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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산행 가이드 2

가야산

 

단풍 숲 바다 위에 솟은 석화성(石火星)

해인사∼상왕봉∼칠불봉∼만물상∼백운동

· 강윤성 편집장  사진 · 사람과 산 DB

 

 

가야산(1,430m)은 불꽃처럼 치솟아 그 주름진 치맛자락에 해인사를 감싸고 있다. 산 자체가 워낙 품위와 격조가 높아 예로부터 ‘산형은 천하에 절승하고 지덕은 해동에서 제일’이라고 불렸다. 그 가야산에 꿰차고 들어 선 해인사는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을 품고 있는 천년사찰이다. 석화성(石火星)이라 불리는 가야산조차 그 위세에 눌릴 정도다. 하지만 발품을 팔아 정상에 올라서면 가야산의 그 웅장한 진면목은 해인사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가야산 정상을 오르는 법정 등산로는 세 곳이다. 해인사∼토신골∼가야산(상왕봉) 코스, 백운동탐방지원센터∼서성재∼칠불봉∼가야산(상왕봉) 코스, 그리고 2010년 개방한 만물상 코스(백운동탐방지원센터∼서성재∼칠불봉∼상왕봉)다. 해인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면 원점회귀 산행이 편하고, 백운동탐방지원센터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기존 코스와 만물상 코스를 엮는 게 좋다. 해인사를 기점으로 할 시 가야산 정상이 되는 상왕봉까지는 5.6km 거리다. 오르는 데 2시간 30분, 왕복 최소 4시간은 잡아야 한다.

 

화려한 가을빛 담아내는 홍류동 계곡

단풍은 가야산 초입의 홍류동 계곡에서부터 백미를 이룬다. 해인사 입구에 이르는 4km의 홍류동 계곡은 울긋불긋한 울창한 숲이 연이어진다. 이파리의 시뻘건 빛이 투영된 계곡의 붉은 물결조차 화려한 가을을 담아내며 흐른다. 홍류동(紅流洞)이란 이름이 허투루 생긴 게 아니다.

이곳 홍류동 송림 사이로 흐르는 물이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소리가 고운 최치원의 귀를 먹게 했다고 한다. 최치원이 갓과 신발만 남겨두고, 신선이 되어 사라졌다는 전설을 말해주는 농산정과 시구를 새겨놓은 큰 바위가 남아있다. 정상부와 더불어 가야산의 진수를 보여준다.

해인사에 들어서면 아름드리 적송과 나무들이 짙은 숲을 이룬다. 국내 최대 사찰답게 딸린 말사만 해도 170여 개나 되고, 산내 암자만 해도 15개에 이른다. 한국 불교 성지라 할 만한 이곳에는 세계문화유산뿐만 아니라 국보, 보물 등 70여 점의 유물이 산재해 있다.

특히 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은 한국의 대표적인 보물로서 경판수는 1512부 6791권 81258장이다. 몽고의 침략에 대한 국난극복을 기원하는 뜻으로 고려 23년(1236년)부터 16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완성됐다.

여유가 있다면 해인사에 딸린 암자를 둘러보도록 한다. 50년 동안 앉은잠, 이른바 장좌불와(長坐不臥)를 수행했던 혜암스님이 입적했던 원당암에 올라서면 사찰 너머로 저만치 숲에 둘러싸인 해인사와 더불어 상왕봉의 웅장한 모습이 그대로 올려다 보인다. 혜암스님은 생전에 불자들에게 “어떤 길을 올라도 산봉우리로 올라간다. 그러나 산을 올라갔다 내려온 사람의 말을 들어야 가는 길이 험하지 않은 이치와 같은 것이 화두”라며 “신선이 나타나면 신선의 얼굴을 볼 것이지 신선의 부채를 보지 말라”는 화두를 내리기도 했다.

가야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백련암은 살아있는 부처로 이름이 높았던 성철스님이 열반에 든 곳이기도 하다. 조계종 7대 종정을 지낸 성철스님이 남루한 가사 한 벌을 남긴 채 열반에 든 방인 퇴설당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또한 생전의 성철 스님 영정과 목각 좌상도 있다. 성철 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유명한 법어를 남겼다.

등산로는 해인사 본찰과 용탑선원 사이에 나 있다. 선유교를 지나 정상 직전 헬기장까지 3.2km 구간은 변함없는 숲길이다. 토신골과 극락골 합수지점에서 마애불입상으로 오르는 길은 식수원 보호를 위해서 길을 통제하고 있다.

신갈나무와 조릿대가 어우러진 완만한 등산로는 울창한 단풍숲을 뽐낸다. 헬기장까지 변함없는 길이다. 그렇게 한 시간쯤 올라서면 상왕봉 전위봉격인 웅장한 암봉이 솟아있고, 발아래 단풍 숲이 바다를 이룬다. 해인사 본찰과 원당암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우두산이라 불리는 상왕봉의 위용

하지만 상왕봉 정상은 한참을 더 올라야 한다. 철계단과 가파른 암반지대를 올라서면 그때서야 주봉 역할을 하는 상왕봉과 최고봉인 칠불봉이 눈앞에 다가온다. 더군다나 소머리 형상을 한 상왕봉은 바위 평원 위에 불뚝 솟아 있다. 가야산이 본디 한자의 소 ‘우(牛)’와 머리 ‘두(頭)’자를 합친 우두산으로 불려왔던 까닭이다.

상왕봉에 올라서면 조망이 거침없이 트인다. 상왕봉을 중심으로 석화성(石花城)을 이루듯 산자락의 바위들이 저마다 솟구쳐 있다. 가야산은 ‘끝이 뾰족한 바윗돌이 나란히 늘어서서 불꽃이 공중에 솟은 듯하다’는 『택리지』의 생생한 묘사가 그대로 전해지는 곳이다.

상왕봉과 서성재를 거쳐 백운동으로 하산하려면 칠불봉 직전에 철계단을 타고 내려서면 된다. 백운동까지는 4.25km 거리다. 칠불봉에 서면 기암괴석과 단풍이 어우러진 만물상 코스가 눈길을 잡아챈다. 해인사 원점회귀 코스는 올랐던 길을 그대로 내려서면 된다.


 교통 서울 남부시외버스터미널, 대전시외버스터미널,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진주시외버스정류소에서 해인사행 버스가 다닌다. 자가운전 시 서울-경부고속도로-대구-88고속도로-해인사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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