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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트레킹 _ EBC 3패스

 

3패스에서 만난 나의 아름다운 히말라야

 

EBC 트레킹을 하는 이들이 즐기는 코스로는 12일 정도 걸리는 EBC 베이스캠프·칼라파타르, 1패스 1리로 알려진 EBC 베이스캠프·칼라파타르·촐라패스·고쿄리 코스가 있다. 그리고 체력이 좋은 분들은 EBC 3패스와 3리를 모두 거치는 구간도 있다. 이 가운데 3패스를 다녀왔다. 3패스는 쿰부 히말라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두루 볼 수 있는 코스로 꼽힌다.

글 사진 · 윤지영(㈜포카라 대표)

 

에베레스트 쿰부 히말라야 3패스는 쿰부 히말라야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3대 패스인 콩마라패스(Congma La, 5,535m), 촐라패스(Cho La, 5,420m), 렌조라패스(Lenzo La, 5,417m)를 가리킨다. ‘라’는 큰 산 바로 아래 있는 5,500m대의 빙하를 지칭하는 말이다. 참고로 고쿄리 등에서 말하는 ‘리’는 큰 산 앞의 작은 산을 뜻하는 말이다. 3패스 트레킹은 이 3대 패스를 넘는 트레킹이다.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안나푸르나에서의 여정과는 달리 그 두 배 이상의 체력과 지구력을 요구한다. 이 코스는 쿰부 히말라야 지역의 장엄한 풍경을 파노라마로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명품 트레킹 코스로 꼽힌다. 다만 보통 12일에서 14일 정도 걸리는 다른 코스와는 달리 18~20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다소 길고 힘든 코스다.

 

추쿵리와 콩마라패스

전날 추쿵에 도착하였는데 4,700m의 추위가 엄습했다. 얇게 입고 있던 레깅스 위에 두툼한 바지를 껴입은 다음 롯지에 따뜻한 레몬티를 주문해 물병에 넣어 추쿵리를 오르기 시작했다. 롯지에 큰 짐을 맡겨두고 작은 가방 하나에 약간의 간식과 경량 구스 패딩, 차 등을 담아 가이드에게 주고 몸을 가볍게 했다.

네팔에서 4,000m 이상의 고산 지역에서는 오전 내내 맑던 하늘도 오후에 순식간에 구름이 내려와 깔리는 일이 흔하다. 이날도 오후가 되자 발밑까지 구름이 내려왔다. 가이드는 “치토 치토(빨리 빨리)” 외치며 느긋한 나를 다그치며 앞서 걸어간다. 추쿵에서 추쿵리까지는 가파르게 약 1,000m 이상을 오르기 때문에 오르는 시간에 비해 고도가 급상승한다. 오르는 내내 손끝이 저릿저릿 하고 숨이 가빴다.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또 오르기 힘들 거라는 생각에 숨이 가쁠 때마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숨을 가다듬고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겼다. 사실 아침 일찍 딩보체에서 추쿵까지 약 5km를 온 후 거의 쉬지 않고 바로 이동하는 데다 가이드가 서두르자 숨이 평소보다 2배는 차오르는 것 같았다. 약 2시간을 걸려 추쿵리 정상에 오르자 구름이 자욱하게 아래로 깔리기 시작하였다. 준비해 간 차를 마시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작은 호수 비슷한 것도 보이고 주변의 풍경이 제법 아름답다.

시간이 많이 지체된 상황이라 더 앉아 풍경을 즐기지도 못하고 가이드의 재촉에 못 이겨 2시간 걸려 오른 길을 약 1시간 걸려 내려왔다. 그때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가 롯지에 들어간 지 몇 분 되지 않아 진눈깨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30분 정도 지나자 온전히 눈으로만 해가 질 때까지 내리기 시작하였다. 걱정스런 눈빛으로 밖을 내다보는 나를 보더니 롯지 사우지가 조금 있으면 그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 그제야 안심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다음날 콩마라를 가기 위해 가이드와 새벽 4시에 일어나 보니 롯지 사우지의 말대로 눈은 그쳐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야 할 때마다 늘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고산증을 느끼곤 하던 기억이 있어 일어나면서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지만 다행히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해가 채 뜨기 전. 캄캄한 추쿵 롯지에서 전날 미리 예약해 둔 점심 도시락인 볶은 감자, 비스킷 그리고 뜨거운 물을 싸 들고 출발했다.

캄캄한 길을 헤치고 한참을 가니 가파른 오르막에 잔돌들이 늘어선 너덜길이 나왔다. 주변의 풍경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자 가이드가 풍경을 설명해줬다. 그렇게 임자체 빙하, 눕체 빙하, 작은 호수들을 거쳐 오르막길로 약 6.7km를 오르자 눈앞에 드디어 콩마라(5,335m)가 나타났다. 약 4시간 걸려 콩마라에 도착해 주변을 살펴보니 사람들이 왜 그렇게 이곳에 오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마칼루, 눕체, 로체, 로체샤르, 임자체, 푸모리, 아마다블람, 로부체 동벽 등 에베레스트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산줄기를 모두 볼 수 있었다. 일정을 진행하는 내내 딩보체 이후부터 볼 수 있는 작은 빙하와 크레바스들이 나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콩마라가 으뜸인 듯하였다. 그 모습에 압도되어 정상에서 따뜻한 물과 간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내려가는 내리막의 너덜길은 아픈 발을 더 힘들게 하였다. 그렇게 로부체(4,910m)까지 3.7km, 약 3~4시간을 갔을까, 총 10.4km를 이동하였다.

