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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레일러닝 _ 2017 울트라 트레일 몽블랑 PTL 290km

 

 

형제의 위대한 도전

세계 최대 규모의 트레일 레이스 UTMB 내 PTL 부문

국내 최초 완주

 

UTMB(Ultra Trail du Mont-Blanc) 시리즈는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에 걸쳐 있는 몽블랑 산군을 달리는 세계적인 트레일러닝대회다. 총 5개 종목(UTMB, CCC, TDS, OCC, PTL)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가장 길이가 긴 코스가 바로 PTL(La Petite Trotte a Leon)이다. 총 거리 290km, 누적고도 26,500m+, 제한 시간 151시간 30분. 다른 코스들과 다르게 흥미로운 포인트가 몇 개 있다. 첫째, 개인 출전이 아니라 2~3인이 한 팀을 이뤄야 한다. 둘째, 주로 표시가 없다. 주최측은 사전에 참가자들에게 GPX 파일과 대회 지도를 제공하며 각자의 네비게이션 장비를 이용해 길을 찾게 한다. 셋째, 비경쟁 경주다. 경주라는 특성상 들어오는 순서가 표시되지만 수상은 없다. 오로지 완주자와 미완주자로 나뉘는 것이다. UTMB 대회의 시상식은 PTL 완주자들이 워낭을 흔들며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시상식이 따로 없는 대신 완주자 모두를 시상대에 올려 UTMB 성공의 환희를 함께 나누게 한다. 평균 완주율이 50%에 그치는 PTL 부문은 매년 참가자 300명이라는 제한을 두고 있으며 중장거리 트레일러닝대회 완주 경험이 있어야만 출전이 가능하다.

글 사진 · 김정호, 김정훈


 

 

왜 PTL에 참가하게 됐는지?

김정호(29세, 형)

트레일러너들에게 UTMB는 로망이다. 나 또한 20대의 끝을 장식할 대회로 UTMB를 정해 놓고 5년 동안 열심히 달렸다. 그렇게 2017년 대회 신청 기간이 다가왔다. 총 다섯 개의 부문 중 PTL은 290km로 가장 긴 거리. 26,500m+의 무자비한 누적고도가 나의 마음을 빼앗았다. 결정적으로 팀 경기라는 점이 신청서의 마침표를 찍게 했다. 가장 어렵고 힘든 코스를 가장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달린다는 것이 설레게 했다. 그렇게 팀 레이스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동생에게 한 팀으로 같이 나가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하나의 형제팀이 구성됐다.

 

 

김정훈(27세, 동생)

우리가 한창 트레일러닝에 흥미를 갖기 시작할 때쯤 서로에 대한 승부욕도 함께 발동했다. 그리고 약속했다. 서른이 되기 전에 트레일러너들의 로망인 UTMB에 출전해 누가 더 잘 달리는지 겨뤄 보기로. 하지만 시간이 지나 어느덧 2016년이 되면서 더 이상 미루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올해 PTL 부문에 참가하게 됐다. 처음 의도했던 대결 구도가 아닌 팀전으로 출전했기에 우리는 대회 도중 더 힘들어하거나 포기하려는 사람이 패배자라는 룰까지 정했다.


 

 

정호의일기

2.56km/h, 117시간1위 | 2.23km/h, 144시간40위.

우승팀과 우리팀의 레이스 속도와 완주 기록이다. 이처럼 PTL 코스는 달린다기보다 걷는다는 게 적절하지 싶다. 제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도 경기 내내 뛰는 모습보다는 걷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평균고도 2,700m의 산을 7~10km마다 오르내리는데 경사도가 급한 코스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선수간 완주시각의 격차는 휴식시간에서 크게 생긴다. 우리팀은 대회 기간 동안 총 8시간 30분 정도 잠을 청했고 산장에서 짐을 정리하고 준비하는 시간만 10시간 이상 소모했지만 선두팀은 총 취침시간이 3시간이 채 안 됐다고 한다. 1위와의 20시간이 넘는 시차는 휴식시간에서 크게 벌어진 것이다. 즉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잠과 경기 운영, 즉 산장에서의 시간 관리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시간 관리에 중점을 두고 경기를 풀었다. 초반 다른 팀들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고 우리의 속도를 유지했다. 동생과 페이스가 비슷해 어려움 없이 좋은 컨디션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10시간 이상을 단축할 수 있었지만 역시나 변수가 찾아왔다. 첫째, GPS의 문제였다. 낮은 주변 지형지물이 파악돼 GPS의 대략적인 위치 표시만으로도 길을 찾을 수 있었지만 야간에는 헤드램프로 눈앞의 언덕도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한 번은 계속내리는 비 때문에 생긴 안개가 가시거리를 1m 이하로 만들었다. 오로지 네비게이션에 의존해서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장치의 트랙 표시가 계속해서 벗어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엔 기기를 의심하며 40분간 귀신에 홀린 듯 제자리를 돌았다. 사기가 떨어지자 체력도 금방 떨어졌다. 잠시 패닉 상태에 빠졌다. 동생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GPS 신호를 잃었던 곳으로 돌아가 시그널 표시를 다시 따르자 온 트랙(on track) 할 수 있었다. 그날 새벽은 GPS 이상으로 더 이상 진행이 어려워 뒤에서 오던 홍콩팀을 붙잡아 다음 산장까지 뒤따라갔다.

