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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전철산행

 

르포3 _ 호명산

 

어흥! 호랑이 울음소리(虎鳴)가 울려 퍼지는구나

 

옛날 옛날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한북정맥 귀목봉에서 남으로 쭉 뻗은 산줄기 끝자락은 진실로 호랑이들이 모여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리하여 우렁찬 맹수의 울음소리가 깊은 산골에 울려 퍼졌으니, ‘호명산(虎鳴山)’이라 명명되었다. 분명 그 시절 호명산을 지나는 산객들은 주머니에 떡을 한 움큼씩 지니고 다녔을 터.

호랑이 영감을 만났을 때 생명부지에는 떡 만한 것이 없으니 말이다. “어흥!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호명산(虎鳴山)은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청평리에 있는 높이 632.4m의 산이다. 경춘선 청평역과 상천역에서 도보 5분이면 등산로에 진입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으며, 잘 정리된 등산로와 무난한 난이도에 누구든 쉽게 찾을 수 있는 산이다.

호명산을 오르내리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으나 청평역 뒤의 안전유원지에서 시작하는 길과 호명리부터 오르는 길이 일반적이다. 호명리에서도 산행을 시작할 수 있으나 교통이 불편하며, 호명리로 하산하는 경우에도 다시 청평역으로의 도보이동은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제 1전망대에서 보이는 청평댐의 풍경과 가평 8경 중 제2경으로 꼽히는 호명호수는 호명산 산행의 필수코스다. 또한 상천역 부근의 잣나무숲은 나무사이로 군데군데 평평한 박지가 고루 있어, 수많은 백패커들이 평일주말 구분 없이 이곳을 찾는다.

 

경춘선 청명역 바로 앞, 추억속의 그 산  

“문 기자, 오는 중이야? 오늘 비소식이 있는데 날짜를 옮겨야 하나?” 이른 새벽, 부랴부랴 집을 나서는 중 정 기자로부터 문자 한 통이 도착한다. 비소식이라, 전국을 뒤덮은 미세먼지에 요 며칠 재난 경보음이 울려대던 걸 생각하면 어찌 반갑지 아니 한가 싶지만 문득 우중 취재가 걱정된다. 잠시 고민하다 미세먼지나 우중취재도 그런대로 또 의미가 있을 거라는 정 기자의 말에 일단 진행하기로 한다.

호명산이 위치한 가평으로 향하는 길은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경춘북로, 그리고 다시 경춘로를 타고 올라간다. 서울을 벗어나는 길에 창밖을 보니 강 건너편도 보이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뒤덮인 하늘에 사방이 안개처럼 자욱하다. 전날 천마산으로 출장을 다녀온 정 기자가 어제도 미세먼지가 심해 전망이 영 시원치 않았다는 아쉬운 후기를 전한다. 일기예보를 한 번 더 확인해 보지만, 오늘도 청명한 봄 하늘을 보기는 글렀다.

호명산 주변으로 여러 등산 코스들이 있으나 호명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청평역에서 시작해 상천역으로 떨어지는 코스다. 자차를 이용하는 이들은 청평역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산행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산 후 상천역에서 기차를 타고 한 정거장 되돌아오면 된다. 만약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면 미리 상천역에 차를 한 대 주차해 놓으면 하산 후의 이동이 훨씬 편하다. 자차를 이용하지 않고 경춘선 기차여행으로 오는 이들도 청평역~상천역 산행코스를 가장 많이 찾는다. 청평역 뒤로 이정표를 따라 5분여 정도 걸으면 호명산 등산로가 시작된다.

오전 8시, 상천역에서 사진작가 김영선씨를 만난다. 김영선 작가는 정종원 기자의 지인으로서 오늘 호명산 취재에 함께하게 됐다. 둘의 인연을 물으니 대학교 선후배로 처음 만나 어느새 알고지낸 시간이 20년을 훌쩍 넘었다고 한다. 사진을 전공하며 시작된 이들의 우정은 둘 다 사진을 업으로 하며 계속 이어졌는데, ‘사진’은 이들에게 빛나는 청춘이었고, 거센 삶이고, 하나의 인생이라 말한다. 더불어 김영선 작가는 오래전 본지의 사진부 기자로 3년 남짓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정 기자와는 대학 선후배이면서 동시에 직장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것 이다.

김영선씨의 차를 하산지점인 상천역에 세워놓고 함께 출발지인 청평역으로 이동한다. 차량의 온도계가 영하를 가리킨다. 오늘 아침 서울의 기온이 영상 10도였으니 그세 기온이 10도 가량 떨어졌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8시 30분 경 산행을 시작한다. 정 기자는 10여년 만에, 김영선 작가는 20여년 만에 다시 찾은 호명산이다.

 

산중호걸 기상 찾아 정상으로

산행은 청평역~전망대~기차봉~정상~호명호수~상천역으로 종주하는 가장 긴 코스를 선택했다. 청평역에서 표지판을 따라가니 기타모양의 호명교가 나온다. 호명교를 건너면 곧바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등산로는 초입부터 경사가 있다. 제 1전망대까지의 2km가 전 구간 중 가장 체력을 요하지만, 중간 중간 운동기구와 벤치가 있으니 쉬어가며 천천히 오르기에 좋다. 50여분 정도 오르니 전망대의 데크가 눈에 들어온다. 9시 30분 경 전망대에 도착한다. 호명산의 상징인 호랑이 얼굴이 크게 그려진 현수막이 취재진들을 맞이한다.  

