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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홍천 은행나무숲 & 구룡령

 

그대 안의 신비

· 양승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설악산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0월 중순 만추를 맞이한 설악산보다는 조금 남쪽에 위치한 백두대간 구룡령으로 갔다. 단풍놀이 인파를 피해서 덜 붐비는 간편한 산행지를 찾다가 해발 1,030m까지 차로 올라가는 구룡령을 선택한 것이었다. 구룡령으로 가는 길에 최근 몇 년 동안에 홍천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된 은행나무숲에 들렀다. 어떤 중년의 부부가 홍천에 정착해 살면서 일군 홍천 은행나무숲은 매년 10월에만 일반 사람들에게 문을 연다.

김성수, 김아형 커플을 이번 단풍산행 취재에 초대했다. 그들은 대학생 때 인연을 맺었는데 한창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오전 10시쯤 홍천군 내면 하나로마트 앞에서 그들을 만났다. 아침 6시 반쯤 서울에서 출발한 덕에 휴일이었음에도 서울에서 홍천으로 오는 도로는 막히지 않았다.

김성수씨는 회사를 다니며 꾸준히 운동을 하고 틈틈이 여행을 즐기며 지내고 있다. 그의 표정과 말투는 좀 시크해 보였지만 여자친구와 대화할 땐 온화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김아형씨는 의류 디자인 쪽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미소가 사랑스러운 그녀의 행동과 말투에선 귀여우면서도 어딘지 살가운 정이 엿보였다.

 

사랑은 숲을 일으키고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은행나무숲을 향했다. 짧은 다리를 건너가야 하는데 주변에 배추, 무, 꿀 등 지역 특산물을 파는 소규모 장터가 열려 있었다.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은행나무숲이 나왔다. 숲은 가족, 연인, 친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은행나무가 터널을 만들어 사진구도가 잘 나오는 자리에는 사람들이 저마다 ‘인생사진’을 남기려고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곳의 은행나무숲은 수은행나무만 있어 은행 열매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은행 열매 특유의 그 고약한 냄새도 나지 않는다.

“남녀노소 모두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라서 가족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많아 더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느껴져요. 사진 찍을 만한 곳도 많아서 있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겠는데요.” 김아형씨가 말했다.

숲의 가장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길 끝에는 오솔길이 있었다. 오솔길로 들어서자 노란 단풍나무가 많았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갔을 때는 강가로 내려가는 길을 발견했다. 강가로 내려가 몽돌이 깔린 강변에서 깊은 산골을 물들인 가을의 한 순간을 풍경화를 감상하듯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은행나무숲을 빠져나오는 길에 지역 사람들이 연 장터에 들러 막걸리 한 잔에 수수부꾸미, 메밀전병, 잔치국수를 먹었다. 우리가 들어선 간이주막의 주인아저씨는 장사 수완이 좋았다. 그는 지나는 사람들을 유쾌한 말로 호객하여 자리에 앉도록 꼬셔냈다. 그는 우리의 큰 배낭을 순간 바라보더니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1988년 설악산 대청봉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며 아내와 함께 찍은 그의 대청봉 결혼사진을 핸드폰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아들 이름을 정대청으로 지었는데, 현재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은 아들이 군에 복무할 때 입었던 취사병 군복이라고 했다. 취사병 군복 가슴에는 ‘정대청’이라고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단풍은 환희의 눈물

은행나무숲을 빠져나와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구룡령으로 이동했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구룡령은 강원도 양양과 홍천의 경계를 이루는 해발 1,031m 높이의 고개이다. 가을이 오면 구룡령에서 걷기 시작해 붉은 단풍나무와 갈색 참나무가 자란 능선을 따라 단풍 산행을 즐길 수가 있다. 우리는 56번 도로가 지나는 구룡령 생태다리 밑에 주차를 하고 구룡령 옛길 정상까지 왕복하기로 했다.

