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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ge Climbing

 

불곡산 악어의 꿈길 리지

누가 승천하는 악어 등에 올라타랴!

산머루산다래 개척팀, 2014년 불곡산 임꺽정봉 남서릉에 7피치 바윗길 개척

글 · 강윤성 편집장  사진 · 정종원 기자

 

“악어의 꿈길요? 바윗길 이름이 참 멋지네요.”

“더군다나 마지막 피치를 이룬 암봉이 임꺽정봉이야. 악어능선을 타고 올라서면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임꺽정을 만날 수 있지. 그만치 불곡산에서 독보적인 봉우리야. 조망이야 더할 나위 없을테고….”

임꺽정을 만나러 양주 불곡산으로 향한다. 홍길동, 장길산과 더불어 조선의 3대 대도로 손꼽혔던 임꺽정은 조선시대 명종 때 경기도, 황해도, 강원도 일대에서 봉건적 수탈로 억압받는 백성들을 모아서 관에 저항하며 싸웠던 의적이다. 양주군 유양동 불곡산 자락에 그의 생가터가 아직도 남아있다. 불곡산은 임꺽정이 태어나서 오르내리며 의적의 꿈(?)을 키웠던 산이다.

 

의적 임꺽정이 뛰어놀던 양주 불곡산 암릉길

5월 2일 양주시청을 지나 유양동에 들어선다. 북쪽으로 불곡산(466m)의 야트막한 산세가 남동쪽으로 길게 뻗어있다. 유양공단을 지나 대교아파트에 당도하니 주릉선과 지릉 이곳저곳마다 암릉이 걸쳐있다.

“저기 웅장하게 솟구친 봉우리가 임꺽정봉인가 봐요?”

악어의 꿈길 리지에 동행한 연극인 신현승씨가 불곡산의 가장 큰 암봉을 손짓하며 말한다. 대교아파트(대교산과내아파트) 앞 360번 지방도로 건너편 정면에 임꺽정봉이 둥그스름하게 솟구쳐 있고, 우측으로 굵직한 암릉이 주릉을 벗어나 흘러내리고 있다. 일명 악어능선이다. 산은 낮지만 능선을 가득 에워싼 시퍼런 숲의 위세가 만만치 않다.

대교아파트에서 도로를 건넌 후 밭을 지나자 너른 묘지 터가 나오고, 그 끄트머리에 이정표(임꺽정봉 1.4km, 악어바위 1.4km)가 세워져 있다. 악어바위를 향해 우측으로 숲을 가로질러 간다. 호젓한 오솔길이 채석장을 지난 후 산 위로 향한다. 등산로는 이내 암릉으로 변하고 슬랩을 이룬다. 허리춤에 닿을 듯한 크기의 쿠션바위가 슬랩 위에 척하고 놓여있다. 이곳을 지나니 조망이 점차 트인다. 시퍼런 울창한 숲 아래로 유양공단의 건물을 뒤덮은 지붕이 내려다보인다. 암릉길에 설치된 밧줄을 붙들고 올라서니 남근바위 이정표가 나온다. 머리를 치켜든 곳, 암릉 정상부에 남근석이 도발적으로 서 있다.

“악어의 꿈길 리지 1피치가 남근바위 이정표 바로 우측에 있다는 데요.”

앞장선 신현승씨를 따라 남근바위 이정표 앞에서 우측 바위를 끼고 10m쯤 내려서니 암반 위에 집채만 한 바윗덩어리가 놓여있다. 제1피치다. 바위에 부착된 스테인리스 사각 판에는 리지 개념도가 자세히 그려져 있다.

악어의 꿈길 리지는 2014년 4월 7일 산머루산다래 개척팀(권건행, 이정남, 김대복, 주재승, 임영환)에서 낸 7피치 바윗길이다. 불곡산 임꺽정봉(445m)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내린 암릉을 따라 공깃돌바위, 코끼리바위, 신선대, 악어바위, 복주머니바위, 남근바위 등의 기암이 오밀조밀 이어지며 수려한 자태를 이룬다. 6·7피치를 이룬 임꺽정봉을 제외하면 각 피치를 이룬 바위마다 우회가 가능하다.

