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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약용 식물 이야기 ①

 

겨우살이

 

글 사진 · 정구영(한국토종약초나무연구회 회장)

 

우리네 어린 시절 삶의 언저리에는 항상 나무가 있었고, 그런 나무는 우리의 삶에서 희망과 위안을 주고 추억을 간직하게 하였다. 또한 각박했던 우리의 삶에 쉼을 주는 장소를 제공해 주는 것은 물론 인간에게 가장 도움을 주는 유익한 자연의 벗이자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나무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식물들을 통해 인간은 신기한 효능에 대하여 눈을 뜨고 아플 때 사용하는 지혜를 얻게 되었다. 식물들은 저마다 독특한 특징과 의미와 상징을 간직하고 있다. 오늘날 식물이 경외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효능 못지않게 이용 상 시행착오에서 오는 두려움과 식물의 신비에 대한 상징성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식물의 공(球)이고, 인간은 식물 덕분에 살고 있다. 우리는 나무가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고 엉덩이꽁지에 불이 난 사람처럼 바쁘게 살고 있다.

지구상에는 어려운 자연환경과 혹한을 이겨내는 고산식물, 사막에 사는 식물, 물 많은 곳에 사는 수생식물, 짠 소금을 극복한 염생식물, 바위와 길바닥에 뿌리를 내린 끈질긴 식물, 줄기가 약한 덩굴식물, 생존을 위해 곤충을 잡아먹는 벌레잡이 식물, 혼자서는 못 사는 기생식물도 있다. 기생식물은 다른 식물과는 달리 광합성 작용을 전혀 못해서 다른 식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겨우살이가 그중 하나다.

겨우살이는 숙주식물에게 거의 피해를 입히지 않지만, 간혹 한 나무에 너무 많이 기생할 때는 숙주를 죽이기도 한다.

 

겨울의 산청목(山靑木)

겨우살이는 다른 나무 가지에 뿌리를 박고 산다. 늘 푸른 떨기나무로 높이는 50cm 정도, 새둥지 같은 둥근 모양이고, 잎이 마주나며 잎자루는 없다. 줄기에 마디가 있으면 가지가 둘로 갈라진다. 꽃은 1~3월에 가지 끝에서 꽃잎 없이 종 모양의 연한 노란색으로 피고, 열매는 11~12월에 구슬 모양으로 여문다. 겨우살이는 일 년 내내 푸른 상록수이므로 광합성 작용을 한다. 다만 흙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식물과는 달리 참나무 같은 큰 나무에 달라붙어 물과 양분을 빼앗으며 살아간다. 겨우살이는 한겨울에 꽃을 피우고 난 뒤 노란색의 열매가 여문다.

우리나라 토종 약용 식물인 겨우살이는 겨우살이과에 속하는 늘 푸른 잎과 황록색 줄기가 Y자를 만들어 다른 나무에 기생하는 상록성 관목이다. 겨우살이는 주로 뽕나무, 동백나무, 참나무, 버드나무, 팽나무, 물오리나무, 배나무, 밤나무, 자작나무 등에 기생뿌리로 수분과 영양을 공급받는다. 즉 참나무류, 버드나무, 팽나무, 밤나무, 자작나무에 붙거나 엉켜 양분으로 자라는 기생목(寄生木)이다. 가을에 겨우살이 열매가 익으면 겨울 철새들이 열매를 먹는데, 소화되지 않은 씨와 씨를 둘러싸고 있는 끈끈한 물질을 똥과 함께 배설한다. 그 안에서 겨우살이 씨가 싹이 트고,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나무껍질을 뚫고 들어가 뿌리를 내리고 들어가 생명을 유지한다. 겨우살이는 점점 커가는 가지를 지탱하기 위해 기생식물에 양분을 빼앗기는 식물인 숙주식물에 쐐기형으로 붙은 기생뿌리와 숙주식물의 양분을 빼앗기 위해 뿌리를 내린다.

우리 조상은 겨우살이가 공중에서 나무에 의지하고 푸름을 잃지 않고 겨울을 겨우겨우 살아가므로 ‘겨우살이’, 겨울에 채취하여 음지에 말리면 황금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황금가지’, 소나무처럼 푸르름을 간직하기 때문에 예부터 ‘동청(凍靑)’으로 불렀다.

 

 

신(神)이 깃들어 있는 나무

유럽의 드루이드(Druide) 종교에서는 참나무 겨우살이에 신(神)이 깃들어 살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해마다 섣달이 되면 드루이드교 승려(僧侶)가 겨우살이를 채집하는 의식을 올릴 정도로 참나무에 나 있는 겨우살이를 신성하게 여기고, 신(神)의 집으로 숭배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겨우살이를 좋은 일의 상징으로 여겨 고대 제사장들이 벽사의 제물로 썼다. 유럽에서는 참나무의 신(神)이 옮겨 사는 집을 겨우살이로 여겨, 드루이드교에서는 겨우살이를 숭앙한다.

