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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

최석문의 벽 _ 판대 아이스파크

 

오르지 않으면 꿈꿀 수 없다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

 

올해 첫 빙벽이자 한 해의 마지막 등반을 오랜 등반 친구인 이명희(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 문성욱(바위를찾는 사람들), 안종능(블랙다이아몬드 코리아)씨와 함께 판대 아이스파크로 갔다.

이곳 빙장은 강물을 펌프로 퍼 올려 인공적으로 결빙시킨 빙벽으로 동양 최대를 자랑하는 곳이다. WI3~WI6 등급까지 다양한 빙벽 난도와 얼음과 바위가 혼재되어 있는 13개의 혼합등반 루트까지 개척되어 있어 이는 명실공이 한국 최고의 동계 등반 대상지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인공 빙벽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사람이 만들었다. 해마다 많은 어려움 속에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도 등반에 관련된 행사를 해보았지만 결코 이익을 생각한다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러한 일을 원주 클라이머스 판대 아이스파크 운영 위원회의 서강호 위원장을 비롯하여 송순남, 송미숙, 최종관, 김도현, 주봉길씨의 봉사와 노력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후원업체와 사람들이 있다.

 

등반을 꿈꾸게 하는 얼음 바다

판대 아이스파크는 등반가들에게 소금 같은 곳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등반지는 자연적, 인위적 환경에 자꾸 축소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 앞에서 등반가에게 판대 아이스파크는 등반을 꿈꾸게 하는 바다 같은 곳이다. 예전보다 적설량이 적고 따뜻해진 날씨로 자연 빙벽이 잘 결빙되지 않고 결빙되더라도 지속되는 시간이 많이 짧아졌다. 얼음을 녹게 하는 것 중 하나는 물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높아진 수온이 얼음을 더 빨리 녹게 한다.

펌프로 물을 퍼 올려 결빙시키는 것은 인공 빙장의 장점이다. 판대는 북향의 응달이라 3월까지도 등반이 가능하다. 물론 강바닥이 녹아 뗏목을 타고 가는 수고스러움은 있다.

요즘 수도권의 여러 등산학교에서도 판대 아이스파크에서 기초부터 상급반까지 교육을 하고 있다.

 

등반의 즐거움은 첫 발을 뗄 때까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 도로가 밀릴 거라 예상하고 서둘러 집을 나섰지만 도로는 평일보다 한산했다. 수월하게 판대에 도착했다. 차량 온도계를 보니 영하 18도다. 주차장에 차 몇 대가 보였지만 빙장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등반에서 고민, 긴장, 즐거운 부분은 출발선에서 첫발을 뗄 때까지일 것이다. 자기 한계치에 있는 등반에서는 더 그러하다. 스스로에 대한 불(不)확신에 등반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갈등도 출발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빙벽등반은 따뜻한 차 안을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약속 시간이 한 시간 남짓 남은 필자와 명희씨는 따뜻한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일행을 기다렸다. 잠시 자다 깨보니 빙벽장에 로프가 설치되고 있다.

 

등반 의욕을 자극하는 혼합등반지

판대 아이스파크에서 가장 필자의 등반욕을 자극하는 곳은 100미터 폭포의 좌측 혼합등반 지역이다. 층층이 오버행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몇 년 전부터 중앙 직등 라인을 유심히 관찰하고 등반 가능성을 확신했지만 해마다 마지막 고드름 빙벽이 충분히 내려오지 않아 등반을 시도하지 못했었다. 볼트 몇 개만 추가한다면 빙벽이 충분히 내려오지 않아도 등반이 가능해 보여 볼트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올해는 꼭 루트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에 서강호 위원장으로부터 김지성씨가 볼트 작업을 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판대 바위는 들뜬 바위가 많아서 볼트 설치를 위해서는 들뜬 바위를 제거하고 단단한 곳에 설치해야 한다. 이는 고된 작업이다.

우리나라의 스포츠 혼합등반 대상지는 판대를 제외하면 채 다섯 군데도 되지 않을 만큼 루트가 없다. 캠과 너트와 같은 유동 확보물을 사용하며 오르는 전통적 혼합등반과 달리, 암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볼트가 설치되어 있다. 난이도 표기 방법은 Mixed의 M을 사용하고 M1에서 시작되며 현재 유럽에는 최고 난도 M16까지 개척되어 있다. 혼합등반 난도는 개방형 체계를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자연 자원이 부족하여 최고 난도는 M9 정도까지 개척되어 있다.

