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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전철산행

 

르포2 _ 천마산

 

임꺽정이 활약했던 하늘과 맞닿은 산

 

‘춘천(春川)’이라 쓰고 ‘청춘(靑春)’이라 읽는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봄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지명이다. 이렇듯 춘천은 굳이 닭갈비나 소양호를 떠올리지 않아도 매력적인 곳이다. 더군다나 경춘선이 가로지르는 북한강변에는 수려하고 호젓한 산들이 많다. 천마산, 운두산, 청우산, 불기산, 화야산, 호명산, 검봉산, 삼악산 등이 기세등등하다. 봄기운 가득한 춘천행 전철을 타고 천마산으로 향한다.

글 · 강윤성 편집장  사진 · 정종원 기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어도 봄 같지가 않다. ‘사상 최악’이란 수식어를 단 미세먼지가 전날부터 봄날을 역습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수 개의 경고 메시지가 스마트폰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3월 5일 화요일 그날, 상봉역에서 경춘선 전철을 타고 천마산으로 향한다. 전철 차창 너머로 잿빛 하늘이 뿌옇다. 정종원 사진기자가 “마냥 좋은 날만 기다려서 산에 갈 순 없다”고 내뱉는다. 그의 체념하는 말투에 복잡하고 착잡한 심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손이 석자만 길어도 하늘을 만진다는 천마산

평내호평역에 닿아 춘천행 전철을 떠나보낸다. 마치 봄이라는 이름의 종착지를 가지 못하고 그 언저리에서 하차한 듯한 느낌이다. 차가운 공기가 휩쓸고 간 플랫폼을 내려선다. 곧장 택시를 타고 호평동 동양파라곤아파트 앞에 자리한 수진사 입구 주차장까지 간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신준식 사진작가가 반갑게 맞이해주며 한마디 던진다.

“봄은 개뿔, 춥기만 하네. 미세먼지도 자욱하고 날씨도 쌀쌀하고….”

천마산은 남양주시 오남읍, 화도읍, 호평동에 걸쳐 있는 산이다. 한북정맥 운악산(937.5km) 서파고개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가 주금산, 철마산으로 곧장 내달리다 숨을 고른 후 기억 자(ㄱ)로 꺾이며 용틀임을 하는 곳에 천마산이 불끈 서 있다.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북한강이 남진하다 남한강을 만나는 두물머리를 향해 뻗어 내린 예봉산과 운길산을 호령하며 서 있으니, 그 위세가 실로 대단하다. 오죽했으면 고려말 이성계가 이곳에 사냥을 나왔다가 높고 험준한 산세를 보고 “손이 석자만 더 길었으면 가히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手長三尺可摩天)”고 했겠는가. 천마산이란 이름은 이처럼 하늘 천(天), 만질 마(摩), 천마산(天摩山)으로 불리게 됐다.

천마산 로터리에서 계곡길을 따른다. 널찍하고 호젓한 시멘트 임도길이다. 정식 명칭은 천마산로. 우측 길가에는 은행나무숲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다. 벤치도 두어 개가 놓여있다. 가을날의 찬란했을 영화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오로지 낙엽과 먼지만이 뒹구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이내 곰뫼터다. 곰 석상 하나가 서 있어 사연이 궁금했지만 찾아볼 수 없다. 길가에 가지를 드리운 멋들어진 노송 한 그루 앞에서 사진을 찍고 올라선다. 길이 제법 가팔라질 즈음 상명학원 천마산 생활관이 나온다. 등산로 옆에는 상명대학교 교육연구시설 증축공사가 올 5월 31일까지 진행된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후 등산로는 임도를 버리고 바리게이트 앞에서 우측의 계곡을 건너는 다리로 이어진다. 길은 산기슭에 자리한 서울특별시교육청학생교육원(천마산야영교육장)을 지나 또 한 번 임도를 만난 후 헤어진다. 이때부터 비로소 본격적인 산길이다. 초입의 길이 다소 복잡한 듯 했지만 결국 임도와 등산로가 엇갈려가면서 한길에서 만난 셈이다.

 

꺽정바위 정점에 올라서니 잿빛 산하 펼쳐져

고도를 높이자 때맞춰 잿빛 안개가 산자락을 타고 내려와 취재진을 뒤덮는다. 비라도 몰고 올 듯한 기세다. 하지만 기우였다. 온통 미세먼지 안개였다. 그러한 뿌연 산길을 헉헉대며 오른다. 커다란 바위 조각들이 흩어진, 그 사이에 난 휘어진 길을 지나니 등산로 좌측으로 커다란 바위벽이 우뚝 솟아있다. 정상을 360미터 앞둔 지점에 자리한 꺽정바위다. 수많은 발길이 닳고 오르내린 전설 속 바위다. 그런데 두 바위가 석문을 만들며 기대고 있는 모습이 사람 인(人) 자다. 참으로 오묘한 형상이 아닐 수 없다. 당장이라도 임꺽정이 “게 섰거라” 하고 외치며 석문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다. 과거에 의적 임꺽정이 이 산에 본거지를 두고 마치고개를 주무대로 활약했다고 한다. 천마산은 서울이 지척임에도 산세가 험하고 봉우리가 높아 쉬이 관군이 접근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폭우라도 쏟아지면 딱 피하기 좋겠는데, 여기 굴을 통과해서 올라가보자고?”