참나무에 두 마리의 황소를 묶고 흰 옷을 입은 승려가 나무 위에 올라 황금으로 된 칼로 겨우살이를 채집하고 기도를 하고 축복을 기원한 후에 겨우살이를 끓은 물에 담가 우려낸 물인 옴니아 사난스(Omnia sanans)*를 마시게 되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가을에 참나무 잎이 떨어지면 참나무에 살고 있는 신(神)은 그 나무에 붙어 있는 겨우살이로 옮겨가고 봄이 오면 다시 참나무로 옮겨온다고 믿었다. 홀스타인 지방에서는 겨우살이를 들고 있으면 유령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귀신의 지팡이로 부른다.

유럽에서는 겨우살이를 경사스런 상징을 보고 있다. 서양에서는 겨우살이나무 아래서 키스를 하면 결혼한다는 풍속이 전하고 있고, 근대에 와서는 문 위에 달아 두면 집에 찾아오는 손님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 하여 성탄절 축하 모임에 겨우살이나무를 이용하기도 한다. 또 크리스마스 때 겨우살이 밑을 지나가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믿음 때문에 축하할 방의 문간에 달아두는 풍속이 전해지고 있다. 겨우살이 아래를 지나갈 때 어느 여성에게나 키스를 하기도 한다.

해마다 12월에는 흰 옷을 입은 제사장이 황금으로 만든 도끼로 겨우살이를 잘라내 한 해의 축복을 기원하고 제사장에 사용했던 겨우살이를 삶아 목욕을 하면 질병을 물리친다는 속설을 믿는다.

 

 

면역력 강화, 항암 효능 좋아

겨우살이를 채취할 때는 긴 장대를 이용한다.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열매가 맺히는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채취한 것을 약재로 쓴다. 겨우살이는 참나무에 사는 것을 곡기생, 뽕나무에 사는 것을 상기생으로 부른다.

조선시대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서 “겨우살이는 맛은 쓰고 달며 성질은 평하고 독(毒)이 없다. 간경(肝經)과 신경(腎經)에 작용하여 힘줄, 뼈, 혈맥, 피부를 좋게 하고 태아를 안정시키며, 요통, 고혈압, 해산 후 자궁의 이완성 출혈 등에 사용한다”고 했고, <항암본초>에서 “임신이 중절되려는 증상인 태루(胎漏)에 쓰면 태아(胎兒)를 편안하고 튼튼하게 한다”고 했다. 중국 명나라 이시진 쓴 <본초강목>에는 “겨우살이는 나무 가지 위에 새가 앉아 있는 것 같고 먼 곳에서 보면 까치집처럼 보인다. 겨우살이는 나무의 높은 가지 끝에 까치집처럼 매달려 있어 채취가 어렵다”고 기록되어 있듯이 긴 장대가 없이는 채취할 수 없다. 다른 약용 식물과는 달리 겨우살이만큼은 인공재배가 불가능하여 100% 자연산이지만, 최근 중국과 러시아에서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要)한다.

최근에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최근에 동백나무겨우살이가 몸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무차별 채취를 당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아쉽기만 하다. 유럽에서는 1926년부터 임상 실험을 거쳐 1980년대 이후 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중국과 유럽의 동물실험에서 겨우살이 추출물을 흰쥐에게 투여하여 70% 이상 암세포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 밝혀져 암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뽕나무에 나는 겨우살이는 상상기생(桑上寄生)으로 음력 3월 3일에 채취하여 그늘에 말려서 약재로 쓴다. 열매의 즙액이 끈끈할수록 약효가 좋다. 겨우살이는 독성이 없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햇볕에 말려 황금색으로 변하면 약재로 쓸 수 있다. 반드시 황금색으로 변한 것을 끓여서 체질에 관계없이 3개월 정도 상복하면 좋다. 또 잎과 줄기를 가루 내어 찹쌀과 배합해 환을 만들어 식후에 30~40알을 먹거나, 고약을 만들어 먹거나, 소주(19도)를 부어 밀봉하여 약술을 담가 3개월 후에 먹는 방법도 있다. 차로 마실 때는 물을 끓여 다른 용기에 1차로 옮겨 부어 80도 정도 되었을 때 겨우살이를 담가 우려내 꿀을 타서 마신다.

 

 

 

필자 정구영

한국일보에 <정구영의 식물과 인간> 현재 연재 중, 그동안 문화일보 <약초 이야기>, 월간조선<나무 이야기> 등을 연재했고, 약초대사전, 버섯대사전, 나물대사전, 산야초 민간요법, 나무동의보감, 효소수첩 외 30권 이상의 저서를 출간했다. 대학과 공무원교육원 등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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