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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

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의령 신반 암벽공원

 

그대 내게, 사랑스럽고 단단한 사람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350여 키로 미터를 달려 경상남도 의령으로 간다. 경남의 소문난 스포츠클라이밍 등반대상지에서 귀여운 클라이머 커플을 만나기 위함이다. 서울 오산 평택 천안, 다시 청주 상주 구미 성주, 마지막으로 창녕군을 지나니 마침내 의령에 다다른다. 창녕 톨게이트 이후 좌우로 논밭이 펼쳐진다. 창문을 내려 기분 좋은 흙냄새를 들이마신다.

신반 암벽공원은 경상남도 의령군 부림면 신반리 남방골산(147m) 자락에 있다. 암벽 바로 앞까지 차량진입이 가능해 어프로치가 없는 등반지다. 주차장 옆으로 간이화장실과 가로 세로길이가 족히 3~4m는 돼 보이는 넓은 정자가 두 개 있고, 뒤로는 공사 중인 인공외벽이 있다. 처음 암벽만 있을 당시에는 ‘병풍암’이라 불리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주위로 편의시설이 하나둘 갖춰지며 ‘신반 암벽공원’이라 불리게 되었다. 평평한 흙바닥도 여유롭게 있어 등반과 야영을 함께 즐기는 이들도 많다.

신반리에서 신반교를 건너면 바로 왼쪽에 송암사가 있다. 송암사를 중심으로 좌우로 병풍처럼 선 바위가 병풍암이다. 병풍암은 1996년 록파티 산악회 부산지부에 의해 처음 개척됐다. 난이도 5.8부터 5.12a까지 다양한 루트가 좌벽과 우벽, 그리고 작은덤바위에 골고루 개척돼 있다. 총 마흔다섯 개 루트다. 스포츠클라이밍 등반대상지인 만큼 가장 높은 구간이 23m에 불과해 40m로프면 모든 루트 등반이 가능하다. 대체로 단단한 암질을 자랑하나, 때때로 낙석 위험이 있으므로 확보자는 벽과 조금 떨어져 빌레이를 보는 것이 안전하다.    

 

첫눈에 반했다는 그 말

“누나,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오전 11시, 신반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곽나운씨를 만난다. 곽나운씨는 기자와 등산학교 동기로 우리는 지난여름, 설악산 장군봉과 유선대, 소토왕골에서 함께 줄을 묶었다. 지난 연말 등산학교 망년회가 마지막 만남이었으니, 4개월여 만의 조우다. 올해로 스물한 살인 곽나운씨는 새내기 때부터 대학산악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여름만 해도 팔자매듭이 어설펐는데, 금세 선배가 되어 산악부 부대장을 맡고 있다. “누나 저 이제 선등도 서요! 등산학교 이후로 등반도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오늘 취재를 함께 하는 김은영씨와 곽나운씨는 풋풋한 동갑내기 연인이다. 둘은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악부 동아리에서 만나 캠퍼스 커플이 되었다. 산악인커플답게 평소 의령 신반, 사천 와룡산, 삼천포 진널해벽에서 등반 데이트를 즐긴다. 오늘 의령 등반에 이어 내일은 지리산 천왕봉에 오를 계획이라는 못 말리는 산쟁이들이다. 촬영지를 신반 암벽공원으로 정한 데는 이 귀여운 커플의 실제 데이트 현장을 포착하고자 하는 은밀한 이유가 없지 않았다.

마실 것을 사 왔다며 뒤늦게 페트병을 품에 안고 김은영씨가 나타난다. 햇살 같다. 발랄한 강아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삐약삐약 병아리가 그려지기도 한다. 무장해제. 보자마자 입에 미소가 번져 버렸다. 꾸벅 인사하는 그녀의 주변으로 사랑스러운 매력이 마구 뿜어져 나온다. “은영이를 혼자 짝사랑하다 지난가을부터 연인이 되었어요. 밝고 귀여운 모습에 반했죠” “나운이는 글쎄 제가 처음부터 좋았데요~호호” 첫만남을 회상하는 곽나운씨 옆에서 김은영씨가 재잘재잘 이야기에 살을 덧붙인다. 대화를 나눌수록 기자도 김은영씨의 쾌활한 성격에 빠져든다. ‘나운이 이 녀석, 능력 있는 남자네!’

 

일타이피(5.10c)

“신반 암벽공원 개인 최고난이도는 신반정미소(11a) 톱로핑이에요. 난이도 5.10대는 리딩으로 등반하는데, 5.11은 아직 훈련이 더 필요해요” 곽나운씨가 좌벽 중앙부 일타이피(5.10c) 온사이트 등반을 준비한다. 그의 지난 온사이트 최고 성적은 5.10a. 곽나운씨가 침착하게 첫 홀드를 잡는다.