신준식 사진작가가 앞장서 석문을 오른다. 석문 너머에 길이 있을지 의심쩍었지만 관통하고 나니 더욱 커다란 바위가 산과 한 몸이 되어 솟아있다. 꺽정바위를 우회하여 가파르고 긴 계단에 올라선다. 계단 끝, 꺽정바위 위 정점에는 데크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세상이, 망망대해나 다름없는 잿빛 산하가 펼쳐진다. 어딜 봐도 시야가 흐릿하다. 800여 미터를 넘나드는 산은 아직 파릇한 이파리도, 꽃필 일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벌거벗은 숲 그 자체다. 그런 황량한 숲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신준식 작가가 손짓하며 말을 건넨다.

“저기, 나뭇가지 끝마다 붉게 물든 것 안 보여? 연두색 새순이 나오기 전 저게 좀 더 올라오면 숲이 얼마나 멋지게 변하는데….”

그 말에 혹시나 하고 눈 씻고 봤지만 나무 끝의 붉은 줄기는 보이지 않는다. 음울한 나무들의 적막과 미세먼지의 합창이 만들어낸 숲의 어두운 기운만이 마음속에 겹겹이 쌓여만 간다. 3월의 꽃샘추위에 눌린 끙끙거리는 봄의 울림만 들리는 듯하다. 이 봄의 소생을 화들짝 지펴줄 천룡이라도 나타나 화염이라도 내뿜어 줬으면 하는 소망을 빌어본다.

잿빛 안개의 심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상으로 향한다. 다행히 주능선에 올라서자 조망이 다소 트인다. 새로운 세상이 나타난다. 암릉 위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춤을 추듯 휘어져 서 있다. 암릉을 한 번 더 휘돌아 올라가니 더 이상 오를 데가 없는 정상이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천마산의 드높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곳이다. 정상석이 자리한 암릉 정점에는 태극기가 휘날린다. 무릇 정상의 기쁨은 오르는 자만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산 높이가 800여 미터만 돼도 제법 높은 산 축에 드니, 이처럼 쉽게 산정의 조망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장대한 암릉 끝에 멸도봉 우뚝 솟아

제법 많은 등산인들이 암릉에 뿌리를 내린 수려한 소나무 아래 자리한 바위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마냥 신선놀음이다. 그 뒤로 소나무가 어우러진 장대한 암릉 끝에는 멸도봉이 웅장하게 치솟아 있다. 미세먼지가 자욱해 시야를 차단한 까닭도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마냥 하늘을 향해 유일무이하게 치솟아 있다.

천마산역으로 하산하기 위해 정상에서 200미터를 되돌아 나와 동쪽으로 뻗어 내린 장대한 능선을 탄다. 역시나 미세먼지 안개가 망망대해의 파도를 이루며 능선 자락을 넘실댄다. 능선 길은 가파르지도 완만하지도 않고 딱 적당해서 좋다. 주변 조망을 볼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수려한 한 그루 소나무와 2기의 돌탑을 지나 나무다리를 건너니 천마산역 갈림길(관리사무소 1.97km, 천마산역 1.05km)에 닿는다. 정상에서 900미터 하산 지점이다. 이정표가 잘 돼 있어 길을 헤맬 염려는 없다. 햇볕 쨍한 맑은 날이었으면 조망을 즐기느라 이만큼 빨리 걷지도 못했을 것이다.

천마산은 정상을 정점으로 산줄기가 방사상으로 뻗어있다. 수십 개의 등산로가 능선과 계곡마다 차지하고 있다. 애초부터 들머리와 날머리를 잘 잡아야 헷갈리지 않는다. 천마산역으로 떨어지는 능선 또한 하산 도중에 스타힐스키장, 천마산역, 수련장관리소, 너구내고개, 가곡리 등으로 등산로가 나뉜다. 적당한 지점에서 빠져나와야 목적지에 제대로 닿을 수 있다. 설사 헤맨다고 해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하산 거리가 대부분 비슷하고 내려서면 날머리가 멀지 않기 때문이다.

워터파크에서 슬라이드를 타고 미끄러지듯 자욱한 안개 속을 내려서니 천마산역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천마산은 안개 속에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날씨 좋은 날이라면 그 드높고 당찬 천마산이 배웅이라도 해줄 텐데, 안개가 자욱해 가까운 산기슭의 나무들조차 적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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