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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트레킹 _ 쿰부히말 사가르마타 국립공원① 루클라~추쿵 구간

 

임자체로 향하는 아름다운 길

 

가르마타 국립공원(Sagarmatha National Park)은 네팔 북동부 솔루쿰부주 지역에 있는 산악국립공원으로 세계최고봉 에베레스트의 2분의 1정도가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웅장한 산맥과 빙하, 희귀 동물 등을 볼 수 있다. 공원 이름인 ‘사가르마타’는 산스크리트어로 ‘우주의 어머니’라는 뜻으로, 네팔에서는 에베레스트를 그렇게 부른다.

글 사진 · 이재성(㈜포카라 대표)

 

에베레스트에 가는 것은 내 오랜 꿈이었다. 가이드인 캠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아 한국말이 유창했지만 아직 에베레스트 경험이 없었다. 나와 캠을 도와줄 가이드가 더 필요했다. 그러던 중 새로운 가이드를 소개받았다. 그는 우리와 처음 만난 날, 밀크티와 빵 두개를 허겁지겁 먹어 치우며 연신 ‘No problem’을 외쳤다. 이틀 뒤 국내선 공항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호텔로 돌아와 저녁을 먹는데 낮에 문제없다고 외치던 가이드가 캠에게 전화를 해서는 대뜸 못가겠단다. 루클라행 항공권까지 예약 해놓고 채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손바닥 뒤집듯 결정을 번복하다니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평소 친분 있는 에베레스트 전문에이전시에게 폐가 될까봐 연락도 없이 따로 가이드를 알아보며 일정을 준비해온 나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찌 하나 고민하던 중 랑탕 고사인쿤드에서 만났던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가이드 라지가 떠올랐다. 결국 그의 도움으로 루클라에 있는 가이드 ‘쉐르파’와 함께 하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갈 수 있게 됐다. 설렘에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1일차 : 카트만두 → 루클라 → 팍딩

우여곡절 끝에 입성한 루클라

이른 아침, 방문을 두드리는 가이드 캠의 노크소리로 잠에서 깼다. 목구멍에 토스트와 밀크티를 억지로 밀어 넣고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루클라행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점심때가 되도록 비행기가 뜬다는 말이 없다. 이러다가 그동안 결항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걱정이 들던 차, 랑탕에서 동행했던 서 선생님이 함께 헬기로 가자고 주장한다. 결국 중국인 일행과 섞여 헬기에 올랐다. 운 좋게 비행사 옆 보조석에 앉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공항이라기엔 다소 위험해 보이는 자그마한 루클라 텐징힐러리 공항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가이드 상계와 만나 차를 마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음 헬기를 타고 오기로 한 가이드 캠이 한 시간여를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나중에 알아보니 헬기 딜러가 헬기요금을 1인당 달러로 계산을 하기로 했는데 서 선생님과 내가 디스카운트로 이해한 것과는 달리 우리 외에 가이드인 캠의 비용을 뺀 것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결국 캠은 원래 예약돼있던 비행기 표로 뒤늦게 도착했다. 헬기요금을 받지 못한 게 속상한지 그사이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텐징힐러리 공항은 여러모로 열악하다. 그 때문에 에베레스트 트레킹은 앞뒤로 최소 5일 잡고 가는 게 좋다. 비행기가 언제 뜰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3일 동안 루클라에 갇혀 대기하다 겨우 빠져나온 경험이 있다. 걱정하는 캠을 안심시키며 다 같이 늦은 점심을 먹고 목표인 팍딩까지 부지런히 트레킹을 시작했다. 루클라 공항 옆 좁은 돌담길을 끼고 계단을 조금 내려오자 네팔 특유의 문 모양과 함께 루클라 입구가 보였다. 들어서니 그동안 보았던 자그마한 규모의 롯지들과는 달리 다소 상업적인 냄새가 나는 굵직한 모습이 웅장한 느낌을 줬다. 유럽식 펍과 여러 카페, 다양한 등산용품매장과 기념품 가게들이 양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는 곳이 나타났다. 가이드 없이 가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퍼밋을 신청하면 됐다. 침낭 렌트도 가능했다. 트레커들을 관리하는 체크 포스트를 지나자 훤칠한 모습의 롯지들이 나타났다. 팍딩에 도착할 즈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저녁에는 지붕을 두드리며 비가 내린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다음 날 트레킹을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

 

 2일차 : 팍딩 → 몬조 → 조르살레 → 남체바자르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며

