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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2 _ 어리목~영실

 

어리목~사제비동산~윗세오름~영실

입춘대설 한라산의 설경

 

폭설과 안개로 색깔을 잃은 한라산의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입춘 무렵 모든 것이

눈으로 뒤덮인 한라산을 6시간 동안 걸었다. 사제비동산에 올라 설원을 헤치며 윗세오름을 넘어 영실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설경 속 오백나한 군상과 깎아지른 영실기암에 얼어붙은 두 줄기 폭포를 바라보며

70년 전의 아픈 역사를 떠올렸다.

 

글 · 양승주 기자  사진 · 신준식 기자

 

 

 

해발 970m 어리목 들머리까지 타고 갈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제주터미널에서 오전 9시 30분에 출발했다. 배차간격이 1시간이어서 놓치면 다음 차를 오래 기다려야 한다. 버스 안 사람들은 눈을 감고 단잠을 청하고 있고,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대부분이 눈에 관한 이야기다. 전날 대설주의보로 인해 여기저기 등산로가 통제됐고, 스노체인을 감은 타이어로도 이 험한 산간 도로는 위험하다든지 하는 내용들이다. 약속된 시간에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대중교통에 이렇게까지 믿음이 간 적도 없는 것 같다. 반시간쯤 달려 버스가 어리목 입구에 도착했다. 온 산이 눈과 안개로 덮여 있다.

어리목부터 사제비동산까지 2.4km는 고행의 길이다. 30~45도 정도 되는 경사로가 언제 끝날지 모르게 이어진다. 동행한 오순희 제주 주재기자는 그 힘든 길도 여유 있게 걷고 있다. “한라산 동계훈련 때 눈 속에서 개헤엄을 치듯 러셀을 한 적이 있죠.” 오순희씨는 한라산 산악구조대원이다. 손금을 읽듯 한라산 계곡들을 알고 있다.

 

오리무중 윗세오름

“여기서부터 바람 맞으면서 가야 돼요.”

사제비 샘터에 도착해서 오순희씨가 말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목 부위를 단단히 감싼다. 샘터부터는 안개가 더 짙어졌다. 안개 속 설원을 이름 모를 등산객들과 일렬로 줄을 맞춰 걷는다. 그 모습이 마치 히말라야를 연상시킨다. 짙은 안개로 빛이 사라져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기 어렵다. 얼마를 걸었을까. 멀리서 스피커를 통해 국립공원 직원의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곧이어 우리는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했다.

등산객들에게 대피소에서 먹는 음식은 어떤 것도 맛있다. 그것이 식은 김밥과 컵라면일지라도 말이다. 윗세오름대피소는 컵라면을 사먹을 수 있는 곳으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거기 가면 그건 꼭 먹어야 돼’ 하는 식으로 심지어 컵라면을 먹기 위해 윗세오름을 올라간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더니 근래 몇 년간 유명세까지 얻었다. 그런데 현재 한라산국립공원 어리목, 진달래밭, 윗세오름대피소 매점은 작년 10월 말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 파업으로 고지대에 위치한 대피소에서 컵라면을 사먹을 수는 없게 됐다. 1992년 설립된 한라산국립공원 후생복지회에서 이들 매점을 운영해 왔는데, 매년 적자가 누적돼 왔고, 후생복지회 소속 비정규직 직원 10명에 대한 처우 개선도 문제가 되어 파업이 시작됐다.

대피소에 컵라면이 없다는 소식을 들은 등산객들은 어떻게 했을까. 실제 윗세오름대피소 주위를 둘러보니, 여러 산행팀이 큰 보온병에 담아온 뜨거운 물을 컵라면에 붓고 둘러앉아서 라면이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등산객들은 컵라면을 대피소까지 지고 올라온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산에 오는 것도 참 좋은 일인 듯싶다. 작은 즐거움을 스스로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한라산의 눈물

백록담은 여전히 아득한 안개 속에 숨어 있다. 설원 위로 붉은 깃발이 달린 깃대가 일정한 간격으로 꽂혀 있다. 영실 방향으로 길을 표시한 그 깃대를 따라서 목적지만을 향해 걷는다. 이런 상황에는 앞사람을 놓치지 않도록 걷는 데만 집중해야 해서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다. 한라산에만 있다는 시로미 숲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지루하고 지긋지긋한 안개!’라고 나도 모르게 내뱉을 뻔했다. 이 숲에는 시로미만큼 주목도 많았다. 숲속은 바람이 불지 않아 따뜻했다. 반면 숲 외곽으로 걸어 나오자 혹한을 이겨내며 바람을 맞아 한쪽으로만 가지를 뻗친 나무들도 있었다. 이런 고산고목들을 보면 언제나 우리는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고 한 어느 철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영실로 내려가는 길에 오순희씨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서울에서 온 기자들이 모처럼 한라산을 찾았는데 아무런 경치를 못 보고 간다며 아쉬워했다. 사실 우리 마음도 그랬다. 그런데 다행히 오백나한과 병풍바위가 있는 곳에 이르러 안개가 걷히고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영실 코스에서 경치가 절정을 맞는 곳에서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회색빛 하늘, 그 아래 수백 개의 기암이 절벽을 따라 늘어선 오백나한 검푸른 바위, 절벽을 따라 보석처럼 알알이 박힌 흰 눈을 보고 어느 누가 무채색 한국화를 떠올리지 않으랴. 애잔한 삶과 혼이 오백나한에 깃들어 있고, 그들은 병풍바위를 바라본다. 오백나한 아래 얼어붙은 영실폭포는 한라산이 흘린 눈물이다. 생각에 잠긴 그때, 살을 에는 바람이 불어와 정신을 차린다. 가파른 눈길을 미끄러지듯 내려와 적송 숲을 지나서 영실로 내려오며 우리의 산행은 끝이 났다. 제주로 내려오기 전날 소식 하나를 들었다. 부조리하게 뒤엉킨 근대사를 온몸으로 받아낸 제주 4.3사건이 올해로 70년이 된다는 소식이다. 그래서일까 애수에 잠긴 한라산의 경치가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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