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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문의 벽(壁) _ 트라우트 크릭(Trout Creek)

 

황금 독수리가 머무는 주상절리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등반팀

 

스쿼미시에서 비가 그치고 바위가 마르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과 인내심은 우리에게 없었다. 이곳에 계속 있은들 목적을 이룰 수 없기에 차선 중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대안으로 트라우트 크릭을 선택했다. 여행에서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알기에 비가 잦은 스쿼미시의 날씨를 대비해 출국 전부터 염두에 두어두고 간 터라 이곳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국경을 넘고 좀 더 큰 차로 바꿔 장거리를 운전하는 것이 조금도 번거로운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 또한 등반의 과정이다. 스쿼미시에서 출발하면 밴쿠버를 지나 국경을 넘고 시애틀을 지나간다. 이 지역은 출퇴근 시간에 교통이 혼잡하고 국경 통과 시 사람들이 많아 대기를 오래한다고 해서 9월 30일 밤 9시쯤 출발했다. 국경 통과 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식품 반입인데 채소, 과일, 육류 종류는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물건이 있으면 차량 검색을 하는 등 불편하니 사전에 처리하고 국경을 넘는 것이 좋다. 밤 1시경 국경을 넘어 5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시애틀을 벗어나 새벽 4시쯤 휴게소에서 잠을 잤지만 불편함과 한기로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7시가 되지 않았다.

 

데슈트 강 중류에 위치한 야영장

포틀랜드(Portland)를 지나 캐스캐이드 산맥(Cascade Range)의 마운트 후드(Mount Hood 3,429m)를 넘어가는 26번 도로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오락가락 비를 내리던 구름 가득한 하늘도 고개를 넘으니 햇살 가득한 하늘로 바뀌었다. 시쿼미시 날씨로 우울했던 기분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후드 산자락의 동남쪽에 이르렀을 땐 그 많던 아름드리나무들이 사라지고 초원이 펼쳐졌다. 숲이 없다는 건 비가 많이 오지 않는다는 것, 우리의 선택은 옳았다. 트라우트 크릭으로 가기 전 마지막 마을인 웜 스프링스(Warm Springs)에서 주유와 식료품을 구입했는데 이곳에선 미국의 다양하고 질 좋은 식품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나중에야 그곳이 인디언들만 사는 지역이라 것을 알았다. 이 땅의 본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이 정작 현재의 풍요를 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등반지로 향하는 길은 물을 뿌려 목초를 키우는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구글맵이 없다면 전혀 길을 찾지 못할 것 같은 풍경이 반복된다. 어느 순간 길은 이삼백 미터 계곡 아래로 구불구불 내려간다. 물이라곤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데슈트 강(Deschutes river, 406km)이 흐르고 있다. 이 강의 발원지는 캐스케이드 산맥인데 나중에 콜롬비아 강과 합류한다. 야영장의 지점은 강 중류에 위치해 있다.

트라우트 크릭 야영장은 관리인이 상주하지 않으므로 야영을 하고자 하는 이들은 자율적으로 일자를 계산해 비치된 봉투에다 일정과 차량번호를 기재한 후 비치된 통에다 넣으면 된다. 식수가 없어 강물을 정수하거나 끓여 먹어도 되지만 연료비와 번거로움을 따진다면 구입하는 것이 좋다. 낚싯배가 다니는 강물은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빨라 수영하거나 물놀이를 할 때 주의를 요한다. 그 밖의 편의 시설은 큰 쓰레기통과 화장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며 24개의 사이트마다 피크닉 테이블이 있다. 건조한 지역이라 흙먼지가 많고 사이트 간격이 멀며 찾는 사람이 적은 한적한 야영장이다.

정오쯤 도착한 우리 등반팀은 한 주간 머물 텐트를 쳤다. 여독도 풀 겸 해서 등반은 다음 날로 미루고 모처럼의 여유를 즐겼다.

 

황금 독수리가 찾아오는 등반지

다음 날, 야영장은 해가 들기 전까지 제법 쌀쌀했지만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강을 따라 난 길을 오르니 한눈에 클라이머로 보이는 이들이 등반지를 향하고 있다. 반가움에 “메인 월 가요?“라는 한국말이 나도 모르게 툭 나왔다. 알아들었는지 자기들도 그리로 간다고 한다. 이 일로 한참을 웃게 되었다.