 

남근, 코끼리, 악어 바위 등 오밀조밀한

기암괴석 전시장

신현승씨의 확보를 받으며 1피치(5.10b, 12m) 바위벽에 붙는다. 첫 피치 첫 동작이 악어의 꿈길 리지에서 난이도가 가장 센 크럭스다. 다행히 시작 지점 바닥에 넓적한 돌 서너 개가 쌓여있다. 흔들리는 돌을 딛고 일어선다. 손끝에 걸리는 작은 크랙을 붙잡고 벽에 매달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두 차례의 시도 끝에 딛었던 돌이 쓰러지면서 간신히 바위 턱에 올라탄다. 이후 첫 홀드 왼쪽의 핀치홀드를 꼬집듯이 붙든 상태에서 첫 퀵드로를 걸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난이도를 너무 짜게 매겨놓은 듯하다.

두 번째 볼트로 이어진 슬랩 역시 만만치 않다. 다행히 길이가 짧고 볼트에 슬링이 매어져 있어 한두 발만 떼니 손이 닿는다. 수직벽을 넘어서니 완만한 슬랩 위로 마치 바위 표면이 악어의 거죽과도 같은 무늬를 이루고 있다. 거대한 악어의 등에 올라탄 기분이다. 후등으로 올라선 신현승씨 역시 “진짜 악어나 다름없네요. 어휴 살벌해…”라며 감탄과 놀람을 연속해서 내뱉는다.

1피치를 끝낸 후 복주머니바위 하단에 도착한다. 멋들어진 소나무 아래 벤치가 놓여있다. 잠시 숨을 돌린 후 복주머니바위 정면에서 좌측으로 이동한다. 2피치(12m, 5.9)는 수직의 크랙이 여러 갈래로 나 있는 수려한 암릉길이다. 바위 턱에 올라서니 조망이 확 트인다. 신록이 우거진 숲 너머로 양주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후등으로 올라서던 신현승씨가 “배낭이 무겁다”며 로프를 당겨달라고 엄살을 부린다.

2피치를 오른 후 좌측으로 뜀바위를 지나니 복주머니바위 하단에 3피치(20m, 5.10b) 시작지점이 나온다. 암릉 위에는 복주머니를 닮은 커다란 바위가 얹혀있다. 직벽에 난 홀드와 스탠스가 좋아 첫 볼트에 쉽게 퀵드로를 건다. 하지만 우측으로 이어지는 페이스 구간이 만만치 않다. 신현승씨한테 다급하게 외친다.

“미끄러질 수 있으니 추락에 대비해서 타이트하게 확보 봐줘.”

 

공깃돌바위 너머로 임꺽정봉 치솟아

바위 턱의 작은 스탠스를 딛고 일어서는데 로프가 팽팽하게 당겨진다. 순간 동작이 멈칫하며,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휩쓸고 간다. 추락에 대비해 확보를 너무 타이트하게 본 탓에 오름짓을 따라오지 못해 위험을 자초한 것이다. 한 번의 전율이 지나가자, 곧바로 평온이 찾아온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단숨에 일어서니 볼트가 바로 머리 위다. 퀵드로를 건 후 바위 턱을 넘어선 다음 완만한 슬랩을 따라 올라 확보를 한다. 잠시 후 로프 끝에 신현승씨가 숨을 헉헉대며 바위 턱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연이어 정종원 사진기자가 주마를 쓱쓱 밀며 올라선다.

