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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

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구미 청화산 암장

바위에서 찾은 진짜 나

· 양승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객원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작년 8월 여름 구미의 산과 암장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중엔 구미 인동에 새로 생긴 실내암장 취재도 포함돼 있었다. 취재할 실내암장은 인동 번화가에 위치한 포시즌클라이밍짐이었다. 이 암장을 운영하는 김기만 센터장을 만난 것도 그때였다. 취재는 회사원이었던 그가 사내 산악회에서 활동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24시간 운영하는 실내암장을 차린 이야기에 대한 것이었다.

“구미에 청화산 암장이라고 작년에 개척된 곳이 있는데 그곳 어떠신가요?” 김 센터장이 취재 대상지를 추천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페이스와 크랙이 멋진 등반지였다. “네, 그곳으로 가시죠.” 곧바로 만날 날짜를 정했다.

김기만씨는 함께 등반할 파트너로 자신의 암장을 2년째 다니고 있는 차유송씨를 데리고 왔다. 차씨는 얼마 전 경북도민체전 스포츠클라이밍 스피드 여자 부문에 출전해 4위에 올랐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김기만씨와 함께 집중적으로 훈련을 한 것이 성과가 있었다고 했다. 스포티한 단발머리를 한 차씨는 보통 키에 몸매가 날씬했고 팔뚝에는 잔근육이 있었다. 같은 대회에서 김기만씨는 스피드 부문에서 3위에 올랐고, 2년 전엔 난이도 부문에서 3위를 기록했었다. 그는 모델 같은 외모에 팔다리가 길고 어깨가 넓고 키가 크다.

 

경북의 숨은 보석 청화산 암장

구미 청화산 암장은 2017년 대구칠곡클라이밍센터(센터장 박극철)에서 개척한 새로운 암장으로 로컬 클라이머들을 제외하면 이 암장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루트는 총 14개로 5.7부터 5.12까지 난이도가 다양하다. 페이스, 오버행, 크랙, 슬랩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여러 스타일의 벽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이 암장 근처에 있는 청화산 리지는 경북 지역 클라이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내비게이션에 ‘청화산 주륵사 폐탑지’를 치고 산길 입구 공터에 차를 댄 뒤 임도와 산길을 20~30분 정도 걸어 올라가자 청화산 암장이 보였다. 어프로치를 하는데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바위가 모두 젖어버리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암장에 도착하여 루트를 살펴보니 많은 루트가 이미 젖어 있었다. 비교적 상태가 괜찮은 쥐틀(5.10c)과 돌개(5.11b)를 등반하기로 했다.

등반을 준비하는데 차유송씨가 빨강, 연두, 진녹색 패턴으로 디자인된 예쁜 로프를 꺼냈다. 그 로프가 너무나 예뻐서 암장 동료들하고 공동으로 구매했다고 한다.

 

쥐틀과 돌개에 도전

김기만씨가 쥐틀을 보며 루트파인딩을 한다. 그는 청화산 암장에 몇 차례 왔었지만 쥐틀은 처음 오른다. 쥐틀은 등반길이 15m에 퀵드로 6개가 필요한 크랙 등반 루트이다.

그가 루트 하단을 통과해 바위턱이 있는 곳에서 왼쪽 다리로 크고 높게 훅을 걸어 중단에 있는 크랙 바로 아래 올라섰다. 바로 그곳이 크럭스였다. 그가 왼쪽을 쳐다보지만 홀드가 마땅치 않은 듯 잠시 멈추어 크랙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더니 왼손으로 크랙을 잡고 올라서 위쪽에 조금 멀리 있던 언더홀드를 움켜쥐었고, 이후 상단까지 안정적으로 통과하며 완등하였다.

이어서 차유송씨가 톱로핑으로 쥐틀에 도전했다. 그는 김기만씨의 코치를 받으며 하단 볼트에 퀵드로를 걸었다. “왼발 훅 크게 올려!” 김씨가 외쳤다. 차씨는 그대로 움직여보려 하지만 자세가 잘 나오지 않았다. 두세 차례 시도 끝에 바위턱에 가까스로 올라섰다. 차씨가 크럭스인 크랙을 돌파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수차례 시도 끝에 크랙을 완전히 돌파하지 못하고 하강했다.

