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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올레길 1코스 트레킹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제주도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를테면 한라산, 오름, 올레길, 바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또는 유명한 노랫말 따라 잠시 일상의 고뇌를 훌훌 털어 버리고자 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유독 봄의 제주는 이유가 분명하다. 유채꽃. 샛노랗게 만개한 유채꽃이 육지 사람을 제주로 부른다.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제주는 2년 만이다. 학부시절 동기들과 찾았던 한겨울 제주가 어느새 옛 추억이 되었다. 당시 우리의 명목은 ‘졸업여행’이었으나 실상은 ‘현실도피’였다. 졸업과 취업, 현실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 버리고자 우린 제주로 떠났다. 그날 제주행 비행기에서 기자의 옆자리에는 오늘 취재를 함께하는 전현선씨가 있었다.

전현선씨는 기자의 대학 동기로 2012년 봄, 풋풋한 새내기 때 처음 만났다. 전현선씨와의 첫 만남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높게 묶은 금발머리가 동그랗고 작은 얼굴에 어찌나 잘 어울리는 지 참 예쁘장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몇 번을 만나도 어색한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이는 찰나의 순간에도 오래된 사이마냥 가까워지는데, 기자와 전현선씨가 그랬다. 도통 마주칠 일도, 얘기를 나눌 기회도 없었지만 어느 날 어느 순간에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학교 주변의 식당들을 모두 섭렵했고, 때로는 함께 자체휴강을 외치고 한강으로 갔다. 공강시간에 잔디밭에 앉아 낮술을 즐기기도 했고, 시험기간에는 문지방이 닳도록 교내 수면실을 드나들었다. 그리고 방학이면 산으로 바다로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전현선씨와 기자는 서로의 청춘의 호우시절, 함께였다. 우리의 지난 여행들처럼, 졸업을 앞두고 떠났던 그날의 제주처럼, 이번에도 일상의 걱정과 스트레스를 잠시 접어두고자 함께 제주를 찾았다.

오늘 취재는 이동현씨도 함께했다. 이동현씨는 전현선씨의 지인으로 둘은 얼핏 연인처럼 보이나 ‘웬수지간’이다. 전현선씨는 자신들이 딱 그 정도 사이라고 말한다. ‘보기 좋은 한 쌍’같다 하니 이동현씨가 뒷목을 잡는다. 종일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 댄다.

이동현씨와 전현선씨는 몇 년 전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처음 만났다. 쿵짝이 잘 맞는 동갑내기인 둘은 이후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다. 기자는 전현선씨를 통해 오랜 시간 이동현씨에 대해 이야기만 듣다 이번 취재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동현씨도 기자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취재 당일, 이른 아침 김포공항에서 마침내 삼자대면의 시간을 가졌다.

 

유채꽃 향기, 바람에 날려

천지가 노랗다. 해안도로를 따라 만개한 유채꽃의 향연이 이어진다. 푸른 바다와 대비되어 그 자태가 더욱 선명하다. 지나가던 차들도 풍경에 발이 잡혀 하나둘 멈춰 선다. 허리높이 유채꽃밭 사이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의 얼굴엔 샛노란 웃음꽃이 활짝 폈다.

오기 전 제주를 잘 아는 이들에게 이리저리 물었을 때, 입을 모아 추천하던 곳이 바로 여기, 광치기해변이었다. 한 바퀴 고개를 돌려보니 단번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유채꽃과 바다, 그리고 성산일출봉. 제주를 대표하는 아름다움이 한 눈에 담기는 곳은 이곳밖에 없으리라.

“이게 유채꽃 향이가?” 주민욱 기자가 차에서 내리며 묻는다. “네 그런 것 같아요. 향이 진하네요.” 이동현씨가 답한다. 불어오는 바람에 바다내음이 더해져 달콤 짭짜름한 향이 코끝에 닫는다.

제주올레길은 총 26개 코스로 이루어진 425km의 장거리 도보여행길이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제주를 천천히 둘러 볼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올레길을 찾는다. 올레길 1코스는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생겨난 올레길로, 시흥초등학교에서 시작해 말미 오름(두산봉)과 알 오름(말산메), 그리고 종달리해변을 지나 광치기해변에서 끝난다. 오름과 바다가 이어져있어 ‘오름-바다 올레’로 불리기도 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며 우도와 성산일출봉을 바라볼 수 있어, 전 구간 중 가장 인기가 좋다.