구룡령엔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잎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오토바이족들이 두꺼운 검정 헬멧을 쓰고 굉음을 내며 도로를 따라 매끈하게 포장된 구룡령을 빠르게 줄지어 넘는다. 우리는 그 모습을 뒤로 하고 아스팔트 도로에서 벗어나 가파른 계단을 천천히 오르며 산길로 들어섰다. 바람이 능선에 계속 불어왔다. 햇살은 때때로 따사롭게 얼굴을 비추었다. 새가 노래하고 단풍나무는 환희의 눈물을 흘리듯 뜨거운 잎을 툭툭 떨어트렸다. 능선은 너울지는 파도처럼 부드럽게 흐른다. 멀리서 나무 사이로 오늘의 커플이 뭔가에 대해 쏙닥거리며 걸어온다. 각자의 걸음걸음으로 하나의 산길을 걷는 산행의 동반자! 이런 모습은 특히나 지금처럼 자연조차도 무르익었을 때 더할 것 뺄 것 없는 어떤 완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걸음에 몸을 맡기고, 시간에 마음을 맡기는 자유로운 상태에 도달했다고 해야 할까. 나른한 가을의 오후를 누군가와 함께 걷는 것은 겨울을 지낸 홍보석 같은 석류알을 맛보며 누군가와의 조그만 옛 이야기를 떠올린 어떤 시만큼 놀랍고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북경에서 오른 흰 산의 기억

김성수, 김아형 커플은 10년 전 백두산을 갔었다. 아형씨가 중국에서 유학하던 때였다. 백두산에 가기 위해 24시간을 이동했다고 한다. 당시 SUV 수십 대가 백두산 아래서 정상까지 관광객을 실어 날랐는데 그것을 타고 올랐다고 한다. 백두산 천지의 날씨는 쾌청하지 않았지만 구름 사이로 햇볕이 나오면서 순간순간 멋진 경치를 보여주었다 한다.

“제가 그때 북경에서 유학중이었는데 남자친구가 놀러온 김에 특별한 여행지를 가보고 싶었어요. 마침 유학생활에 지쳐 있어 향수병이 느껴질 때쯤이라 한국에서는 가기 힘든 백두산을 가보고 싶었어요. 백두산 천지를 갔을 때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갑자기 우박도 맞았지만, 그런 날씨가 상관없을 정도로 너무 멋있었고 신비롭기까지 했어요. 그동안 멋진 사진으로만 보던 것을 실제 풍경으로 봤을 땐 좀 실망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천지는 정말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기 힘들만큼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진 곳이라고 생각해요.” 김아형씨가 말했다.

둘은 시간이 몇 년 흘러 이번엔 지리산 둘레길을 나란히 걸었다. 다랭이논이 있는 3코스였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개를 넘어 두 사람은 푸르른 다랭이논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걸었던 그 길이 너무 좋고 기억에 남았다. 그 이듬해 커플은 다시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같은 숙소에서 잤다.

낭만은 우리들 작은 이야기 속에

수년 전 커플은 겨울 한라산을 올랐다. 백록담에 오르기 위해 9시간을 걸었지만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아쉽게도 날씨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최근 산행지는 덕유산이었다.

“덕유산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등산시간은 매우 짧았는데 12월 설산의 경치가 매우 멋있었어요.” 김성수씨는 여자친구랑 함께한 여러 산행들 중에 그 겨울의 덕유산 산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여자친구랑 산행을 하면 저절로 대화를 많이 하게 되면서 속 깊은 얘기, 시시콜콜한 얘기, 평소 알지 못했던 얘기를 하게 되죠. 등산 중에 마주치는 재밌는 등산객들도 나중에 좋은 에피소드로 남아요.”

커플의 이야기를 들으며 걷다보니 어느덧 구룡령 옛길 정상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과거 영동과 영서를 오가는 상인이,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가, 혼인을 위해 노새를 탄 신랑과 가마를 탄 신부가 고갯길을 넘었던 옛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곳 정상에서 잠시 쉬었다가 산행을 시작한 곳으로 2시간 만에 돌아왔다. “선선한 날씨와 아름다운 단풍 때문에 더 낭만적이고 기억에 많이 남는 산행이 된 것 같아요.” 김아형씨가 걷기 여행을 마치며 소감을 말했다. “남자친구랑 이렇게 산행을 하면 우선 대화시간이 많아져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좋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을 마음껏 즐기게 되어 스트레스도 풀리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서 좋아요.”

산과 함께해온 추억들이 그들의 연애사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이제 그들의 산행앨범에는 비록 지금까지 다녀온 크고 화려한 산들엔 못 미치겠지만 은행나무숲과 구룡령을 걸으면서 만난 질박한 홍천의 가을이 한 페이지 더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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