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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의 길

  

하동 7개의 길

 

자연, 역사, 문학이 하동의 길에 배어있다. 하동의 차처럼 사람의 발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길에 우러난다. 지금은 길에 이름이 붙었지만 그 길은 이름이 없을 때도 사람이 다니던 길이다. 자연은 아름다움을 품고, 역사는 아픔을 품고, 문학은 넓은 들과 강을 품었다. 하동의 길을 걸으며 감동할 수도 있고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은 기쁨과 탄식이 될지라도, 당신이 내뱉은 숨과 걸었던 발걸음은 훗날 하동의 차나무가 마시는 이슬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바로 여기 발로 호흡하며 걸을 수 있는 하동의 길 7곳이 있다.

 

글 · 양승주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차밭 문학 생태가 살아 숨 쉬는 길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

 

섬진강은 전북 진안 팔공산 데미샘에서 발원해 약 212km를 흐르며 하동에서 남해로 흘러든다. 섬진강(蟾津江)은 두꺼비 나루가 있는 강이라는 뜻이며, 고운 모래가 많아서 모래가람·다사강(多沙江)·사천(沙川) 등으로 불렸다. 청정하천 섬진강을 따라 걷는 이 길은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다. 유채, 금계국, 춘자국, 코스모스 등 계절별로 다양한 꽃이 피고 대나무 숲길도 있어 여름에 시원한 그늘에서 바람을 쐬며 쉬어갈 수 있다.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는 하동 섬진교에서 악양 평사리공원~화개장터/남도대교~광양 다압면 매화마을를 거쳐 하동 섬진교로 되돌아오는 100리(41.1km) 길이다. 100리길 중 하동구간 20.9km는 걷기길이고, 광양구간 20.2km는 자전거길이다.

하동 쪽의 걷기길은 백사청송(白沙靑松) 하동 송림에서 화개장터까지 크게 4개 존으로 이뤄져있다. 송림∼알프스하동 푸드마켓 4.7km의 재첩존, 푸드마켓∼평사리공원 6.9km의 두꺼비존, 평사리공원∼녹차연구소 6.1km의 문학존, 녹차연구소∼화개장터 3.2km의 야생차존이다.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는 2016년 국토부 해안·내륙권 발전 시범사업 성과평가에서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쉼터, 전망대, 수변 산책로, 주차공간이 조성돼 있다. 태양광 가로등이 길가에 설치돼 있어 야간에 걸을 수도 있다.

 

 

 

 

 

꽃바람 흩날리는 혼례길

십리벚꽃길

 

4월이면 너른 섬진강 이편저편에서 벚꽃 비가 흩날린다. 구례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섬진강 벚꽃길 백리 중에서도 가히 백미라고 손꼽히는 구간이 바로 십리벚꽃길이다. 화계장터에서 쌍계사로 들어가는 6km의 이 낭만적인 꽃길은 수령 60~80년 안팎의 벚나무 1,200그루가 섬진청류와 화개동천 구간을 빼곡히 메워 벚꽃터널을 이룬다. 1930년대부터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길에는 복숭아나무 200여 그루도 조림돼 있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 100선’ 가운데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으며,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 걸으면 그 사랑이 영원하다고 해서 ‘혼례길’이라고도 불린다. 지난 4월 7일부터 이틀간은 ‘제 23회 화개장터 벚꽃축제’가 하동군 화개장터와 영호남 화합 다목적광장 일원에서 성황리에 개최되기도 했다. 매년 벚꽃이 만개할 때 진행되는 축제에서는 지리산의 향긋한 봄나물과 하동 녹차 등 다양한 특산물을 즐길 수 있고 씨름대회를 비롯한 다채로운 문화행사와 각종 민속놀이가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화개면 일원에 생동감 넘치는 벚꽃개화 상황을 어느 곳에서나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해 큰 호응을 얻었다.

 

 

 

 

섬진강 따라 굽이굽이

박경리 토지길

 

박경리 토지길은 하동 악양면 평사리와 화개면 그리고 섬진강변을 중심으로 조성된 총 31km의 문학탐방로로 곳곳에서 소설 <토지>의 향취를 느낄 수 있고 거의 모든 구간에서 섬진강이 바라다 보인다. 소설 <토지>의 배경인 악양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1구간 18km와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오르는 2구간 13km로 조성되어 있으며 1구간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대부분은 평탄한 길로 이어진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로 선정되기도 했다. 토지길 1구간은 평사리공원에서 시작해 평사리 들판, 동정호, 고소산성, 최참판댁, 조씨 고택, 취간림, 악양루 등 슬로시티 악양의 여러 볼거리를 거쳐 다시 공원으로 원점 회귀하게 된다. 2구간은 화개장터에서 시작해 가탄마을, 십리벚꽃길, 차시배지, 쌍계석문바위, 쌍계사, 불일폭포, 국사암으로 이어진다. 김동리 소설 <역마>의 무대이기도 한 화개장터는 전라도와 경상도민들은 물론 전국각지의 사람들이 만나는 하동의 명소다. 하동의 다양한 특산품을 판매하며 참게와 은어, 재첩국으로 두둑히 배를 채우기도 좋다. 쌍계사 입구는 온통 차밭으로 푸르름이 절정에 이르는 5월의 풍경은 4월 벚꽃만큼이나 아름답다. 대부분의 코스가 그늘이 없으므로 선글라스나 모자 등을 준비하기를 권한다.