광치기해변은 올레길 1코스의 끝이자 2코스의 시작이다. 오늘은 올레길 1코스를 거꾸로 걸어보기로 한다. 유채꽃밭을 떠나 해변으로 내려가니 성산일출봉이 금세 가깝게 다가온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성산일출봉으로 발을 옮긴다. 광치기해변에서는 제주 조랑말을 타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기자와 전현선씨는 오래전 같이 승마를 배운 적이 있다. 이후로 말을 보게 되면 지난 추억들을 회상하곤 했는데, 오랜만에 함께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배꼽을 잡았다.

성산일출봉에 다다르니 자연스레 입에선 탄성이 터져 나온다.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사이 우뚝 솟은 분화구, 성산일출봉은 멀리서 보나 가까이 보나 과연 절경이다. 그 위용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입구 주위로 관광버스와 렌트카로 빽빽하게 채워진 주차장이 눈에 들어온다. 자리를 찾지 못해 빙글빙글 맴도는 차들도 여럿 보인다. 멀리 성산일출봉을 무리지어 오르는 관광객들의 줄이 끝없이 이어진다.

“허허허~ 잘한다~ 잘한다~” 주민욱 기자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의 렌즈가 향하는 곳을 보니 이동현씨와 전현선씨가 익살스럽게 장난을 치고 있다. 무엇이 그리도 재밌나 자세히 들어보니 누가 더 못생겼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간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개구지기 그지없다. 따로 연출하지 않아도 사이좋은 둘에게서 연신 자연스러운 모습이 뿜어져 나온다.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이 있다

제주음식으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한다. 메뉴는 고기국수와 돔베고기. 허겁지겁 고픈 배를 채우며 담소를 나눈다. 사실 기자는 본지의 기자가 되기 전, <사람과 산>의 오랜 애독자였다. 매달 도서관에 전시된 <사람과 산>을 꼬박꼬박 찾아 읽곤 했는데, 인상 깊은 기사에는 으레 주민욱 기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주 기자의 오랜 팬이었던 기자에 이어 이동현씨와 전현선씨도 반나절 만에 주 기자의 팬이 되었다며 다음에도 다시 뵙고 싶다 말한다. 갑자기 식당 분위기가 주 기자의 팬미팅이 돼버린다.

부른 배를 잡고 올레길로 돌아간다. 주 기자와 이동현씨는 이전에 성산일출봉에 올라본 경험이 없다고 한다. 오늘 둘의 첫 정상등정을 함께하고자 했으나, 일정이 빠듯해 올레길만 걷기로 한다. 다시 제주를 찾아야 하는 이유를 남겨두는 것이니라.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동현씨와 전현선씨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언덕을 오르내린다. 지는 해와 성산일출봉이 멋스럽게 어우러져 근사한 풍광을 자아낸다.

성산일출봉을 지나 해벽으로 내려가는 길, 평소 등산을 즐겨한다는 이동현씨는 역시나 가뿐히 바위 위를 뛰어 다닌다. 이에 반해 전현선씨는 젖은 바위를 지나다 미끄러져 버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동현씨는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다며 뒤돌아 놀리기 바쁘다. 퍽 귀여운 우정이다.

중천에 떠있던 해가 해수면으로 기울어질 때 쯤, 유채꽃밭을 다시 찾았다. 주 기자는 지금이 가장 예쁠 때라며 이제야 적당한 빛이 준비됐다 말한다. 주 기자의 말에 이동현씨와 전현선씨가 유채꽃밭으로 들어가 다정한 포즈를 취한다. 쭈뼛쭈뼛한 모습은 어디가고 어느새 프로 모델이 되었다. “예진아, 우리 다음에는 서귀포 쪽으로 가볼까?”, “현선이랑 백록담도 같이 가봐야 하는데…”, “동현아, 여름에 오거든 우도에 가봐~”, “주 기자님. 다음에는 꼭 같이 성산일출봉 올라요!” 취재를 마무리 하며 다 같이 다음 제주를 꿈꾼다. 누구든 한 걸음 일찍 봄을 만나고 싶다면 제주로 오라. 짙은 봄내음이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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