4피치(13m, 5.9)는 악어바위 바윗길이다. 거죽을 덕지덕지 뒤덮은 거대한 악어 한 마리가 암릉 좌측에 몸을 걸치고 있다. 커다란 왕방울 눈이 봄빛에 졸려 죽을 듯한 표정이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악어의 모습이다. 바윗길 시작지점은 복주머니바위와 마주보며 수직으로 석문을 이룬 곳이다. 벽 앞에 서니 시원한 바람이 한바탕 몰고 간다. 하단의 바위를 올라서니 중앙의 긴 크랙이 이어진다. 크랙 우측의 오픈 벽을 오른손으로 집게처럼 잡고 양 발을 벌리고 서서 밸런스를 유지하며 올라선다. 상단부에 올라서니 암릉이 날렵하고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악어바위를 하강하니 5피치(14m, 5.10a) 시작점이다. 수직의 벽이 여러 겹으로 갈라져 있다. 모처럼 신현승씨가 선등에 나선다. 첫 볼트를 건 신현승씨가 정면 크랙을 직상하지 않고 왼쪽으로 몸을 이동한 후 우측의 두 번째 볼트에 로프를 걸고 올라선다. 이내 커다란 소나무가 자리한 암릉 끝으로 사라진다. 신선대라 불리는 암릉답게 정상은 별천지다. 사방으로 기기묘묘한 바위들과 수려한 풍광이 펼쳐진다. 신선처럼 유유자적하며 신선대를 내려서니 등산로와 만난다.

임꺽정봉을 향해 난간이 설치된 암릉길을 올라선다. 암릉을 우회해서 앞서 갔던 정종원 기자가 길쭉하게 코를 내밀고 있는 코끼리바위에 올라타 기다리고 있다. 이곳의 기암괴석 이름은 누가 봐도 죄다 100% 일치하는 닮은꼴이다. 코끼리바위를 타고 올라가니 이번엔 커다란 공깃돌바위가 암릉 경사면에 놓여있다. 천하장사 임꺽정이 나와서 힘껏 밀면 그대로 굴러 떨어질 것만 같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기암괴석이 눈을 황홀케 한다.

한낮 악어의 꿈길 같은 일장춘몽이었던가?

공깃돌바위 앞에 서니 사방으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조망이 거칠데 없는 암봉이다. 세상이 품안에 들어오는 듯하다. 6·7피치 바윗길인 임꺽정봉이 손에 잡힐 듯 서 있다. 임꺽정봉 남쪽 바위 면은 온통 깎아지른 절벽이다. 올라가야할 마지막 바윗길이다. 임꺽정봉을 향해 정상으로 향한다. 숲을 통과한 후 암봉 밑둥에서 좌측으로 바위를 타고 내려서니 ‘6P’라 적힌 페인트 글씨가 반겨준다.

임꺽정봉을 향해 마지막 오름짓을 시작한다. 초반은 어렵지 않은 크랙과 페이스다. 서너 개의 볼트를 지나 슬랩에 선다. 그 순간 강풍이 몰아친다. 가파른 슬랩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한 발 한 발이 바람과의 싸움이다. 연속해서 바람 폭풍이 몰아친다. 고도를 높일수록 슬랩이 곧추서며 살벌해진다. 발아래로 숲이 바다를 이룬다. 간신히 6피치를 끝내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이어 내친 김에 7피치까지 올라선다. 울퉁불퉁한 바윗길이 임꺽정봉 정상으로 이어진다. 벽이 완만하고 발 디딤이 좋아 쉬이 올라선다. 테라스를 지나 마지막 쌍볼트에 확보줄을 건다. 세상이 발아래 펼쳐진다. 들머리에서 바라보며 얕잡아보던 낮은 산의 조망이 아니다. 산은 비록 낮지만 조망은 여느 산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하다. 임꺽정의 발길이 이곳에까지 미쳤을까.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뒤엎고 싶었을 서울이, 그 도성을 감싼 도봉산과 북한산조차 한눈에 보인다. 임꺽정이 신분의 한계를 한탄하고 울분을 토하며, 포효했을 그 세상일터다. 그의 삶과 정신이 불꽃 같은 바윗길이 되어 이곳에 꿈틀대고 있다. 한낮 일장춘몽에 불과한 악어의 꿈길 같은 몸부림이었을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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