 

 

 

 

 

자연을 만나고 사람을 이해하는 길

지리산둘레길

 

지리산 주변 3개의 도, 5개의 시군, 21개의 읍과 면, 120여 개의 마을을 이은 총 285km의 장거리 도보 트레일. 현재 순환로를 포함해 총 22구간으로 조성된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 자락의 옛길과 숲길, 강변길과 마을길 등 다양한 형태의 길들로 둥글게 이어져 있다. 여기에 걸음걸음마다 보이는 지리산 산줄기가 더할 나위 없는 풍광을 선사해 가족과 연인, 친구, 그 누구와 걸어도 5월의 봄볕처럼 훈훈한 걷기길이 될 것이다. 하동을 지나는 지리산둘레길은 9코스부터 15-1코스이다.

 

 

 

 

 

1,000년 역사의 멋과 향

서산대사 옛길

 

화동 화개면 신흥마을에서 의신마을까지 약 시오리 정도의 숲길, 서산대사가 의신계곡에 머물면서 자주 오가던 길이다. 하동 화엄동 일대는 서산대사가 불법을 연구하기 시작하고 깨달음을 얻어 출가한 곳이기도 하다. 지리산 옛길인 ‘서산대사길’은 임진왜란 때 왜병에 맞서 분연히 승병을 일으켜 나라와 백성을 지켰던 조선시대 고승 서산대사(1520~1604)를 기리는 길로 서산대사가 도술을 부렸다는 전설이 깃든 의자바위를 비롯해 곳곳에 그에 대한 설화가 남아있다. 쌍계사, 칠불사 등 고찰이 인접해 서산대사의 발자취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는 자연친화적 산책로이다. 서산대사 옛길 인근에는 3개의 역사이야기길이 조성돼 있는데 지리산을 넘어 전라도와 경상도의 보부상들이 다니던 보부상길과 서산대사가 깨달음을 얻어 출가한 원통암까지를 걷는 출가의 길, 고운 최치원 선생이 청학을 찾아 불일폭포까지 거닐던 고운 유람길이 그것이다.

 

 

 

 

 

아름다운 명승지 악양을 만나러 가는 길

회남재숲길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와 악양면 등촌리를 잇는 길이다. 회남(回南)재라는 지명은 산청 덕산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재야에서 지내던 조선시대 선비 남명(南冥) 조식(曺植)이 경치가 좋기로 소문난 악양을 보기 위해 그 고개까지 왔다가 돌아갔다고 해서 붙여졌다. 회남재숲길은 지리산 남부능선 삼신봉 자락 삼성궁에서 시작된다. 삼성궁은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를 추구하며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시는 곳이다. 삼성궁으로 가는 길목에는 전통적 생활방식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마을 지리산 청학동이 있다.

회남재숲길은 임도를 걷는 길이다. 임도라고는 하지만 큰 오르내림이 없고 구불거리지 않아서 산책하듯이 걸을 수 있다. 승용차도 다닐 수 있는 길로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다. 주변 생태도 잘 보존돼 있어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다. 흔하게는 참나무류와 녹화사업으로 심은 일본잎갈나무가 있고 잘 보기 힘든 노각나무나 호랑버들 등도 목격된다. 회남재에 있는 정자에서 악양 쪽을 바라보면 산과 들, 강이 어우러진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코스는 삼성궁~회남재~삼성궁, 삼성궁~회남재~청학선사, 삼성궁~회남재~묵계초등학교 이렇게 크게 세 갈래가 있다. 첫 번째는 원점회귀 코스, 두 번째는 고개를 넘어 악양으로 넘어가는 코스, 세 번째는 회남재에서 동쪽 묵계리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보통은 삼성궁에서 회남재에 올랐다가 삼성궁으로 돌아가거나 악양으로 넘어간다.

 

 

 

 

 

위인의 발걸음을 따라 걷다

이순신 백의종군로

 

충무공 이순신(1545~1598) 장군의 백의종군 여정을 복원해서 조성한 역사탐방로. 정유재란 당시 벼슬을 박탈당한 뒤 서울 의금부에 투옥돼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감형되어 백의종군 하기 위해 권율 도원수 진영(합천)으로 가던 길을 말한다. 관직을 박탈당하고 흰옷을 입은 채 생활한다고 해서 백의종군이라 부른다. 경상남도는 하동, 산청, 합천, 사천, 진주를 거치는 161.5km의 길을, 전라남도는 남원, 구례, 순천, 하동을 잇는 125km의 길을 고증을 거쳐 복원했다. 백의종군로에는 탐방로와 유숙지, 야영장, 특산품 판매장 등이 들어서고 곳곳에 안내판과 길 유도판이 설치되고 있다. 하동의 경우 관광지로 유명한 화개장터와 ‘토지’의 무대인 악양면 평사리가 이순신 백군종군로에 포함되어 있다. 올해는 1545년 4월 충무공이 태어난 지 473주년이자 백의종군로를 걸은 지 421년이 되는 해로 이 길을 걷는 의미가 더욱 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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