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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벽등반 새내기들의 첫 구곡폭포 등반

 

병아리 특공대, 구곡(九谷)을 흔들어 놓았다!

 

때때로 이제 막 빙벽등반에 입문한 이들에게 ‘자연폭포’는

무언가 더 높고 어려운 단계의 등반처럼 다가온다. 폭포 앞에 붙은 ‘자연’이라는 두 글자, 그 순의미대로 무방비하고 예측하기 어려울 것만 같다. 괜히 ‘구곡’이라던가 ‘딴산’, ‘대승’ 등의 자연폭포 이름에서 어떤 위압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실제로 꼭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오호근 전문기자, 임정길, 오석우

 

‘김순복, 문예진, 신상훈, 임정길, 오석우, 정현재’ 구곡폭포 특공대가 꾸려졌다. 기자와 신상훈, 임정길 3인은 지난 1월 코오롱 등산학교 빙벽반 34기에서 2주간 한 조(담임강사 오호근)로 지냈다. 기자와 같은 조인 임정길은 빙벽반 34기 다른 조의 김순복, 정현재와 지난해 등산학교 정규반 동기이며…. 기자의 또 다른 조원인 신상훈과 다른 조인 정현재는 훗날 북미최고봉 도전에 함께 하기로 한 미래의 원정 대원들인데…. 오석우는 빙벽반 34기는 아니지만 김순복과 같은 산악회에서 활동 중인 차기 대장으로….

아이고 복잡하다. 아무튼 뭐라 하나로 칭할 말은 없지만 모두 가까운 사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위 6인은 모두 올해 1월에 빙벽등반에 입문한 빙벽 병아리들이며, 모두 자연폭포에 바일을 찍어본 경험이 없다. 빙벽 새내기들의 첫 자연폭포 체험을 위해 본지의 오호근 아웃도어 전문기자가 두 팔 걷고 인솔자로 나섰다. 마음만은 싸움닭인 병아리 특공대 6인은 지난 2019년 1월 26일 토요일, 힘찬 날갯짓과 함께 구곡으로 향했다.

 아홉 굽이를 돌아 떨어지는 폭포, 구곡(九谷)

“다음주 토요일(1월 26일)에 구곡폭포에서 뵙겠습니다!” 오호근 기자의 한마디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처음’이 주는 설렘은 언제나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한다. 아마 비슷한 무언가를 느꼈는지 카톡방의 다른 이들도 아이처럼 좋아한다. 임정길씨가 언제 한번 모여 식사를 하자고 던진 제안을 오호근 기자가 “그냥 빙벽등반 날짜를 잡죠!”라며 이리도 센스있게 받아친 것이다. 덕분에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자연폭포에 바일을 내려칠 기회가 생겼다. 기쁜 마음에 몸도 마음도 방방 뛴다.

강원도 춘천 봉화산(520m)기슭에 있는 구곡폭포(九谷瀑布)는 높이 약 60m의 한줄기 폭포다. 아홉 굽이를 돌아 떨어지는 폭포라 하여 ‘구곡(九谷)’이라 이름 붙여졌다. 1981년 2월 13일, 춘천시 관광지로 지정된 구곡폭포는 4계절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여름에는 우렁찬 폭포와 차가운 계곡이 시원함을 느끼게 하고, 겨울에는 거대한 자연 빙벽을 제공해 즐겨 찾는 이들이 많다. 강촌역 주변으로는 춘천의 명물인 닭갈비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 산행과 등반을 마친 등산객들의 필수코스다.

구곡폭포 주차장 집합시간은 오전 9시 30분. 기자는 서울 사는 춘천이 고향인 오석우씨가 구곡폭포까지 카풀을 해준 덕에 편히 도착할 수 있었다. 춘천에 다다르니 닭갈비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춘천이 고향이면, 석우씨는 닭갈비 많이 드셨겠어요” 분명 이전에 100번은 들어본 질문이겠지만 관례상 한 번 더 질문을 던졌다. 오석우씨는 이전에 100번은 답했던 것 같은 ‘또 이 질문이냐’는 반응과 함께 서울닭갈비가 더 맛있다고 답했다. 하하 호호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9시 30분이 가까워지고, 하나둘 도착해 인사를 나눴다.