내가 느낀 콩마라는 경사 급한 오르막이 많고 고도가 급격히 높아져 숨을 쉬기 힘들었으며 패스에서 로부체로 가는 길이 경사 급한 내리막길과 바윗길이라 원래 예상했던 시간보다 오래 걸렸다. 또한 길이 정확하지 않았다. 눈이 쌓일 경우에 대비해 표시된 돌을 참고하여 이동하였지만 경험 많은 가이드와 함께 하지 않는다면 가기 힘든 곳임을 느낄 수 있었다. 현지에서 가이드나 롯지 주인들도 실제로 이곳은 경험 많은 가이드도 소수의 인원으로 이동하는 것은 꺼린다고 했다. 내가 이동한 롯지들 이곳저곳에는 벽에 ‘missing’이라고 적혀 있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실제로 가이드 없이 혼자 트레킹을 하다 길을 잃어 실종되는 사례가 많아 이를 경고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콩마라까지 가는 길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때문인지 많이 힘들지 않았는데 라를 내려와서 로부체까지 가는 기나긴 너덜길이 지구력과 체력을 필요로 하였다. 다음에 이 코스를 준비하는 트레커가 있다면 이점을 이해하고 체력을 비축해 이동하면 좋을 것 같았다.

 

칼라파타르 그리고 촐라패스

3패스를 준비하는 대부분의 트레커들에게 E.B.C와 칼라파타르(리)도 꼭 가보아야 하는 곳으로 꼽히는데 이 코스는 전편에 소개한 바 있다. 이곳도 3리 중 하나인 칼라파타르에 오를 수 있으며 그곳에 오르면 에베레스트(8,848m), 쿠모리(7,161m), 눕체(7,855m), 아마다블람(6,856m)을 한눈에 다 볼 수 있었다. 칼라파타르는 일출보다 황금빛 일몰도 잘 알려져 있다. 칼라파타르는 눈앞에 잡힐 듯 보이는 에베레스트 때문인지 봄에 가더라도 상상 이상으로 추운 곳으로 하루에 다녀오는 일정이라 해도 있는 옷을 다 껴입고 오르는 것이 좋다. 이곳 또한 짧은 시간 고도가 높이 올라가는 데다 추운 곳이라 트레커들이 한 번에 오르려 하기보다는 오르다 힘들면 내려와 머물며 고산에 적응하기를 권유한다. 새벽부터 칼라파타르에 올라갔다가 고락셉으로 돌아와 다음날을 위해 일찍 잠이 들었다.

5,100m의 고락셉에서의 불편한 하룻밤이 또 지났다. 같은 롯지에 머물던 한국인 단체 여행객 중 몇 명이 헬기를 타고 하산하신다니 5,100m의 위용이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이곳 롯지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산소통이 준비해두었고 만약의 상황에는 헬기를 부를 수 있는 장비들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서비스 정신은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이른 아침 잘 넘어가지 않는 목구멍에 쉐르파 스튜를 억지로 밀어 넣고 로부제까지 천천히 트레킹 해 약 2시간 후 로부제에서 점심을 먹었다. 고도가 낮아진 때문인지 훨씬 더 안정감 있고 숨쉬기도 편안했다.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비교적 짧은 시간의 트레킹이므로 종라까지 여유 있게 약 2시간 반을 이동하여 총 7시간 30분의 트레킹을 종료하였다. 종라는 다른 곳보다 조금 마을 느낌이 나고 나지막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으며 포터나 가이드들이 음식을 사 먹거나 간단한 주류를 사 먹을 수 있는 선술집 비슷한 곳도 있었다. 안나푸르나도 물론 이런 곳이 있겠지만 에베레스트의 특성상 이곳이 조금 더 많은 것 같았다. 종라에서 사우지가 피워준 난로에 몸을 녹이다가 다음날의 이른 기상을 위해 다른 날보다 일찍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하였다.

새벽 4시 30분, 가이드가 두드리는 문소리에 이미 일어나 침낭을 정리하고 있던 나도 다이닝룸으로 나가 아침을 먹었다. 달걀 프라이와 토스트로 배를 채우고 5시 30분에 출발하였다. 콩마라 때처럼 힘들지 않을까 긴장하고 에너지를 아껴둔 덕인지 오늘은 다른 날보다 컨디션이 좋아 발걸음도 가볍다. 촐라패스 표지판이 보이고 서서히 오르막길이 시작되더니 상단부로 진입하자 눈과 얼음으로 덮인 바위들이 이어져 흡사 암벽 등반을 하러 온 것이 아닌가 착각마저 들었다. 상단의 10여 분을 장비 없이 등반하며 오르자 눈앞에 촐라패스(5,420m) 정상인 둣 보이는 돌무더기와 늘 그렇듯 빨갛고 노랗고 하얀 깃발들이 패스임을 나타내며 흔들리고 있다.