전망대 주변은 넓고 평평하며 나무의자가 준비되어 있다. 오고가는 산객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기 좋다. 제 1전망대는 청평댐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명당으로 알려져 있어 기대를 안고 올랐으나 미세먼지가 심해 물은커녕 주변의 산들도 보이지 않는다. 김 작가와 정 기자도 아쉬운 마음에 혀를 끌끌 찬다. 호명산은 청평호와 북한강, 그리고 청평호수까지 물로 에워싸져 있다. 날이 좋은 날에는 전망대뿐만 아니라 정상에서도 시원한 물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배를 채우고 다시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정 기자가 챙겨온 바나나를 나눠 먹으며 김 작가의 짧은 취재 강의가 이어졌다. ‘기자는 취재 중에 사진 기자와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페이스를 조절하는 게 좋다, 촬영 시에는 액션을 크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배려다….’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전망대를 떠나 30여분 정도 더 오르니 10시 30분 경 호명산 정상(632.4m)에 다다른다. 전망대에서 정상까지 이어지는 길은 가파르다 완만하기를 반복한다. 넓게 트인 정상의 조망은 시원스럽다. 날이 좋으면 멀리 화악산과 국망봉 등의 경기 고봉들도 볼 수 있다.  

정상석의 오른쪽으로 호명산 등산로가 상세히 표시된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왼쪽으로는 호명을 찾은 산객들이 한 조각 추억을 두고 가는 방명록이 비치돼 있다. ‘2019년 3월 6일 수요일, 사람과 산 왔다 감’ 기자도 한 글자 적어본다. 김 작가와 정 기자는 정상의 전망을 담고자 카메라를 들고 이리 저리 움직이기 바쁘다.

정상을 떠나 기차봉(619m)으로 간다. 호명산 정상으로부터 약 1.5km 떨어진 기차봉은 산중호걸(山中豪傑)의 기상(氣像)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지도에 ‘기차봉쉼터’라고 적혀있으나 딱히 ‘쉼터’답지 않다. 길옆에 덩그러니 정상석이 있을 뿐이다. 작은 돌을 쌓아 올려 만든 정상석에는 앙증맞은 글씨체로 기차봉이라 적혀있다. ‘봉’의 받침 ‘ㅇ’이 하트로 적혀 있는 게 기차봉의 가장 큰 매력점이다. 기차봉을 지나 호명호수까지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장자터고개를 지나기 전 만나는 짧은 암릉지대는 단조로운 호명산 산행에 재미를 가미하는 구간이다.  

 

남한의 백두산 천지라 불리고 싶은 호수

장자터고개를 지나 마지막 오르막이 이어진다. 내리 김 작가의 앞에서 걷다 이번엔 자리를 바꿔 김 작가의 뒤로 간다. “문 기자는 나이가 어떻게 되나?” 김 작가가 기자의 나이를 묻는다. 그는 지금의 기자와 비슷한 나이에 <사람과 산>을 만났다고 한다. 그가 <사람과 산>에 한창 근무하던 90년대 말, 김 작가는 국내의 대간과 정맥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뜨거운 청춘을 보냈다.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을 텐데, 당시 선배 기자들은 ‘영선이는 돌도 씹어 먹을 나이니 괜찮아!’라고 말했다 한다. “문 기자도 딱! 돌도 씹어 먹을 나이네, 열심히 해봐!” 김 작가가 응원담긴 한 마디를 덧붙인다.

12시 20분 경 호명호수에 도착한다. 고생 끝에 선물 같은 순간을 마주한다. 호명호수는 우리나라 최초 양수발전소인 청평양수발전소의 상부저수지로 1980년 4월, 인공적으로 조성되었다. 호명산의 해발 538m 지점에 있으며 수려한 산세와 어우러지는 드넓은 호수의 경관은 가평 8경 중 제2경으로 꼽힌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주)과 가평군은 호수 주변으로 억새밭과 편히 쉴 수 있는 벤치, 넓은 나무데크와 미로공원, 철쭉길과 들꽃정원 등을 조성해 운영 중이며, 2008년 7월 1일부터 호명호수를 ‘호명호수공원’이라 이름 지었다.

등산로를 빠져나와 호수를 크게 시계방향으로 돌아 걸으면 언덕 위의 작은 카페가 보인다. 카페 위로 호수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호명호수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가장 좋다. 따로 음료를 사먹지 않아도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카페 입구를 지난다. 입구 옆 표지판에 인상적인 시가 적혀 있어 눈으로 천천히 읊어본다. 제목은 커피. ‘꽃도 아닌 것이 향기롭게 만들고, 술도 아닌 것이 취하게 만든다. 사랑도 아닌 것이 그립게 만들고, 인생도 아닌 것이 뜨겁게 만든다.’

천천히 호수 주변을 거닐며 휴식을 취하고 상천역으로 향하는 하산을 시작한다. 호명호수부터 상천역까지 약 4km는 능선길을 따라 걷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한참 평온한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잣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호명산 잣나무숲은 호명호수와 더불어 호명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아름드리 잣나무 숲은 상천역 직전에 위치해 이곳만 따로 찾는 등산객들도 많다. 접근성이 좋고 평평한 박지가 고루 있어 백패킹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곧게 뻗은 잣나무 숲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은 유난히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수북이 쌓인 잣나무잎은 지대를 포근하고 부드럽게 만든다. 잣나무 숲에 마음을 뺏긴 취재진들도 한참을 머물며 이리저리 돌아본다.

잣나무는 피톤치드 발생량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피톤치드는 알레르기와 아토피성 피부염을 완화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어, 잣나무 숲을 지나는 등산객들은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기운을 얻어갈 수 있다. 호명산 잣나무숲의 인기가 날로 좋아져 지난해 말부터는 ‘호명산 잣나무 숲속 캠핑장’이 조성되기 까지 했다. 잣나무 숲을 지나 오후 2시, 상천역에 도착하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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