아뿔싸. 아무도 로프를 챙겨오지 않았다. 병아리 특공대 6인에 인솔자인 오호근 기자까지 7명의 인원이 로프 한 개로 등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동시에 정확한 인원과 그에 맞는 장비를 준비하지 못한 모두의 실수이기도 했다. 다른 방도가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임정길씨의 차에 새로 구매한-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로프가 있었다. 다른 대원들을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임정길씨는 얼떨결에 구곡에서 애지중지 새 로프를 첫 개시 하게 됐다. 밝은 미소를 보이는 그의 눈가가 촉촉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장비를 나눠 매고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오호근 기자의 명견 코리(‘코리아 그리벨’의 약자)가 격한 꼬리짓으로 구곡으로 향하는 우리를 마중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등반은 이렇게 진행하기로 했다. 대원 7명에 주어진 로프는 두 동. 임정길씨의 튼튼한 9.8mm방수 로프를 등반용으로, 오호근 기자의 로프는 보조로 사용하기로 했다. 오호근 기자가 선등으로 정상에 올라 확보를 한 후, 본인이 등반한 로프를 다시 아래로 내린다. 두 번째 등반자는 선등자가 내린 로프의 끝으로 등반하면서 다른 로프를 카라비너로 걸고 오른다. 두 번째 등반자는 등반을 끝낸 후 본인이 등반한 로프와 걸고 올라온 로프, 두 개의 로프를 아래로 내린다. 이후의 등반자는 모두 두 번째 등반자와 같은 방식으로 등반하는 방식이다.

이번 등반은 오호근 기자의 큰 희생이 따랐다. 오호근 기자는 선등으로 가장 먼저 폭포의 정상에 올랐지만 갓 빙벽에 입문한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마지막 등반자까지 위에서 확보를 본 후, 마지막에 하강하기로 했다. 종일 영하의 추위 속에서 고생이 많았다.

우리 팀은 구곡폭포의 왼쪽 부근에서 등반을 진행했다. 오호근 기자가 대원들의 실력을 고려해 적당한 지점을 골라 등반을 진행했다. 출발 지점부터 정상까지 발 디딜 곳과 바일 찍을 곳이 적당한 위치마다 있는 무난한 난이도였다. 그 때문인지 약 60m의 폭포가 이전에 등반했던 판대의 같은 높이보다 훨씬 짧게 느껴졌다. 나중에 얘기를 나눠보니 다른 팀원들도 비슷하게 느낀 듯 했다. 하지만 우리 팀이 등반한 왼쪽이 아닌 구곡폭포의 오른쪽 부분은 초보자의 눈으로 보기에도 더 높은 난이도의 등반실력을 필요로 했다. 구곡이 마냥 쉬운 등반지는 아니다.  

오호근 기자의 등반이 끝나고, 두 번째 등반자로 오석우씨가 나섰다. 오석우씨는 바로 지난 주말에 빙벽등반에 입문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안정적인 자세를 구사하며 거침없이 벽을 올랐다. 비슷한 시간에 출발한 주변의 다른 등반자들을 제치며 재빠르게 정상에 도달했다. 역시 산오라 산악회의 차기 대장으로 꼽히고 있는 등반샛별다웠다. 뒤이어 임정실씨와 김순복씨도 무사히 등반을 마쳤다. 그리고 기자의 차례가 되었다.  

 

 무심한 그대가 밉다

“출발” 등반은 언제나 짧은 외침과 함께 시작된다. 종종 경험과 경력으로 다져진 노련한 클라이머들은 마치 혼잣말을 하듯 그 두 글자를 나지막이 내뱉거나 별다른 신호 없이-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로프가 채 다 당겨지기도 전에 출발하는, 실력과 내공에서 나오는 어떤 자신감을 보인다. 갓 입문한 빙벽 병아리의 눈에는 그 모습이 얼마나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지 모른다.