정상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먹은 후 외국인들과 패스에 오른 기쁨을 만끽하고 나서 패스를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오후에는 날씨가 어찌 될지 알 수 없고 이 코스는 무척 길기 때문에 하산 도중에 눈사태를 만날 수도 있었다. 그렇게 10여 분 수평으로 이어진 눈길을 지나자 이제 눈과 얼음으로 이루어진 고난도의 내리막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꼭 아이젠을 착용하여야 하는 곳으로, 아이젠이 없다면 급경사로 이루어진 하산길에 부상의 위험을 피하기 힘든 곳이다.

촐라패스를 가뿐히 넘고 약 4.2km 떨어진 당나까지 이동하였다. 이곳은 앞으로 물이 조금씩 흐르고 있어 그동안 땀으로 절은 이너웨어와 손수건, 양말들을 세탁하기 좋았다. 일찍 도착한 덕에 빨래를 해 널어놓고 오랜만에 신라면을 주문해 맛나게 먹고는 주인집에서 빌린 슬리퍼를 신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주변의 작은 운동장에는 삼삼오오 네팔리들이 족구를 하고 있었고, 당구장 비슷한 것도 있어 내기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TV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다. 사람들은 이런 오락거리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초오유 B.C.와 랜조라패스

전날 밤 당나 사우지 사우니 내외가 주는 네팔 막걸리 창을 조금 마신 덕에 꿀잠을 잤다. 이날도 역시 아침 일찍 일어나 6시에 아침을 먹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고산에서 10일 이상 트레킹을 한 덕에 얼굴이 새카맣게 타고 껍질까지 벗겨지기 시작하여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세수를 잘 할 수 없는 환경 탓에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더니 이 모양이 되어버렸다. 오늘부터라도 바르자 싶어 선크림을 바르고 걷기 시작했다. 고쿄에 도착하니 채 점심시간이 되기 전이다. 이른 점심으로 프라이드 라이스를 시켜 먹고 다소 어린 듯한 사우니가 챙겨주는 핫 레몬을 날진 병에 채워 넣었다.

초오유 베이스캠프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다이내믹했던 촐라패스의 기억 때문인지 초오유 베이스캠프에 가는 길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평지가 길게 이어졌다. 하지만 도착하여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여 다양한 산봉우리들이 보이자 과연 가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오자 오후 4시 30분이 넘었다. 그곳에 트레킹 중 만났던 젊은 총각 1명과 한국팀 중 4분이 남아 있었다. 한 부부는 전에 고산으로 인한 설사로 고생하시던 분이라 내가 드렸던 지사제의 도움이 컸다며 특히나 반가워하셨다. 그동안 되지도 않은 영어를 하느라 힘들었던 나는 오랜만에 함께 나눠 먹는 김치와 밥 그리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한국 분들 일행과 고쿄리에 다녀왔다. 고쿄리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이 계속 됐고, 고쿄리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고 8,000m 넘는 초오유, 마칼루, 에베레스트, 로체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한 뒤 고쿄 호수로 이동, 점심을 먹고 다음날 렌조라를 넘어야 하니 남은 시간은 고쿄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점심 식사 후 이미 트레킹을 종료하고 이동하기로 한 한국 분들과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배웅을 했다. 잠깐이지만 함께 지낸 일행이 떠나고 혼자 맞는 저녁은 생각보다 쓸쓸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같이 떠나야 하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마지막 패스를 도전하기 위해 새벽 5시 이른 조식 후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오늘도 역시 급격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됐다. 벨리를 지나 렌조라(5,340m)에 도착하였다. 촐라를 넘을 때와는 달리 이상하게 힘들고 고생스러워 렌조라 정상에 오르자 눈물이 소리 없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이유를 모르는 눈물에 당황하여 선글라스 아래로 흐르는 눈물을 몰래 닦아내고는 잠시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데 가이드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 사진을 찍어준단다. 알고 봤더니 다른 팀들이 정상 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는 가운데 멍하니 있는 내가 방해가 되었던 듯하다. 잠시 감상에 젖었다가 다시 길을 떠났다. 룬댄(4,300m)에서 타매까지 약 20km를 이동해야 하는데 7시간이 지나자 무릎에 감각이 없어지고 발이 조여들기 시작하며 또 오른쪽 발이 아파온다. 이 날이 나에게는 콩마라보다 더 힘들었다. 약 10시간 30분에 걸친 트레킹을 마치고 롯지에 쓰러지듯 눕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다.

‘내일이면 남체. 모레면 루클라…. 이제 3패스도 막을 내리는구나.’

가만히 누워 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제 트레킹도 거의 끝나간다는 생각이 드니 서운했다. 이렇게 힘든데 왜 나는 또 다른 땅을 걸으려 준비하는 것일까? 이유는 모른다. 그냥 계속 걷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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