일타이피의 크럭스는 6번째 퀵도르를 걸고 짧은 오버행 구간을 넘어가는 부분이다. 이때 양손 홀드가 모두 불안하기 때문에, 발을 믿고 일어나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팔을 쭉 뻗어 머리 위 12시 방향에 있는 넓은 포켓홀드를 잡으면 좌측 페이스 또는 우측 오버행을 통해 구간을 넘어갈 수 있다. 머리 위 홀드를 잡기 전, 오른쪽 오버행아래 설치된 퀵드로에 재빨리 로프를 통과시키는 순발력도 필요하다.

곽나운씨가 크럭스를 한 번에 넘지 못하고 결국 ‘테이크!’를 외친다. 팔의 펌핑을 풀며 이리저리 동작풀이를 하더니 이내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다시 등반을 진행한다. 이후 집중력을 발휘해 크럭스를 무사히 지나 완등에 성공한다. 크럭스 이후 마지막 볼트까지는 등반이 훨씬 쉽다. 결국 아쉬운 레드포인트로 등반을 마친다. “처음부터 왼쪽으로 시도했으면 온사이트였는데, 너무 아쉬워요.”

“리딩경험은 없어요. 전에 나운이랑 암벽공원에 놀러 왔을 때도 난이도 5.9 톱로핑만 해봤어요. 헤헤” 김은영씨가 등반을 앞두고 귀여운 이실직고를 한다. 일타이피는 그녀의 지난 최고난이도인 5.9에서 하나도 둘도 아닌 세 단계를 건너뛴 5.10c이다. 안전을 위해 조금 전 곽나운씨가 완등홀드에 걸고 내려온 로프로 톱로핑을 시도해보기로 한다.

김은영씨가 첫 번째 퀵드로를 지나 두 번째 퀵드로까지 유연하게 오른다. 아무리 톱로핑이라지만 본인의 실력보다 높은 등반을 앞두고 걱정과 두려움이 있을 법도 한데 김은영씨는 꿋꿋하다. “우리 은영이 잘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응원이 터져 나온다. 아직 발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김은영씨가 4번째 퀵드로에서 하강을 결정한다. “아~ 너무 어려워요. 발에 무게를 싣는 게 뭔지 감이 잘 안와요. 훈련이 필요해요, 훈련이!” 아쉬움이 있어야 성장이 있다. 멋쩍어 하는 모습을 보니 김은영씨가 일타이피를 리딩으로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

 

누구나(5.10a) 신난다재미난다(5.10b)

등반은 예고편이 없다. 매 순간이, 동작 하나하나가 그렇다. 암질과 날씨, 등반자의 컨디션은 시시각각 변한다. 모든 조건이 최상을 이루는 운수좋은 날은 안타깝게도 매일 오지 않는다.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다 해도 등반가의 집중력과 순발력, 짙은 내공이 뒷받침 돼야 한다. 그 깊이에 따라 그레이드가 정해진다.

곽나운씨가 ‘신난다재미난다(5.10b)’ 온사이트 등반에 성공한다. ‘신난다재미난다’는 등반거리 12m로 신반 암벽공원의 타 루트(15~18m)와 비교해 거리는 짧지만, 전체적으로 약한 오버행이 이어져 대부분의 동작이 크고 강하다. 깔끔하게 한 번의 시도로 등반을 마친 곽나운씨는 루트 이름대로 신나고 재밌는 루트라며, 손발 홀드가 좋으므로 홀드를 잘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나운씨의 지난 온사이트 최고성적은 5.10a. ‘신난다재미난다’ 성공으로 이제 그의 최고성적 5.10b가 되었다. 기뻐하는 그를 보니 조금 전 ‘일타이피(5.10c)’에서 맛본 온사이트 실패의 아쉬움이 금세 씻겨나간 듯하다.

마무리등반으로 ‘누구나(5.10a)’를 선택했다. 곽나운씨가 먼저 줄을 걸고, 뒤이어 김은영씨가 톱로핑으로 등반을 이어간다. 앞의 두 개 루트에서 고전하던 김은영씨가 이번에는 발동작을 적절히 사용하며 거침없이 벽을 오른다. 3번째 퀵드로에서 잠시 머뭇거리나 싶었지만 이내 침착하게 구간을 통과한다. 김은영씨가 처음 목표했던 5번째 퀵드로를 지났음에도 하강하지 않고 조용히 등반을 이어간다. 이후 하얀 쵸크가루를 공중에 흩날리며 마지막 9번째 퀵드로에 로프를 통과시킨다.

“등반에 더욱 애정도 커지고 목표도 생겼어요. 벌써 의욕이 이만큼 앞서서 저~기 지리산 꼭대기에 서있어요!” 하강 후 김은영씨는 이전에는 개인 난이도보다 높은 등반을 시도해볼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 도전해보니 등반에 임하는 마음과 자세가 달라졌다 말했다. 단 몇 시간 만에 실력이 한 단계 성큼 오른 그녀에게 곽나운씨가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눈빛을 보낸다. “은영이는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야! 정말 멋지고 대견해” 씩씩한 모습이 한없이 예쁜 아름다운 청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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