팍딩의 아침이 밝았다. 가이드의 조언으로 주문한 쉐르파 스튜는 모양과 맛 모두 우리나라의 수제비와 비슷했다.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3시간쯤 지났을 때, 대뜸 경사가 심한 계단이 아래로 펼쳐졌다. 고대 상형문자를 연상시키는 불교문자들이 새겨진 바위들이 보이더니 곧이어 근사한 건물이 나타났다. 이 곳 역시 트레커들의 왕래를 체크하는 체크포스트였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배낭을 기대어놓고 물을 마시며 다른 나라의 트레커들과 눈인사를 나눴다. 모두 밝게 웃으며 반가워한다. 조르살레에 도착해 가이드의 친척이 한다는 롯지에 들어갔다. 점심으로 스파게티를 주문했는데 어디서도 보지 못한 살구색 소스가 끼얹어서 나온다. 영 미덥지 못한 모습에 먹고 싶지 않았지만 고산병이 오지 않게 하려면 잘 먹어야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먹었다. 그 모습이 느껴졌는지 롯지 사우니가 네팔 김치라며 들고 나온다. 식사를 마치고 조금 더 내려가니 조르살레 입구가 나타났다. 그곳에는 더 큰 체크포스트가 있었다. 진정 사가르마타 국립공원에 다다랐다는 실감이 났다.

전날 조금씩 내리던 비가 밤사이 그치니 아침은 더없이 맑은 하늘을 보여줬다. 아침을 먹고 1시간여를 걸었을까 멀리 확 트인 하늘이 보이며 큰 산 사이로 하얀 설산이 드디어 얼굴을 내민다. 이내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하더니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됐다. 계단으로 이뤄진 좁은 길을 가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와는 달리 이곳은 멀리 설산과 맑은 물이 흐르는 광대한 풍경을 볼 수 있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남체가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면 그치겠지 하고 비를 맞고 가는데 빗줄기가 굵어진다. 급히 우의를 쓰고 20여분을 걷다 입구에 하얗게 솟아오른 둥그런 건물이 보이더니 그 위로 푸르스름한 수많은 지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와 함께 하얀 안개가 남체 바자르(Namche Bazar, 3,700m)입구를 둘러싸고 있어 더욱 웅장하고 성스럽게 느껴졌다.

남체 바자르는 해발 약 3,450m로 고산적응을 위해 많은 트레커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또한, 쿰부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보통은 이곳에서 하루 더 쉬며 고산적응을 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랑탕을 다녀온 후라 남체에서는 오늘 하루만 쉬고 내일 바로 갈 계획이었다. 고산이 올수 있어 서둘러 비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따뜻한 밀크티를 마시며 몸을 녹였다. 저녁을 예약하고 밖으로 나가 추운 밤을 따뜻하게 해줄 물을 끓일 가스와, 비타민섭취를 위한 말린 과일 등을 샀다. 저녁시간을 보내다 롯지에 돌아오니 미리 주문한 피자가 나왔다. 특이하게도 이곳은 식사 전 뜨거운 수건으로 손을 닦을 수 있게 했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에 모두 좋아했다. 고산이다 보니 찬물로 닦지 말라고 그렇게 한 것이 아닐까싶다. 다소 서먹하고 조용했던 다이닝룸에 웃음이 번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화기애애하게 하루를 보내고 침낭 안에 쏙 들어가니 그곳이 바로 천국이었다.

 

 3일차 : 남체바자르 → 탱보체

히말라야에서 느끼는 간극

전날 저녁 미리 주문해 놓은 아메리칸 스타일의 아침을 먹고 일찌감치 가방을 메고 롯지 입구에 달려있는 거울을 보며 대충 선크림을 찍어 발랐다. 이른 아침이라 서늘하게 추위가 느껴져 오늘도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출발하였다. 남체 바자르의 아침풍경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마을의 모습이 장관이라 자꾸 뒤돌아보게 했다. 얼마안가 대그룹의 포터들이 족히 3-40킬로는 되어 보이는 짐들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을 봤는데 딱하게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안쓰러워하는 나를 보더니 가이드 캠과 상계가 저들은 샐러리를 더블로 받으니 괜찮단다. 그렇게 사람과 짐, 짐을 나르는 나귀나 야크들과 한 길로 의 동행이 시작됐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커다란 짐을 지고 나르는 가는 팔다리의 어린 포터가 음악이 울리는 블루투스를 짐에 얹고 지고 간다. 옛것과 새것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 무언가 거리가 느껴져 묘한 기분이 들었다. 네팔은 젊은이부터 노인까지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산악지형에 도로발달이 늦고 몸을 이용해 짐을 지어 나르거나, 망치로 집을 짓는 것을 생각했을 때 스마트폰은 어딘지 아이러니 했었다. 이 경우도 그러했다.