김기만씨가 돌개에 붙었다. 돌개 루트는 15m 페이스로 퀵드로 6개가 필요하다. 중단엔 루프 안쪽 크랙을 잡고 오른쪽으로 트래버스하는 곳이 있었다. 쥐틀을 오를 때처럼 김씨는 한 두 차례 고민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그 루프를 무난하게 통과하여 완등하고 등반을 마쳤다. 이어서 차유송씨가 돌개에 도전했지만 루프에서 꽤나 애를 먹었고 루프를 통과하자마자 완등하지 못하고 등반을 끝냈다.

등반을 모두 마치고 차로 20분을 달려 구미 인동으로 가서 구미에서 유명한 맛집 선산곱창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하며 등반과 클라이밍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만남과 즐거움은 클라이밍 안에 있었다

“자연암벽을 오랜만에 온 것도 있고, 날씨 때문에 평소보다 등반도 어려운 환경이여서 긴장도 많이 했는데, 언제 이렇게 등반해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까 이 상황이 재미있었어요! 산 안에 안개가 껴서 경치가 멋있어요. 그래서 여유가 있다면 가만히 산 구경을 오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유송씨가 말했다.

현재 차유송씨는 회사에서 홍보나 인쇄 등 디자인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데 실내암장을 다니면서 과거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해냈다고 했다.

“2년 전쯤이었는데 정신적으로 힘들 때 엄마와 함께 길을 걷다가 포시즌클라이밍짐 간판을 보고 평소 관심이 있었던 스포츠클라이밍을 배우고 싶어서 그 날 용기 내 포시즌클라이밍에서 상담을 받고 운동을 시작했어요.”

차씨는 디자인 작업을 하며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몸이 많이 안 좋았고 허리디스크도 있었다. 그런데 클라이밍을 하면서 아프던 것이 많이 나아졌다. 그는 요즘 친구들이랑 운동할 때가 제일 즐겁다고 했다.

“포시즌클라이밍짐에는 독특한 친구들이 많아서 재밌어요. 재미있게 운동하다보니까 클라이밍을 오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끝까지 올라가서 완등했을 때 성취감이 드는데 그것도 즐거운 것 같고요.”

 

포시즌, 사계절 언제나 클라이밍 중

김기만씨는 이번 청화산 암장 등반 중에 잡고 있던 언더 홀드가 떨어져 나오면서 손톱이 3mm쯤 깨지는 부상을 입었다. 그렇다고 해서 웃음을 잃지는 않았다.

“비 오는 날 등반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나름 신선했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등반을 이어나가니 재미있었습니다. 추락의 공포보다는 어떻게든 완등 고리에 줄을 걸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청화산 암장에 아직까지 낙석이 발생되고 있어 안전에 유의해 등반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기만씨는 요즘 자신의 모교인 구미전자공고에서 후배들에게 클라이밍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 선생님이 김기만씨가 실내암장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전화를 걸어 클라이밍 교육을 부탁했다. 그는 실내암장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자신의 모교를 방문하여 교육을 하며 전에 없이 바쁘게 생활하고 있었다.

“클라이밍 전에는 헬스를 꾸준히 했어요. 그러다가 클라이밍을 처음 했을 때는 내 몸 하나도 마음대로 못하는 거에 충격을 좀 받았습니다. 클라이밍을 하면 할수록 어떠한 환경에서도 몸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점점 심취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멀쩡한 직장도 그만두고 이렇게 새로운 길이 열렸고 벽을 타다보니 약간 오기도 쌔지고 도전 정신도 강해진 것 같습니다.”

얘기를 나누나보니 두 사람은 모두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바위를 만나 변화하고 내가 즐거운 것 내가 도전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며 진짜 나를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포시즌클라이밍짐에 갔을 때는 밤 아홉 시가 넘은 시간에도 누군가 클라이밍을 하고 있었다. 24시간 운영되는 이 실내암장에서는 나를 찾으려는 몸짓이 언제나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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