둘째, 급격히 악화된 날씨다. 경기 시작 후 이틀간은 날씨가 좋아 취침시간을 줄이며 경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극한은 비가 내리면서 시작됐다. 소나기로 그칠 것 같던 비는 장맛비처럼 계속 이어졌고 급기야 고어텍스 소재의 바람막이와 오버트라우저까지 모두 젖는 상황에 달하게 됐다. 체온 유지를 위해 계속해서 움직여야 했으며 행동식을 거르며 다음 산장까지 속도를 올려 경기를 진행했다. 밥을 거르고 7km를 더 움직인 것은 도박이었다. 아마 그 상황에 멈춰 섰다면 경기를 기권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러진 스틱이다. 스틱은 경기 내내 나의 양 발이 됐다. 하지만 트레일의 70%가 바위인 산에서 계속해서 사용하다 보니 5일째 되는 날 한쪽 스틱이 부러졌다. 복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 남은 스틱 한쪽에 의지하며 경기를 진행했지만 무릎에 부담이 오기 시작했다. 붓기가 느껴지고 통증이 커졌다. 남은 스틱을 접고 스틱 없이 진행했다. 속도는 확실히 떨어졌지만 무릎 통증도 점차 사라졌다. 변수들을 해결하며 경기 진행에 나름의 노하우가 생길 때 즈음 경기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마지막 샤모니 결승점에 들어서니 완주의 기쁨보다 끝의 아쉬움이 더했다. 동생도 그 마음이 통했는지 결승점에서 피니시 라인을 밟지 못하고 한동안 서로를 바라봤다.

 

 

정훈의 일기

8월 28일 오전 9시. 카운트다운과 사람들의 함성소리 아래 샤모니 광장을 힘차게 내달렸다. 형과 약속했던 꿈만 같던 UTMB 레이스가 시작됐다. 긴장되긴 했지만 형과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었다. 우리가 출전한 PTL 부문은 몽블랑 산 일대를 한 바퀴 돌면서 대략 2,100m~3,100m의 산을 10개 이상 넘어야 했다. 코스를 지나는 내내 경관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우리는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달렸다. 식량은 물을 부어 먹는 즉석식품과 행동식 등을 챙겨 갔는데 나는 원래 위가 약해 속이 메스꺼울 때가 많았다. 물은 어디를 가든 흐르는 계곡이 있어 부족할 일이 없었다.

코스는 위험 구간이 많았다. 자칫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낭떠러지길, 아직 녹지 않은 눈길, 로프에 의존해 올라가야 하는 바위길 등. 낙석 구간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동 중 돌이나 바위가 굴러 밑에 있는 사람들이 맞을 위험이 있어 위치에 대기 중인 스태프의 통제로 5~7명씩 텀을 두고 이동했다. 다른 부문과 달리 체크포인트에서 무료 음식이 제공되지 않아 대회 전 지급되는 식권 8장을 적절히 이용해 식사를 하거나 혹은 직접 준비해 온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기에 난이도를 더했다. GPS기기를 준비한 다른 팀에 반해 우리는 가끔 먹통까지 되는 핸드폰 GPS어플을 이용했는데 길을 잘못 들르는 일이 다른 팀들보다 잦아 많이 지체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어느 늦은 새벽 22km 산행 중 너무 졸려 둘이 서바이벌 블랭킷을 덮고 쭈그린 채 앉아 쪽잠을 잤을 때다. 10분 정도 선잠을 잤는데 때마침 사람도 한 명 보이지 않았고 바람에 펄럭거리는 블랭킷 소리만 들려 몹시 처량하게 느껴졌다. 대회 중 세 번의 고난이 왔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생각했던 거리보다 체크포인트가 너무 멀어서 탈진 상태로 2시간 이상 산행했을 때다. 배가 고파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는데 산장에 도착해 밥을 먹고 쓰러지듯 테이블에 뻗어 잠이 들었다. 두 번째는 2,500m의 민둥산을 넘을 때. 비를 동반한 번개가 치는 날이었는데 정말이지 위험했다. 이미 너무 높이 올라와서 번개가 잦아들 때까지 억수 같은 비를 맞으며 기다렸는데 어쩌면 벼락을 맞아 죽을지도 모를 것 같았다. 세 번째는 빗물에 발이 불어 걷기 힘들 정도로 발바닥이 쭈글쭈글해진 것. 전체적으로 가파르고 지대가 높아 호흡이 불편하고 달리기 힘든 구간이 많았다. 다운힐 또한 5km 이상 되는 구간이 많아 무릎부상의 위험이 컸다.

대회의 코스 운영체제에 놀랐다. 조난시 옐로우브릭(주최측에서 지급해 주는 GPS)의 버튼 하나만 누르면 헬기 구조요청을 할 수 있다. 구조비용은 별도. 또 어느 구간은 선수들이 지참한 옐로우브릭을 통해 바뀐 코스에 대한 메시지를 전송 받았다. 악천후에도 모든 선수들이 컷오프(Cut Off Time)에 걸리거나 DNF(Do Not Finish) 하지 않는 이상 완주할 수 있도록 실시간 상황을 체크해 줬다. 우리는 이미 산에 오른 후 메시지를 받아서 눈보라와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대회 기간 동안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힘들었지만 형과 함께한 뜻 깊은 시간이었던 만큼 더 힘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우리는 8월 28일 오전 9시에 출발해 9월 3일 오전 9시 50분 144시간 50분 만에 레이스를 마쳤다. 피니시 라인의 짜릿함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허무했다. 그냥 긴 꿈을 꿨는데 꿈에서 형을 만난 듯한 기분이었다. 대회가 끝나고 “언제 또 이런 시간이 올까?”라며 서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꿈만 같았던 대회가 정말 꿈처럼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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