탁 트인 산맥과 설산을 조망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탱보체에 다다랐다. 탱보체에는 큰 규모의 불교사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원 안에는 수행을 하는 라마들이 책을 보거나 염불을 외우고 있었다. 탱보체의 불교사원 근처는 네팔국화인 랄리구레스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봄에는 천국의 정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 다음에는 꼭 보리라 마음먹었다. 숙소에서 저녁을 먹는데 서선생님이 나를 불러 할 얘기가 있단다. 남체부터 조금씩 고산증세가 느껴졌지만 참고 탱보체에 왔는데, 아무래도 3패스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이었다. 내일까지만 함께 가고 헤어지는 걸로 하자는 이야기를 마쳤다.

 

 4일차 : 탱보체 → 팡보체 → 딩보체

안녕하세요, 헬로우, 나마스떼

창문으로 찬바람이 들어온다. 눈을 뜨니 어느새 새벽이 밝았다. 침낭 안에서 이리저리 뒹굴다가 밖으로 나가 산책을 했다. 곰파 주변까지 산책을 하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탱보체부터는 숙소가 많지 않아 가이드들은 롯지 앞에 설치된 텐트에서 잠을 잔 듯 했다. 산책을 마치고 아침을 먹은 후 짐을 챙겨 이동했다. 오늘은 딩포체까지 약 550m가량 고도를 올려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특별히 더 천천히 이동했다. 이 길은 다른 곳보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지금도 에베레스트 트레킹 중 가장 걷기 편했던 곳으로 기억된다. 한참을 가다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반가운 한글과 함께 표지판에 영어로 ‘엄홍길 휴먼스쿨’이라고 적혀있다. 에베레스트 곳곳에 엄홍길의 발자취가 느껴진다. 소마레(4,010m)롯지에 점심을 먹기 위해 들렀는데 앞집에 사는 아이가 ‘헬로우’, ‘나마스떼’하며 인사를 여러 번 한다. 딩보체는 추쿵과 쌍벽을 이루는 거대한 롯지 군락이 있다. 이 두 곳은 임자체나 메라피크 등반을 위한 장비 등을 렌탈 하는 부유한 롯지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음식도 맛있고 주인들의 넉살과 영어실력도 좋았다. 대놓고 상업적인 이곳은 춥다고 하면 자신이 입던 때 묻은 패딩을 벗어서 렌탈을 할 정도였다. 딩보체도 남체처럼 하루정도 더 있으며 고산적응을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5일차 : 딩보체 → 추쿵 → 추쿵리 → 추쿵

드디어 임자체(6,200m)를 앞두다

딩보체에서 추쿵까지는 약 5km로 약 3시간 걸어야했다. 추쿵에 도착해 10명의 이스라엘 청춘남녀 트레커를 만났다. 이들은 이날 큰 문제에 빠져있었다. 카트만두의 에이전시를 통해 추쿵까지 왔는데 포터들이 무엇 때문인지 불만을 드러내고 한 명의 포터를 제외하고 모두 떠났다는 것이다. 짐과 사람만 두고는 다 내려가 버렸다. 우리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트레킹중 이런 일이 아주 많다고 했다. 라이센스가 있는 가이드나 포터는 그렇지 않지만 무자격의 포터의 경우에는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으니 불만이 있거나 힘들면 단체로 짐만 놓고 무책임하게 떠난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들은 주로 성수기인 봄가을에 많이 일어난다고 하니 증명된 에이전시를 통해 갈 것을 추천한다.

추쿵가는 길에 찍은 사진은 지금까지도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다. 내 바로 뒤로 아름다운 설산이 펼쳐져있다. 또한, 설산과 햇빛에 흙과 풀 들이 대비되어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사진을 본 친구는 블루스크린 앞에서 찍은 가짜 같다고 할 정도다. 추쿵에 도착하자마자 바지를 하나 더 껴입고 추쿵 옆에 있는 추쿵리를 올랐다. 순식간에 5,500m대로 오르니 약간 숨이 차올랐다. 그래도 그새 몸이 고산에 많이 적응된 것 같았다. 하산하니 어느새 눈이 그쳤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에 오를 임자체(6,200m)를 위해 체력을 아끼기로 했다. 임자체라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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