 

빙벽, 스포츠 아이스클라이밍, 드라이 툴링의 차이

빙벽등반 난도(Water Ice, WI)는 위험성이 포함되어 있는 난도다. 빙벽등반 난도도 개방형이지만 보통 WI 7+급 이상은 표기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확보물 설치가 어려운 위험한 등반이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 헬름켄 폭포(Helmcken Falls)에서 발표된 WI 11급의 난도는 암벽에 설치된 볼트를 확보물로 사용하여 등반된 것으로 스포츠 아이스클라이밍이다.

빙벽등반 루트의 난도는 암벽등반과 달리 고정적이지 않고 빙질에 따라 다르다. 토왕성 빙벽이 보통 WI 5급 정도 되지만 계단이 된 빙벽을 말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난도를 경험하고 싶다면 손대지 않은 토왕성 빙벽을 오르면 WI 5급의 난이도다.

혼합등반과 빙벽등반 난도 체계는 미국인 제프 로우(Jeff Lowe)가 창안했다. 빙벽 등반을 처음 배우던 해, 그의 등반 비디오 <워터폴 아이스>를 수없이 돌려 보던 생각이 난다.

제프 로우는 고산거벽 등반뿐만 아니라 특히 빙벽등반과 혼합등반을 발전시킨 인물이다. 2017년 황금피켈상 평상공로상을 수상했다. 2018년 8월 질병으로 사망했다.

최근에는 얼음이 전혀 없는 바위에 볼트로 확보물을 설치하고 아이스 액스와 크램폰과 등반화가 결합된 일체형 등반화를 신고 오르는 드라이 툴링(Dry Tooling, D) 루트들이 개발되고 있는 추세이다. 드라이 툴링 루트는 계절적인 영향이 없어 사계절 등반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동작의 어려움을 추구하는 등반이다.

 

빙등은 안전, 안전, 또 안전

빙벽등반은 암벽등반보다 위험성이 크다. 얼음이 바위보다 불안정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얼음에 설치한 확보물은 등반자의 경험과 빙질에 따라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많은 등반자들이 확보물 설치를 멀리하는 경향이 많다. 한 번의 실수가 긴 추락으로 이어지므로 추락하지 말아야 한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주로 등반한다. 60미터 이상의 빙벽 등반이라면 최소한 12개 이상의 스크류를 소지하며 출발 후 20미터 내에서는 확보물 간격이 5미터를 넘지 않게 설치한다. 얼음 턱에 떨어지지 않게, 등반이 쉬운 완경사라 하더라도 일정한 간격으로 확보물을 설치한다. 이러한 곳에서 사고가 나는 것을 보아왔고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등반자의 실수도 있겠지만 낙빙 같은 위험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은 빙장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는 광경 중 하나는 등반자 바로 아래에서 오르는 모습이다. 이는 정말 위험하다. 앞선 등반자가 추락하게 되면 아래에 있는 사람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톱로핑이나 후등자여도 로프가 늘어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올라야 한다.

사람이 없을 때 등반하는 것이 좋으며 있다면 충분한 거리를 두고 떨어지는 낙빙의 방향을 확인 후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등반한다.

 

훈련으로 빙폭에서 자유를 느껴라

요즘 빙벽등반은 대부분 선등자가 로프를 설치하고 톱로핑 등반을 많이 하고 있다. 톱로핑은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일정 수준에 오르기까지 아래에서 자세를 교정해 주거나, 심리적 부담 없이 박힌 피크에 매달려 강도를 확인하는 훈련과정으로 충분히 좋다. 이러한 과정이 지나면 톱로핑과 선등의 차이에서 오는 심리적 위축감을 극복해 나가는 훈련과정으로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

예를 들어, 촘촘하게 설치된 확보물을 이용해 스포츠 클라이밍처럼 등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분명 톱로핑과는 다른 느낌일 것이다. 우아하고 폼 나는 자세로 빙벽을 오르는 것도 좋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발자리와 피크 포인트를 이용해 오르는 것보다 스스로 키킹하고 타격해 보면 새로운 즐거움이 생길 것이다. 정형화된 자세와 흔적들에 묶기지 말고 자유롭게 움직여 보라. 폼보다는 새로운 곳에 오를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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