마음 같아선 그런 침착하고 고요한 등반을 하고 싶지만 초보자인 기자의 경우, 행여 정상의 확보자가 출발신호를 듣지 못할까 일단 목청껏 부르짖고 본다. 신호를 들은 확보자가 로프를 팽팽히 당기면 그제야 쵸크를 잔뜩 묻힌 하얀 손을 바위에 뻗거나, 미리 봐둔 빙벽의 틈에 바일을 내리친다. 눈앞의 로프가 힘없이 늘어져 있으면 멀쩡한 홀드도 그렇게 아찔해 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등반 중에도 어려운 구간을 만날 때면 일단 줄부터 당기라고 고래고래 외친 후 등반을 이어가곤 하는데, ‘부족한 짬에서 나오는 숨길 수 없는 요란한 등반’이라고 할 수 있다.

나름 안정적인 등반을 이어갔지만 그 중에도 크럭스(Crux, 등반 중 마주하는 가장 어려운 구간)라 할 만한 구간은 있었다. 굳이 뽑자면 짧은 오버행(Overhang, 경사가 수직을 넘어 앞으로 기울어진 형태)이 있었는데, 다음 바일을 꽂을 위치가 잘 보이지 않아 스윙을 여러 번 하며 잠시 애를 먹었다.

연신 내리쳐도 박히지 않는 벽을 만날 때면 마치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긴장감에 숨은 가빠지고 다리는 엉거주춤, 늘어져야 하는 팔은 잔뜩 구부러져 아파온다. 어느 순간에는 볼멘소리까지 새어나오는데, 마냥 나를 고생시키는 것 같아 얼음이 미워진다. 부족한 역량을 무심한 벽의 탓으로 돌리는 걸 보면 아직 성숙한 클라이머가 되려면 멀었다.

정상에 다다르니 오호근 전문기자와 앞 차례로 등반한 김순복씨가 반겨준다. 개인적으로는 60m를 오르는 내내 중도에 쉬지도 않고 재빠른 등반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첫마디에 한 참을 기다렸다고 말한다. 긴긴 인생이야기를 끝내도 도착하지 않아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이런, 반전이다.

 

 ♣우리는 이 고통을 즐겨!

뒤이어 신상훈씨와 정현재씨가 등반을 이어갔다. 정상에서 정현재씨의 확보를 보며 그들의 등반을 내려다봤다. 지칠 법도 할 텐데 얼굴이 마냥 상기되어있다. 진정 빙벽등반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현재씨는 “그 고통을 즐기는 거죠~”라고 답한다. 무릎을 탁 치는 명쾌한 답이다. 맞다. 우리가 이 추위에 왜 이 고생을 하고 있겠는가. 우린 이 고통을 즐긴다!

구곡폭포에는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폭포의 전경을 바라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나무 전망대가 있다. 이날도 오고가는 많은 이들이 빙벽등반을 구경했는데, 신상훈씨는 관람객들에게 얼음에서 즐기는 스릴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어 일부러 엑스바디, 지그재그, 엔바디 등 다양한 자세를 혼합하며 등반을 이어갔다고 한다. 덧붙여 이날 구곡폭포의 직벽에 얼음에 대한 열정을 한 발 한 발 제대로 아로 새겨놓고 왔다며 감동적인 등반소감을 전했다.

정현재씨와 신상훈씨를 끝으로 병아리특공대의 구곡폭포 등반이 마무리 됐다. 로프가 부족해 등반을 여러 차례 할 수는 없었지만, 오늘은 자연폭포를 무사히 올랐다는 경험만으로도 모두들 충분히 만족스러워 했다. 또한, 오호근 기자의 희생과 배려 덕분에 모두 자연폭포에 갖고 있던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등반을 마치며 모두 오호근 기자에게 진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이후로 빙벽등반에 더욱 빠져든 병아리 특공대 6인은 따로 또는 같이 판대 아이스파크, 화천 딴산, 가리비 등 매 주말 얼음을 찾아 다녔다. 우리는 더 이상 병아리 특공대가 아니다! 빙벽만 보면 자꾸 달려들고 싶으니 아무래도 ‘불나방 특공대’로 명칭을 변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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