은 뒷목과 팔다리가 이글거린다. 본격적인 산행 시작 전 취재진들이 모두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는다.

천태산에는 4개의 등산로가 있다. A코스 미륵길, B코스 관음길, C코스 관음국사길, D코스 남고개길이다. B코스 관음길은 사유지의 문제로 폐쇄되었고, C코스 관음국사길은 A코스와 D코스에 비해 조망이 좋지 않아 인기가 없다. 천태산을 찾는 등산객의 열에 아홉은 A코스로 올라 D코스로 하산하는 원점회귀코스를 이용한다.

영국사를 지나 200여 미터 이동하면 A코스 산길이 시작된다. 계단 옆으로 ‘A코스 시작점’이라 적힌 친절한 안내판이 나온다. 나무계단으로 시작되는 초입은 소나무길로 이어진다. 이내 골짜기가 깊어지고 기묘한 기암들이 등산객을 맞는다. A코스는 정상까지 내리 바위구간이다. 두 손으로 밧줄을 잡아야 하는 구간이 많으므로 오르는 동안 등산스틱 사용이 어렵다. 대표적인 암벽 구간이 세 번 나오는데, 등반 경험이 없거나 접지력이 좋지 않은 신발을 신은 등산객들은 우회로를 이용하는 게 좋다. 각 구간 앞에는 ‘일반 등산객의 출임을 금지합니다’라는 경고문이 세워져 있다.

A코스 초입에서 15분 정도 지나 첫 번째 암벽구간을 만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줄을 잡고 오르며 짜릿함을 즐긴다. 이어지는 기암괴석들이 기묘한 풍경을 자아낸다. 10분도 채 가지 않아 다시 더욱 웅장한 바위를 마주한다. 바위를 오르며 뒤 돌아보니 벌써부터 멀리 영국사가 보인다. A코스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은 세 번째 암벽구간이다. 이전의 두 개 암벽구간을 무사히 지났다는 안도는 75m의 세 번째 암벽을 마주하며 금세 긴장으로 바뀐다. 서미석씨가 앞장서서 밧줄을 잡는다. 한발 한발 씩씩하게 내디디며 가장 가파른 구간을 거침없이 오른다.

“저 이래 봬도 등산학교 암벽반 출신이에요. 이 정도는 거뜬합니다.”

세 번째 암벽구간을 오르면 주변 산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세를 조망하기엔 정상보다 이곳이 좋다. 웅장하고 단단한 암릉 곳곳 용케 뿌리 내린 소나무들이 천태산에 멋을 가미한다. 뒤이어 짧은 바위구간을 더 지나면 평온한 길에 오른다. 오후 2시경, 정상까지 500여 미터를 앞두고 평평한 그늘아래 자리 잡는다. 점심을 먹고 정상공격에 나서기로 한다.

주린 배를 채우고 다시 15분 정도 오르니 오후 2시 40분경 정상에 도착한다. 이로써 내리 충북의 산을 오르다 충남의 산에 발을 들인다. 바위 위에 높게 자리 잡은 정상석에도 앞뒤로 ‘충청남도 금산군’이라 정성스레 새겨져 있다.

 

양산 8경의 중심, 송호국민관광지

정상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는 영국사 원점회귀 코스(D코스), 왼쪽으로는  대성산 종주코스가 이어진다. D코스 하산은 2시간 정도, 대성산 종주코스는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정상의 기쁨을 짧게 만끽하고 오후 3시경, D코스 남고개 방면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30여분 지나 위로는 나무그늘, 아래로는 평평한 흙길, 양쪽으로는 진달래가 가득한 길이 이어진다. A코스와 달리 D코스는 이렇듯 평온하고 무난한 산길이다.

이내 넓은 헬기장을 만난다. 이후 B, C코스 갈림길을 지나 D코스를 따르면 ‘잠시쉼터’에 닿는다. 이곳에서 남고개를 지나 영국사로 내려가면 된다. 잠시쉼터는 천태산에서 조망이 가장 멋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천태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하산을 직전에 앞두고 편히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영국사에 닿기 전 지나는 망탑삼거리에서 망탑봉(고래바위와 삼층석탑)까지는 도보 10분이면 충분하다. 오후 4시 40분경, 망탑삼거리를 바로 지나 영국사에 도착하며 산행을 마무리 짓는다. 영국사 앞으로 한그루 겹벚나무가 가지마다 만개한 꽃망울을 찰랑인다.

짧은 산행의 아쉬움은 송호국민관광지에서 달래기로 한다. 영동 양산면 금강 상류에 자리한 송호국민관광지는 양산 8경의 중심이라 불린다. 8경중 5개(2경 강선대, 4경 봉황대, 5경 함벽정, 6경 여의정, 8경 용암)가 송호국민관광지 주변으로 있다. 송호국민관광지는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284,290㎡의 부지에 조성된 캠핑장으로 조각공원, 물놀이장, 산책로 등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가 있다. 영국사 주차장으로부터 12km, 천태산입구 주차장부터 8km 정도 떨어져 있다. 차로 15~20분 정도 소요된다.

강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 옆에 사이트를 구축한다. 흐르는 강물이 가까이 보이는 명당자리다. 해가 뉘엿뉘엿 지며 시원해진 날씨에 산행의 피로가 녹아내린다. 텐트 옆으로 넓게 자리를 펴고 누워 휴식을 취한다. “올가을 100대 명산 완등을 앞두고 있어요. 100번 째 산을 오르는 날 큰 버스 한 대를 대절할거에요! 많은 사람에게 축하받고 싶거든요! 두 분도 오실 거죠?” 서미석씨가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는 그녀에게 진심을 담아 작은 응원을 던진다. “그럼요. 꼭 초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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