3km 정도 강을 따라 오르다 섬이 있는 곳에서 왼쪽 사면을 따라 40여 분 정도를 더 가면 주상절리 바위가 나타난다. 그동안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았던 크고 아름다운 주상절리를 처음 보는 거라 일행들 모두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우리나라의 주상절리는 대부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등반할 수 없지만 미국은 이런 곳이 흔해서 그런지 아니면 이곳이 규모가 작아서인지 어떤 규제도 없다. 다만 황금 독수리 번식 기간인 1월 15일에서 8월 31일까지는 등산로와 암장을 모두 폐쇄 하지만 5월 중순경에 황금 독수리가 서식하지 않으면 예정보다 일찍 개방한다고 한다. 올해도 5월 15일부터 개방된 걸로 보아 일찍 개방될 때가 많은 듯하다. 그래도 이곳 등반 계획이 있다면 사전에 확인해 낭패 보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등반 루트는 주상절리의 크랙을 따라 개척되어 있고 확보지점 이외의 고정 확보물은 없다. 볼트나 피톤을 박아 루트를 개척할 수 있는 곳도 있지만 확보물을 직접 설치하며 오르는 트래드 등반지로만 개척되어 있다. 몇 개의 루트는 80년대에도 등반을 했지만 2001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개척되었다. 미국 스포츠 클라이밍의 태동지 스미스락(smith rock)과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었지만 스포츠 루트 인기에 밀려서인지 늦게 개척되어 현재 130개의 루트가 있다.

주중이지만 꽤 많은 클라이머들이 등반하느라 여념이 없다. 필자도 워밍업으로 핸드크랙의 뚜렷한 등반선(JR Token 5.10)을 출발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핸드 사이즈로 2호 캠이 4개 정도 필요했고 간간히 3호도 필요했다. 특별히 어려운 곳 없이 전체적으로 난도가 거의 비슷했다.

필자는 등반할 때 바위입자가 아주 거칠거나 최고 난이도가 아니면 테이핑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위 감각이 좋기 때문이다. 물론 등반 초기에는 크랙 장갑을 꼈으며 얇은 크랙을 하려고 감각이 좋은 테이프 장갑을 만들어 쓰다 지금에 이르렀다. 외국의 크랙 클라이머 중에는 고무로 만든 크랙장갑을 사용하면 반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공적인 것을 최소화 하려는 태도이다. 맨손으로 오르든 장갑을 사용하든 개인의 자유다. 하여튼 크랙 등반을 많이 하면 아프지 않고 손도 두꺼비 등처럼 되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테이핑이 귀찮아질 것이다.

 

주상절리 사이로 펼쳐지는 등반선

이곳은 난도를 a, b, c, d로 세분화 하지 않고 마이너스(a/b), 노멀(b/c), 플러스(c/d)로 표기 하고 있었다. 신체 사이즈 즉 손과 손가락의 크기가 난도에 영향을 미치므로 좀 더 넓게 난도를 적용하고 있다. 체감 난도도 지역과 암장마다 조금씩 다른데 이곳도 인디언크릭처럼 박하게 책정된 듯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에게 중요한 건 하늘을 향한 수직 크랙을 오르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을 느끼는 일이다.

주상절리는 4~6각형의 긴 기둥 모양을 이루는 절리를 말하는데 그 생김새로 인해 스테밍 자세가 많다. 힙투토우(Hip to toe 5.11+)라는 루트는 둔각의 스테밍으로 30미터를 오르는데 골반과 종아리 펌핑이 어찌나 심한지 다리를 털고 골반을 두드려도 고통이 풀리지 않아 뛰어 내리고 싶은 유혹을 참느라 얘를 먹었다. 5.11급의 스테밍 루트보다 5.12급 핑거크랙을 온사이트 하는 게 더 쉽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후일 이곳에 누군가 등반을 가고자 한다면 스테밍을 정말 많이 하고 가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도중에 뛰어 내리고 싶을 수 있다. 꼭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프로젝트 등반을 하기에는 시간이 짧아 등반선이 유려한 5.11~12급의 마음이 끌리는 루트를 골라 온사이트 위주로 등반을 했다.  

첫날 현지 클라이머들에게 인사를 건네도 데면데면하게 받아주곤 했었다. 동양인이 영어도 못하고 외소해 보여 그런가보다 했지만 등반을 하고 나니 친숙하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이것저것 해보라고 한다. 클라이머는 등반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가장 친숙한 방법인 것 같다. 그렇게 며칠이 하루처럼 지나갔다. 이제 등반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해질 무렵 붉은색 주상절리에 저무는 빛을 더하니 마음까지 평온해져 온다. 캠핑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등반가들도 석양에 물든 벽과 광야에 잠시 눈길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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